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 - 나무를 다루다, 사람을 다루다
신응수 지음, 서원 사진 / 열림원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지금이야 정해진 틀에 콘크리트를 부어 넣고 굳기를 기다리는 방법으로 짓지만 예전에는 나무를 기르고 자르고 망치로 두들기며 지었던 것이 집이다.

두 방법의 차이는 빨리 짓느냐 혹은 기술적 발전이냐를 떠나 집이라는 것이 상품이냐 아니냐의 차이라고 생각이 든다. 아무리 신자유주의 파고 속에 산다고 한다지만 내가 사는 집조차 상품이어야 하는 것은 얼마나 슬픈 현실인가..

하긴 집이 일터에서 돌아와 가족과 함께 쉬는 공간을 넘어선 건 오래 전이긴 하다. 집이란 하나의 재테크 수단이자 자산이고 또 나를 보여주는 또 다른 힘이기도 하다. 그런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을 아웃사이더 혹은 사회 부적응자라고 평할지 모르겠지만 다른 건 다 몰라도 적어도 집만큼은 그런 논리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내 바람이다.

바로 상품이 아닌 의식주 즉, 우리네 삶의 기본적 원형이었을 때의 집을 짓던 사람을 우린 목수라고 불렀다. 비록 목수라는 직업이 하찮은 것일지라도 그는 우리의 집을 지었고 우리의 삶과 가장 닮은 나무를 다룬 사람이기에 우리의 삶을 정확히 꿰뚫는 사람이기도 하다.

우리 시대 대목수 신응수의 <목수>가 그 글이 다소 매끄럽지 못하고 새로울 것이 업는 내용임에도 신선하고 가슴에 와닿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우리 시대 나무와 함께 했고 우리 시대 집짓기에 모든 열정을 담은 사람의 짧은 글들 속에 인간애가 담겨 있고 그 속에 세상을 바라보는 진실이 묻어난다.

잊힌 것을 붙드는 사람은 미래를 쫒는 사람이다. 현재와 미래에 두팔을 허우적거리는 사람보다 과거를 붙드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미래를 잡을 가능성이 더 높다. 그래서 신응수의 <목수>는 잃어가는 과거를 아쉬워하는 글임에도 불구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하는 책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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