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그루입니다 1
최라온 지음 / 발해커뮤니케이션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작가님은 주인공인 한그루를 완성하기까지 10년 가까운 세월이 걸렸다고 한다. 그루의 어린 시절은 10년 전에 작성하였고,  성인시절은 10년 후에 쓰게 되었다고 한다. 1부와 2부의 느낌이 다른 것은 작다가 의도하지 않았음을 독자들이 알아주길 바란다는 작가님의 글이 적혀 있었다. 한그루라는 인물 천재 피아니스트의 사랑 우정 그리고 가족 이야기가 1.2 권으로 나뉘어 있다. 나도 이런 남자 친구가 혹은 이런 오빠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책을 잡고 있는 순간마다 들었다. 나는 책을 사랑하기 전에 피아노를 먼저 사랑하던 아이 었다. 나의 왼쪽 손을 자세히 보면 약지 새끼손가락부터 손바닥에서 손목으로 이어지는 곳은 10cm 이상 봉합 흉터가 여전히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그 후로 나는 피아노에게 작별을 고했다. 그래서 나는 이 소설 내용이 피아노와 연관되어 있어 더욱 끌렸는지 모르겠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함께 부딪치면 살아가면서 때론 행복하고 기쁘기도 하지만 또 어려운 게 더 많은 게 사실이다. 그 어려움을 어떻게 대처하고 풀어가는지에 따라 인생의 흐름 인생의 위치가 순간마다 바뀌기도 한다. 소설의 내용을 따라 읽다 보면 글은 투박하지만 마음에 콕콕 와 닿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이 세상은 때론 살아가고 싶지 않은 사람들과도 살을 섞어가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인지해주면서도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에 겁내지 말라는 메시지가 담겨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최라온

경영학을 전공했고 <나는 한그루입니다> 첫 출간 작품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오랜 백수 생활을 한 끝에 신문사 기자가 되었다. 좋아하는 글을 쓰는데 월급까지 받는다는 생각으로 즐겁게 직장생활을 했다. 현재는 프리랜서로 교육 칼럼 여행 긇 등 다양한 글을 쓰고 있다. 좋아하는 일만 하고 좋아하는 것만 먹고 좋아하는 사람들만 만나며 살고 싶다. 현재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좋아하는 글 쓰는 게 인생의 낙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루의 가족 구성원을 살펴보면 엄마(혜란) 아빠 장녀인 담홍 둘째인 그루 막내 여동생인 담빛이 한 구성원이다. 아빠 한광우는  타고난 냉소주의자에 지독한 현실 주이자였다. 일류학교에 경영학과 교수이기도 했다. 그루라는 인물은 24시간 내내 나의 내면의 소리에만 귀를 기울이고 살며 세상과의 소통에는 관심이 없는 인물이다. 그루는 간단한 단어를 내뱉을 때조차 말을 더듬는 아이였다. 엄마는 타고나길 예민한 아이라고 했지만 아빠는 정신적 결함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루의 동생인 담빛은 오빠를 이해하는 유일한 사람이자 귀여운 아이이다. 어느 날 엄마가 외출한 사이 피아노를 친 그루 그 광경을 목격한 엄마는 상기된 얼굴로 민 교수님께 연락을 한다. 민 교수님은 부드러운 목소리를 지닌 사람이었다. 담홍이가 먼저 피아노 연주를 시작했지만 너무 진부하다는 평을 내렸다. 민교수님은 점점 그루의 눈높이에 맞춰 그에게 다가서고 그루에게 절대 음감을 발견하고선 친구가 되자고 제안한다. 그런 광경이 못마땅한 담홍은 그루에게" 민 교수님 앞에서 피아노는 절대 치지마" 라고 말하며 복수를 하게되고 자해한 것처럼 일을 꾸미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혼자 중얼중얼 거리며 불안증세까지 보이는 담홍을 데리고 아빠는 정신의학과 전문이인 최박사에게 데리고 간다. 최박사는 조현병이라는 진단을 내리게 되고 그 후 학교에 소문이 돌기 시작하자 담홍은 학교를 그만두게 된다.


"초등학교 졸업식 날 담홍 누나는 학교에 오지 않았다. 아무도 담홍 누나를 찾지 않았다. 그토록 친했던 친구들도 이젠 담홍 누나를 완전히 기억 속에서 지워 버린 것만 같았다. 나는 섬뜩했다. 세상이란 참 냉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기억에서 지워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 세상이 참으로 냉혹하다는 말 누군가의 기석에서 지워지는 것은 순식간이라는 말이 마음에 아린다.

