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퀴엠 - CJK - 죽은자를 위한 미사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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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레퀴엠>을 읽다. 레퀴엠은 원래 장송곡을 뜻하는 말로 책에서는 전쟁에 대한 부조리와 또한 미군의 이라크 파병에 대한 비판을 포괄적으로 뜻한다. 글을 쓴 형태는 총 8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밴자민 브리튼의 <전쟁 레퀴엠> 이라는 종교음악의 형식을 빌려 책의 앞과 뒷장을 제외한 가운데 여섯 개의 장은 브리튼이 쓴 곡의 목차를 그대로 따랐다고 한다.

이 글의 구성 형식의 특징으로 인해 글을 읽으면서 음악을 듣는 듯한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특히나 진중권식 특유의 예리하면서도 세심한 문체와 또한 철저하게 독자의 편의를 위한 정성이 느껴지는 글은 진중권의 글이 가지는 매력이리라..

그러나 이 진중권의 글이 가지는 가장 큰 매력은 글의 곳곳에 숨어 있는 위트다. 재미있으나 천박하지 않은 위트는 진중권의 사람됨을 그리고 녹록치 않는 필력을 느끼게 한다.

예 1>

< 이런 참극 앞에서 글을 쓴다는 사람이 태연히 "미국의 전쟁은 정당하다"고 말하는 것을 듣는 것은 그야말로 초현실주의적인 상황이다. 이 해괴한 감성을 가진 문인은 한때 '영어 공용화론'으로 사회를 시끄럽게 한 후 알 수 없는 이유에서 아직까지 한글로 책을 쓰고 있는 복거일 씨다. 도대체 우리는 언제까지 그의 헛고리를 민족어로 들어야 하나?>

나만 재밌었나? 사실 난 정치나 이런 사회적 담론을 코미디 이상으로 재미있어 한다. 얼마 전 한나라당 의원이 법무부 장관에게 대정부질문 중 북한 헌법을 아느냐고 묻자 장관이 머뭇거렸다. 다시 재차 북한 헌법을 모르냐 어떻게 한 나라의 법무부 장관이 우리의 주적인 북한 헌법에 대해 모를 수 있느냐 공세를 취했다. 당황한 그리고 불쌍한 우리 법무부 장관.. 그때 열린 우리당 유시민 의원이 말한다. <북한 헌법을 공부하면 그거 국보법에 걸려요. 그래서 법무부 장관으로써 공부 못한 거에요. 근데 북한 헌법을 아냐고 물으면 되나요?>

-참고1 :기억으로는 법무부 장관이었는데 정확하진 않다. 통일부 장관이었나?

-참고2 : 한나라당은 국보법폐지를 반대하고 열린우리당은 국보법폐지를 주장함. 따라서 유시민 의원의 말은 한나라당의 이중적 잣대를 비꼰 말.

어쨌든 사실 정치며 이라크 전쟁이며 이러한 논의들은 그 엄청난 진지함에 가슴이 무겁고 때론 두통까지 일으키는 주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렇다고 하여 그냥 넘어갈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철저히 고민하고 사회적 토론이 이루어져야 할 것들이다.  이런 난감할 때가.. 철저히 고민해야 하는 문제지만 그만큼 무겁고 피하고 싶은 주제라.. 방법은 바로 풍자와 위트다. 풍자와 위트는 이런 진지한 논의를 부드럽게 만들뿐 아니라 많은 대중의 참여를 유발한다. 또한 가장 간결하고 가장 직선적으로 상대의 논리적 오류를 재치 있게 낱낱이 밝히게 한다. 진중권의 <레퀴엠>,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란 책이 바로 그러한 책이 아닐까 한다.

이라크 전쟁 그리고 파병, 국익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변명과 자기 위안.. 진중권은 그 사건의 본질을 정확하게 알리고 싶었던 것이다. 그것도 아주 많은 사람에게.. 그런 면에서 그는 분명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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