전환시대의 논리 창비신서 4
리영희 지음 / 창비 / 199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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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평론에 관련된 이야기의 특징은 시간이 지나면 그 가치가 떨어진다라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사회란 그 시대성과 함께하므로 그 시대가 지난 후에 사회에 대한 평은 의미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흔히 우리나라 국민성을 가지고 지난 일에 쉽게 잊는다고 비판하는 사람이 있지만 사실은 시간이 지난 후 잊는 것이란 당연한 일이라 생각된다. 다만 과거의 기억과 경험이 지금의 어떤 의사결정에 있어 의미를 제공한다면 그것은 당연히 기억되고 의미화할 가치가 있기는 하지만..

이영희의 <전환시대의 논리>는 70년대 초반 우리나라 사회와 국제정세에 대한 한 기자의 분석논문이다. 따라서 그 글에서 나타나는 여러 역사적 사실이나 사건은 지금 나에게 있어 의미없거나 고리타분한 것도 많다. 그것은 어쩌면 과잉지식시대에 있어 공해와도 같은 것이다. 의미없다고 생각되고 재미없는 사건에 대해 초점을 맞춘 글을 글의 내용 전개를 이해하기 위하여 읽어야함은 당연히 짜증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내가 이 책을 읽음에 있어 흥미를 가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 초점의 대상과 사고의 방식이 당시 사회적 상황에 비추어보아 획기적이다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참신함과 용기 때문이다. 베트남전에 대한 평가나 미국, 중국, 일본에 대한 평가는 당시 획일적이고 흑백논리적이였던 지식인의 시대적 상황을 비추어 볼 때 혁명과 같은 것이었다.

그 내용의 파격성을 떠나 그 주장을 함에 있어 논리적이며 상황을 정확히 꽤뚫는 관찰력은 참으로 부럽고도 존경스런 저자의 능력이다. <전환시대의 논리>에서 초점을 맞춘 사건과 소재들은 오래된 과거의 일들이며 따라서 현재 우리의 상황과 과히 큰 개연성이 없는 글이라고 평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책의 제목과 같이 그의 주장에서 있는 것이 아니라 논리라는 것이다. 그 책이 같고 있는 당시로써의 파격적인 이야기뿐 아니라 그 파격적인 이야기를 전개하는 과정에 있어서의 방법적인 틀, 즉 논리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국제정세라는 것을 표면에 흐르는 상황이 아닌 그 밑에 있는 안 보이는 그림자까지 관찰하며 또한 그 관찰의 내용을 근거로 한 주장 역시 억측이나 가정 혹은 황당한 소설처럼 상상력에 기인한 것이 아닌 객관적인 자료와 함께 합리적인 분석을 통한 방법론적인 접근. 바로 이것이 제목에서 제시한 전환시대의 논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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