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과 게릴라 Harvard Business 경제경영 총서 15
게리 해멀 지음, 이동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대우그룹은 내가 가장 선호하는 대기업이었다. 대우중공업, 대우자동차, 대우전자 등 우리나라의 굵직한 산업에 선도적인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탱크주의'로 표현되는 품질혁신운동, '세계경영'이라는 당시는 생소했던 세계화추진은 내가 정말 그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라는 꿈을 키워주었다.

대학에 와서도 경영학을 공부하면서 대우의 공격적 경영을 자주 인용하는데 미국 시장에 자동차를 진출시키면서 당시엔 생소했던 캠퍼스 마케팅 등 많은 부분에서 혁신적인 마케팅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김우중 회장의 리더십은 충분히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대우의 분식회계 등의 문제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 앞에서 말한 성과가 그 잘못된 경영을 감출 성질의 것은 아니다. 그것이 김우중 회장의 리더십이나 그간 이룬 성과가 평가되지 못하고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경영이란 그런 것이다. 기업에는 감정이 있으나 시장에는 감정이 없다는 말이 맞다. 아무리 좋고 옳은 것이라도 결과가 좋지 못하면 무조건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결과가 좋다고 해서 그것이 정말 좋고 옳은 것은 아니다.

얼마 전 게리 해멀의 <꿀벌과 게릴가>를 읽었다. 요즘 인기 있는 블루오션 전략이나 대부분의 혁신이론 등과 같은 것도 사실 <꿀벌과 게릴라>에서 말하는 혁신과 기본 틀은 같은 것이다. 경영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등 그의 주장은 상당히 설득력 있었다. 소극적으로 그의 주장을 긍정하는 수준을 넘어 적극적인 지지를 하게끔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가장 큰 약점은 그가 인용한 혁신기업이다. 그가 기존의 기업들이 현대적이지 않은거대기업이라고 비판하면서 혁신기업의 예로 실리콘밸리의 기업들과 엔론을 들었다. 문제는 실리콘 밸리가 몇년간 침체를 겪고 있으며 엔론은 부정회계로 인해 망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 대우그룹과 마찬가지로 파산한 엔론을 혁신기업이라고 했던 게리 해멀의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을 잃고 말았다. 그의 주장이 옳으냐 옳지 못하냐를 떠나 감정이 없는 시장은 그의 주장을 묵살시키기에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때론 이 경영학이 과연 학문적 가치가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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