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여인의 키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7
마누엘 푸익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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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 고독>을 읽고 바로 읽은 중남미 소설이다. <백년의 고독>이 정말 재미있기는 했지만 등장인물이 너무 많고 또 이름도 비슷비슷해 혼란스러웠던 것에 반해 <거미 여인의 키스>는 등장인물이 단 두 명이었다는 점에서 읽기가 편했다.

물론 등장인물이 적었다는 것만이 쉽게 읽었던 이유는 아니다. 무엇보다도 서술방식이 다른 소설과는 달랐기 때문인 듯싶다.

<거미 연인의 키스>는 마츠시모 혹은 마치즘으로 대변되는 게릴라와 여성성을 상징하는 게이가 한 감방에 갇혀 있으면서 나눈 대화 이야기다. 게릴라는 정치적으로 맑시즘을 신봉하며 유물론자이고 신념이 투철하며 자기 통제가 철저한 사람이다. 반면 게이는 무척이나 낭만적이며 감정에 충실하다. 이 서로 성격과 성향이 극과 극인 두 인물이 같은 감방에 갇히게 된 이유는 교도소장이 정치범인 게릴라에게서 필요한 정보를 캐내기 위해 유아성추행으로 잡힌 게이를 같은 감방에 이감시킨 것이다. 그러나 게이를 통해 게릴라의 정보를 캐려는 교도소장의 노력은 헛수고가 되고 오히려 게이와 게릴라는 함께 생활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한다.

이 둘의 대화에서 영화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을 듯싶다. 게이가 게릴라와 대화를 나누기 위해 시작한 것이 지루한 감방에서의 시간을 때운다는 명목으로 자신이 예전에 본 영화 이야기를 게릴라에게 해 주는 것이었다. 영화는 게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기도 하고 게이와 게릴라의 대화의 수단이며 작품 전반에 걸쳐 상징과 암시의 역할을 한다. 어쨌든 영화 이야기가 주는 의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야 할 작품인 것 같다.

중남미 소설 읽기 제2탄 격인 마누엘 푸익.. 1탄 격이었던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과 함께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소설이었다. 그래! 이제는 이사벨 아옌데와 보르헤스다~ 기다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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