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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 - 하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4월
평점 :
누구였던가? 에코의 책을 강력히 권했던 사람이 있었다. 그러나 그때 당시 나는 다른 종류의 책에 빠져 있었고 또 크게 관심이 없던 에코의 책을 읽을 시간이란 그렇게 많지 못했다.
그러다 여름이 다가오면 보통은 따분하고 재미없는 책보다 추리소설이나 심리묘사가 탁월한 책을 읽곤 했는데 올해도 마찬가지로 날씨가 더워져 추리소설이나 읽어볼 요량으로 책을 고르던 중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 생각나 읽기 시작했다.
기호학자가 쓴 추리소설이라.. 퍽 흥미로운 책일 것 같다는 느낌을 안고 읽은 책인데 다 읽고 난 지금은 이 책을 추리소설이라는 범주에 넣는 것이 옳은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분명 이 책에서 가장 큰 재미를 준 것은 추리소설이라는 형식이지만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중세시대 즉, 암흑의 시대인 당시 진리란 단지 타협과 정치적 협상의 결과인 종교인들의 해석에만 허용되던 시절, 그 암흑기를 배경으로 이야기한다. 무엇이 진리인지 또한 무엇이 사실을 가리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가장 성스러운 것을 말하는 사람들 내부에 가장 추잡한 인간들의 권력 다툼은 비단 중세시대의 이야기만은 아닐지라..
한동안 난 이 책을 읽은 기억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 같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이 책은 단지 나의 여름나기용 소설 그 이상의 가치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직은 에코와 내가 대화를 나누기란 서로의 거리감이 두터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