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익스체인지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2
최정화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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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최정화 작가님 책을 읽었다. 최정화 소설의 매력은 강력한 서사로 인해 단숨에 빨려 들어간다. 메모리 익스체인지를 읽고서 나는 그녀의 전 작품 <없는 사람>이 떠올랐다.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지 못한 채 살아가던 "무오"가 노조 와해를 시도하면서 이부의 지시를 거역하기도 하며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사람이 되고 만다. <메모리 익스체인지>는 반대로 자신의 내면과 기억인 사라진 화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알기 위해 일어난 소동을 담고 있다.

전 재산을 털어 비행선 티켓을 사서 화성 출입국에 도착한 니키의 가족은 화성에서 생활할 수 있는 '아이디얼 카드'가 없어 출입국 밖으로 나가지 못한 채 지구인들에게 제공된 다섯 개의 공간의 수용소에 갇히게 된다. 아이디얼 카드를 발급받지 못한 이주민은 경제 사정이 어려운 화성인의 아이디얼 카드를 자신과 화성인의 기억을 교환하는 메모리 익스 체인지를 통해 얻을 수 있다. 니키는 화성인이 되기로 결심하고, 화성인 반다와 기억을 교환하게 된다. 이주민의 기억을 받은 반다는 제로화 구역 10호의 수용인으로서 통제력도 잃은 채 갇힌 채로 감시와 통제 속에 살아가며, 니키는 자신이 화성인이라 믿으며 화성 사회로 진입한다. 니키는 메모리 익스체인지사에서 이주민과 화성인의 기억을 교환하는 일 맡고 있는 '도라'로 살고 있다. 그녀의 연인인 큐는 2년 전부터 다른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지만 도라는 기억하지 못한 채 자꾸만 연락을 한다. 어느 날 무타 상태가 된 반다는 수용소의 전파 오류 사고로 인해 그곳을 탈출하게 되고, 무장 경비원이 반다를 쫓는다. 무타 상태인 제로화인은 메모리를 찾아가기 마련이다. 반다는 메모리 익스체인지사에서 일하고 있는 도라를 찾아가게 되는데,,

"사람들이 널 어떻게 대하든 간에 넌 자유롭고 존중받아야 할 인간이야."라는 문장이 작품 안에서 몇 번씩이나 반복되면서 소설을 점점 고조시키는 동시에 저자가 작품에서 말하고 싶은 메시지를 보여준다. 삶에 균열이 생길 때 인간은 자신의 위치와 정체성에 관하여 제일 먼저 고민하거나 혼돈스러워한다. 지구인 니키가 화성사회에서는 자신은 화성인이라는 의심 없이 도라로 살고 있었지만. 결국 자신이 이방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장면은 자연스레 사회 이슈인 난민 문제를 떠오르게 만든다. 더 나아가 난민들에게 우리가 대해야 할 올바른 태도와 자세에 대해서도 말한다. 반다는 자신에게 남은 시간을 자신에게 이식된 기억을 니키에게 들려주고 자신의 기억을 돌려받는데 사용한다. 에릭 에릭슨은 "정체성이 없다면 살아있는 기분을 누릴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삶에서 스스로가 정체성을 확립하는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상기시켜주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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