 

민 교수님 집에서 레슨를 받게 된 그루 엄마와 함께  민 교수님 댁에 주기적으로 방문하게 된다. 남편 (광우)는 민 교수님과 아내(혜란)의 사이를 의심을 품고 사람을 고용해 둘을 미행하기 시작한다. 겨울 방학 무렵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게 되고 돌아가시기 며칠 전에 남편 (광우)가 다녀간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알리바이가 충분해 사건은 종결되고 아내 (혜란은) 그에게 이혼을 요구한다. 그녀가 이혼하지 않은 이유는 그녀의 아버지였으므로  


"밥 먹고 자는 시간 뺴고는 계속 치는 것 같아요. 쉴 때는 음악 듣고" 

"실력이 정말 많이 늘었어요. 전혀 다른 사람의 연주를 듣는 것 같네요"

누나는 고독해 보였다. 지독히고 외로워 보였지만  그 누구도 자신의 세계로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나는 왠지 담홍이 끊임없이 피아노 연주만 쉴 새 없이 하는 이유도 자신의 세계에 아무도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것에 대해 정말 몸서리치게 온몸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 시간들이 나에게도 존재했기 때문이다. 무언가에 끊임없이 나를 쏟아붓어야만 살아낼 수 있던 하루였다. 그 시기에는 나 역시도 아무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 장례가 끝나고 다시 학교에 나온 나무는 여전히 밝은 모습이었다. 예전처럼 잘 웃고 잘 떠들고 장난도 잘 치고 활기차 보였다. 그 누구도 나무가 소중한 누군가를 영원히 잃었다고는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그 점이 나를 더욱 슬프게 만들었다.


그루가 초등학교 가서 사귀게 된 친구 나무

나무는 엄마가 집을 나갔고,  할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무의 할머니가 하늘나라로 가셨고 그런 할머니의 장례식을 치르고 학교에 돌아온 나무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슬픈 일을 겪고 나서도 아무렇지 않게 나타나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인생을 살면서 나는 몇번 마주 한 적이 있다. 나는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찡함을 느끼곤 했다. 그루도 나무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사람 일이란 게 모르지 않냐. 무슨 길로 가든 나는 널 응원하겠다만. 뭘 하든 재밌게 지내렴. 그게 가장 중요한 일이지. 굳이 의미를 찾고 그러진 말아라. 그냥 사는 거다. 그렇다고 막 살라는 소리는 아니다. 무슨 뜻인지 알겠니." 

 

 

제나와 라온의 사랑이야기는  나의 마음에도 봄바람을 살랑살랑 일으키게 만들었다. ​그루의 윗집으로 이사를 오게 된 제나는 그루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주었다. 학교에 뭘 배우러 가는 것이 아닌 오로지 제나 누나와 같이 등교를 하기 위해서 초등학교 입학하게 된다. 제나는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차를 좋아했다. 시간이 지나 제나는 중학교에 진학하게 되었고 자동차에 대한 열정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그러던 어느 날 그토록 자신이 꿈꾸던 유학던 독일 유학길에 오르게 되며 작별을 맞이한다. 독일에 가면 자주 연락하겠다는 제나는 3년 넘도록 연락 한번 그루에게 하지 않았다. 그루는 자신이 유명해지면 한 번은 그녀가 자신을 보러 와줄 것 같은 생각에 쇼팽 피아노 콩쿠르에 대해 대상을 타게 된다. 앞으로 이 둘은 어떻게 될까?  진실로 삶을 흔들어 버리는 순정남 같은 그루가 연상연하의 이들의 첫사랑이야기는 기대하면서 보아도 좋다.

 

"불쌍한 사람은 없는 거야. 불편하게 사는 사람은 있어도. 누나는 그냥 좀 불편 한거야. 감각이나 세상을 보는 관점이 좀 더 예리하고 날카로운 거지." 나는 그루만큼이나. 관심이 갔던 등장인물은 나무라는 사람이다. 나무가 사람에게 대하는 자세와 바라보는 시선을 배우고 싶어 졌다. 어떻게 저렇게 유순할 수 있을까 하고? 나무가 담홍에게 보여주는 사랑은 방식은 나에게 많은 여운을 주었다. 피아노를 세상에서 매력적으로 칠 줄 아는 남자는 어떤 사랑을 할까? 때론 아프지만 눈부신 청춘들이 좌충우돌해가며 성장해나가는 로맨스이자 피아니스트 가족사를 실감 나게 담아내고 있으며 어렵지 않아 쉽게 읽히고 감성을 자극하는 이야기가 가득 담긴 동시에 묘사마저 디테일한 최라온의 장편 소설 나는 한그루입니다. 리뷰이었습니다. 오래간만에 만나보는 힐링 소설이었다.

 

★해당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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