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맡기는 보관가게
오야마 준코 지음, 이소담 옮김 / 모모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랜만에 군더더기 없는 담백한 작품을 읽었다. 오야마 준코 저자의 <마음을 맡기는 보관가게> 작품은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따뜻한 감성과 서정적인 감성이 어우러져 봄의 계절과 딱 맞아떨어졌다. 또한 에피소드마다 화자가 바뀌고, 고양이, 유리 진열장 등 인간이 아니라는 점에서 신선하고, 예측할 수 없는 반전으로 독자를 이끈다. 손때가 묻은 물건들은 저마다 깊거나 얕은 사연들이 있다. 오롯이 혼자만의 추억일 수도 있고, 가까운 사람과의 추억일 수도 있다. 타임캡슐이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고, 초등학교 졸업 당시 담임 선생님은 타임캡슐 보관함에 각자 소중한 것들을 넣어 20년 후에 개봉하자고 했다. 나는 타임캡슐 보관함에 댕기머리는 넣었는데 그 이유는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기리시마 도오루는 불의의 사고로 눈을 잃고 부모님 마저 집을 떠나 홀로 남게 된다. 어느 날 집에 한 남자가 들이닥치고 남자의 부탁을 들어주게 된다. 이후 도오루는 보관가게를 떠올리게 되고 가게의 주인이 된다. 보관가게는 네 가지의 규칙이 있다. 하나 보관료는 하루에 100엔이다. 둘 정해진 기간이 지나기 전에 찾아오셔도 보관료는 들려주지 않는다. 셋 정해진 기간이 지나면 보관 품은 주인의 것이 된다. 넷 맡기시는 분의 성함을 꼭 여쭌다. 보관가게에는 여러 사람들이 다양한 물건을 맡기기 위해 찾아온다. 히나 인형, 결혼반지, 가발, 배게, 전통술 등 처음부터 버릴 목적으로 물건을 가져오는 사람도 있고, 그냥 갖고 돌아가는 사람도 있으며, 보관료를 열 배나 올려 받으라고 하는 사람도 등장한다.

쓰요시는 이혼 가정의 자녀이다. 쓰요시 엄마는 이웃이 사용하던 낡은 자전거를 쓰요시에게 물려주려 하고 쓰요시 아빠는 입학 선물로 새 자전거를 쓰요시에게 선물하게 된다. 동시에 두 대의 자전거가 생긴 쓰요시는 착잡한 마음으로 보관 가게에 자전거 번갈아 가며 맡긴다. 도오루는 단순히 물건만 보관해 주는 것이 아니라 가게에 찾아온 손님들의 이야기를 편견 없이 들으며 해결책을 모색한다. 우리는 겉치레가 아닌 내면에 집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보는 눈이 있어 나도 모르게 편견이 생기고 고정관념이 생긴다. 사람의 마음을 진심으로 위로하기 위해서는 도오루 같은 자세를 배워야 하지 않을까? 오늘도 책상에 반듯하게 등을 펴고 앉아 점자책을 읽으며 언제 올지 모를 손님을 기다리는 도오루 가게에 어떤 손님이 찾아올지 궁금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