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집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9
이사벨 아옌데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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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케스와 함께 마술적 사실주의라는 소설기법을 훌륭히 소화했다고 평가받는 칠레의 여류 소설가, 페미니즘 작가이자 최초로 선거로 선출된 사회주의 대통령 살바도르 아옌데의 조카..

정말 재미있는 배경과 평가를 가진 작가다. 평가가 어떻든지간에 무엇보다 <영혼의 집>이란 소설을 들어 작가가 페미니즘 작가다 혹은 <영혼의 집>은 페미니즘 소설이란 말엔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다소간 페미니즘 요소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부 요소를 전체로 바라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어쨌든 <영혼의 집>은 이야기 자체가 흥미롭고 흐름이 빨라 지루해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았다. 트루에바 가문의 몰락과 함께 칠레의 근현대사를 함께 그리고 있어 더욱 그런 느낌을 주었는지도 모르지만 그보다는 아옌데가 타고난 이야기꾼이라는 것이 더 정확할 듯하다. 글재주가 전혀 없는 나로서는 무척이나 부러울 따름이다.

이 이야기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진다. 마치 신의 영역이 살아 있던 봉건제도의 시대와 신의 영역을 인간에게 가져온 모더니즘의 세계와 같이 <영혼의 집> 역시 마술과 전설 그리고 환상이 살아 있던 시대와 그러한 것이 사라진 시대로 나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두 세계가 어느 것이 특정하게 좋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설과 환상이 살아 있던 시대를 극복하고자 한 것이 바로 전설과 환상이 사라진 합리성의 세계가 된 것이고 또한 합리성의 세계 역시 불완전한 시대였기에 불안과 불안정이 있었던 것이다. 이야기는 이 두 세계에 대해 진지하고 잔잔하게 그려낸다. 문제는 변증법적 역사와 같이 정과 반의 충돌 후 합의 세계를 그려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단지 정과 반의 충돌까지만 그렸기에 그 후의 합의 세계는 역시 독자에게 남겨 두었다. 실제로 그 합의 세계가 오기는 쉽지 않았다. 칠레는 그 두 세계의 충돌로 한 독재자가 남긴 깊은 상처를 입었고 예상컨대 그 상처를 치유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설사 치유된다 하더라도 혹 그 아픔의 기억을 잊는다 하더라도 그 흉터는 아마도 오랜 기간 깊이 남아 있을 것이다. 우리의 삶이 그러했듯이..

어쨌든 <영혼의 집>은 무척 재미있는 소설이다. 오랜만에 부담감 없이 마냥 소설적 재미에 빠져본 책으로 기억에 남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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