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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의 우리 나무
박상진 지음 / 눌와 / 200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중학교 때부턴가 난 항상 무언가 고민거리가 생기면 경복궁에 가곤 했다. 우리나라의 정궁이었으나 그것의 슬픈 역사로 무언가 횡한 느낌을 주는 궁궐. 물론 아름답기로는 창덕궁이 제일이지만 경복궁이 주는 아름다움은 우직함과 함께 고독함에서 주는 그런 감흥이 유독 애착이 가게 만든다.
어쨌든 창덕궁이든 경복궁이든 창경궁이든 조선의 궁궐은 우리에게 많은 문화적 가치를 지닌다. 그 건축양식뿐 아니라 주변 자연경관과의 조화는 서울 시민의 안식처일뿐 아니라 우리 민족의 마음을 의지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런 궁궐은 또 한편으로 도심지에 있는 생태섬이라고 한다. 도시화되면서 많은 동식물들이 사라지고 있는 판에 궁궐은 도심지에 갈 곳을 잃은 동식물의 오아시스다. 특히 조선 궁궐은 우리나라 나무의 자연 식물원이라고 할 만큼 과거 흔한 나무였으나 지금은 멸종의 위기에 빠진 나무들이 잘 서식하고 있는 중요한 공간이기도 하다.
책은 각 궁궐마다 장을 나눈다. 그리고 각 단원마다 하나의 나무씩 에세이를 적고 있는데 위치하는 곳을 궁궐 지도와 함께 첨부해 놓아서 후에 궁궐을 찾아갔을 때 해당 나무를 쉽게 찾아갈 수 있게끔 배려하고 있다. 책은 도감같이 딱딱하지 않다. 물론 나무의 종이라던가 특성 등을 설명하고 있으나 그것은 하나의 첨부 설명에 불과할 뿐 나무를 둘러싼 여러 이야기가 있다. 해당 나무의 쓰임새, 해당 나무와 관련된 역사적 사건, 또는 문학에 등장하는 나무,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나무에 대한 지식들을 쉽게 써 붙여 나무에 크게 관심이 없는 사람도 재미를 느끼게 한다.
책을 다 읽고 내가 궁궐에 가서 얻었던 것은 궁궐 자체뿐만이 아닌 우리 나무들이 주는 내 마음속 깊이 각인된 기억들이 나에게 심리적 안정을 준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