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모유키 - 제1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조두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임진년에 일본군은 조선의 주요 성을 점령했다. 그들은 성을 점령하면 승리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임금이 도망갔는데도 조선은 항복하지 않았다. 의병이 일어나 일본군을 괴롭혔다. 일본군은 자신들이 돌담으로 둘러싸인 성안의 좁은 땅만 차지했을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절망한다.


1597년 정유년, 일본은 십사만 일천오백명의 군사로 조선을 다시 침략한다. 처음 얼마간은 전주로 향하는 길에 막힘이 없었다. 하지만 차츰 전세가 바뀌어 육군이 상주 목사 정기룡에게 패한 뒤 직산 싸움에서 크게 졌고, 9월 16일 이순신에게 명량에서 패하면서 일본 수군 역시 무너진다. 육군과 수군은 서해에서 만날 수 없었다. 퇴각을 거듭하던 일본 육군은 순천과 울산을 잇는 남해 연안에 성을 쌓고 1598년 11월 18일 철수 때까지 주둔했다. 고니시 유키나가 휘하의 일만 삼천여 병졸과 역부들 역시 순천 인근 해안에 산성을 쌓았다.


소설은 바로 그 고니시 유키나가 휘하의 군막장 도모유키의 시선을 빌어 전개된다.


도모유키의 눈에 비친 조선군은 무시무시하다. 바다에는 이순신이 자신의 목숨을 내어 놓고 일본군의 퇴로를 완벽히 차단하고 있었다. 그 장군에게는 뇌물도 통하지 않아 일본군의 목을 잘라 바쳐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일본군들은 언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알지 못한 채, 기약없이 성을 보수하고 인근 민가를 약탈해 식량을 보급했다. 때로 도자기를 빚을 줄 아는 기술자를 잡아오면 상이 내려오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일본군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잘못하면 매질 당하고, 심하면 목이 날아갔기 때문이다.

성 안에는 붙잡혀온 조선인들이 꽤 있었고, 그들은 성을 보수했다. 제대로 된 음식을 지급받지 못했고, 활용가치가 없어지면 살해됐다. 그리고, 일부는 상인들에게 팔려 일본으로 끌려갔다.

도모유키는 그런 혼란한 와중에 조선여인 명외를 사랑했다. 명외를 보면 가난 때문에 술집에 팔려간 동생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어느 날부터인가 공기가 달라지더니 철군 얘기가 나온다. 도모유키는 철군 직전 조선인들을 모조리 죽여 없앨 것을 알았기에 목숨을 걸고 명외를 탈출 시킨다.

마침내 철군 하는 날, 도모유키가 탄 배는 조선수군에 의해 여지없이 격파되고 패잔병들이 다시 육지로 돌아와 무리를 지어 이동한다. 하지만 살기위한 이동일 뿐 목적지도 분명하지 않았다.

도모유키는 명외가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다. 일행으로부터 외따로 떨어져나온 도모유키가 명외가 살던 마을이라고 짐작되는 곳으로 발길을 옮긴다.

눈보라를 헤치고 마침내 명외의 집에 당도한 도모유키의 눈에 미소 짓는 명외의 얼굴이 보인다. 도모유키가 손을 뻗었지만 닿지 않았고, 눈앞은 점점 어두워진다. 바람이 일어났고, 그늘에 쌓인 눈이 날았다.


전쟁을 통해 이득을 얻는 자들이 있다. 그들은 패배해도 얻는 것이 있기 때문에 기꺼이 전쟁을 치룬다.

민중들은 전쟁의 승패와 관계 없이 죽거나 상하고 삶은 피폐해진다. 소설에서 조선군인들이 일본군에게 잡혀갔다온 백성들을 모조리 도륙하는 내용이 나온다. 그런 맥락에서 도모유키와 명외는 비록 국적은 다르지만 핍박받는 민중이라는 점에서는 같다.

간결한 문체, 특이한 시각 모두 좋았다. 서사가 조금 약하고, 사투리는 못봐줄 정도로 어색했지만, 그런 흠결에도 불구하고 즐겁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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