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독 이모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1
박민정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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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이기려고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 오래된 신조였으나, 내게 글쓰기는 언제나 과업이었다. 나를 증명할 수 있는 수단이었고 경쟁에서 이길 수도 있는 유일한 도구였다. (P11)"

판문점 선언 후 2년이 되는 지금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가동을 위한 복지가 필요한 시점 박민정 작가는 한국과 상황이 겹쳐지는 '독일 통일'을 이야기한다. 독일 통일은 경제적인 번영과 면적이 큰 서독이 동독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그로 인해 민주적 사회주의 이룩하지 못한 동독의 지식인들은 "독일은 통일되지 않았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동독 출신의 학자 클라우스와 결혼한 이모 그들과 관계된 쓰기를 시도하고 있는 우정의 이야기다. 독일 현대 희곡을 전공하며, 독일 통일을 현지에서 경험한 이모는 자신을 '독일 이모'가 아닌 '서독 이모'라 칭한다. 그러면서도 우정에게 언젠가 꼭 남북통일 (남북 데탕트)대한 글을 써보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우정은 학부 졸업 후 대학원에 들어가 독문과 수업을 청강한다. 우연히 독일 통일 20주년이라는 세미나에 참석하게 되고, 동독 지식인이라는 단어에 이모부인 클라우스를 떠올리게 된다. 그는 이모와 결혼한 지 2년 후 실종되었다. 브레히트 번역되지 않는 글들로 논문을 쓰던 때였다. 우정의 논문 주제는 '문화 실천과 기능전환'이었고, 그녀는 독문과 교수인 최 교수를 찾아간다. 최 교수는 열성이었고, 우정에게 아직 번역도 되지 않은 브레히트 저작을 참고문헌으로 작성하기를 밀어붙인다. 결국 독일어 한 글자도 모르는 한국 문학 전공생이 어떻게 브레히트의 번역되지 않는 저작의 이론적 토대로 논물을 쓸 수 있냐는 지적이 이어졌고, 우정에게 있어 흑역사로 남는다. 최 교수는 우정이 경희 조카라는 사실에 놀라움을 표했고, 유학시절 같은 희곡 창작 스터디에 몸담았다고 말했다. 우정은 최 교수가 클라우스에 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을까? 궁금해진다. 우정은 최 교수가 들려준 이야기의 여백을 채우기 위해 '동맹'이라는 제목을 붙인 소설을 계획하는데...

"경희 이모 남편은 찾았대? 자라오며 나는 가끔 엄마에게 물어봤었다. 엄마는 무심하게 아니, 대답하다가 내가 고등학생이 될 무렵부터는 혼을 내기 시작했다. 이모의 불행이 심심풀이 땅콩이니? 왜 그렇게 관심을 가져? 그런 말을 들은 이후로는 더 이상 물어볼 수 없었다." (P20) 이 작품은 동독의 출신 클라우스와 클라우스가 떠난 뒤에도 여전히 홀로 살고 있는 이모를 쓰기라는 행위를 통해 이해하려 해보지만 이해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는다. 논문은 완성했지만 클라우스와 이모가 등장하는 소설을 미완성으로 남는다. 타인을 완전히 이해하기란 이토록 어려운 것이며, 작품 안에서는 가장 원초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창작물을 만들기 위해 드라마 투르기 하는 과정에 있어 작가는 고도의 윤리의식이나 도덕의식이 요구되어야 하지 않을까? 고뇌한 저자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최선을 다하고 최악을 기대하라"(P38) 창작자로서의 고통을 드러내기도 하며, 쓰기를 통해 문학적 참된 의의를 찾아가고 있다. 주류 언론에 실린 칼럼의 글을 실어 넣으면서 통일의 모델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서독 이모>작품이다.

박민정 작가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여 당대의 문제의식을 담아내고 있는 작가다. 이번 소설 역시 짧지만 묵직하게 다가와 여운이 많이 남았다. 밀도 있는 그녀의 작품을 계속해서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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