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게임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신유희 옮김 / 예담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주인공 와타나베 미츠야는 이제 고3이 되었다. 하지만 진로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 학창시절 야구에 몰두했지만 가나가와현 지구예선 2회전에서 6회 콜드패했기 때문이다. 이제와서 공부하는 것은 늦은 것 같고, 그렇다고 야구를 계속 하자니 콜드패할 정도의 실력이라 입증된 것 같아 의욕이 나지 않는다.

미츠야가 어떻게 하는게 좋을지 결정하지 못해 우물쭈물하던 그 시기에 사건이 일어난다. 중학교 동창 히로키가 피습당해 쇄골 골절로 전치 4주의 상처를 입은 것이다. 히로키는 범인이 히로요시, 통칭 토로요시라고 했다. 당한 것은 히로키 만이 아니었는데, 중학교 2학년 당시 히로요시를 왕따 시키고 괴롭혔던 아이들이 괴롭혔던 강도에 걸맞는 보복을 차례로 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미츠야의 절친 료타 등이 히로요시를 잡아 혼쭐을 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실 료타는 중학교 시절 히로요시의 왕따에 앞장섰던 구제불능의 문제아였기 때문에, 보복의 강도로 치면 료타는 목숨으로 갚아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따라서 료타는 히로요시보다 선제적으로 행동에 나설 필요가 있었다.

미츠야와 료타가 매일 밤 순찰을 돌고, 예상되는 희생자를 만나기도 하는 등 포위망을 좁혀 가지만 히로요시는 좀처럼 꼬리를 잡히지 않는다. 미츠야와 료타는 결국 히로요시의 부모로부터 역추적을 시작하는데, 부모 역시 히로요시 때문에 고통을 당하고 있는 듯했다.

히로요시의 아버지는 과거 히로요시와 그의 어머니를 버리고 바람을 피운 댓가로 최근 폭행을 당한 듯 했고, 어머니 역시 쓰레기장 같은 집에서 겨우 밥벌이나 하면서 아들의 행방도 잘 모른 채 사는 것 같았다. 그리고 조금씩 드러나는 히로요시의 변화상에 미츠야와 료타는 놀라고 만다.


여름 휴가 때인 7월 26~27일, 산청 지리산 수련원에서 읽은 책인데 휴가 이후로 정신 없이 일하다 보니 이제야 독서일기를 적는다. 소설은 이시다 이라 풍의 학원물로 왕따 문제를 미스터리 형식으로 다루고 있는데, 엽기적이고 섬뜩한 결말에도 불구하고 왕따 문제에 대한 진지한 천착은 엿보이지 않는다. 왕따 문제가 스토리를 이어가기 위한 소재로만 이용되고 폐기처분된 느낌이랄까.

돌이켜 생각해 보면 학창시절, 엄석대와 같은 존재는 주변사람들에게 말할 수 없는 공포를 불러 일으킨다. 어른들의 힘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을 듯 보이는 그 거대하고 부조리한 힘에 보통의 여린 학생은 뱀을 만난 개구리처럼 숨도 제대로 못 쉬거나, 차라리 똘마니가 되는 편을 택해 공포에서 벗어나려 할지도 모른다. 

얼마 전 인천에서 일어난 초등학생 살인 사건이 떠오른다. 그들을 제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겠지만, 일단은 소년법 개정을 통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래서 사회가, 공동체가, 정의가, 부조리한 힘의 행사에 대해 반드시 보복해준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문제는 지금 당장 소년법 개정과 같은 법의 엄정한 집행을 한다해도, 사회가 민중을 보호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이 사회에 스며들기까지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는 점이다. 그동안 엄정한 법의 집행은 권력에 대항하는 민중을 요리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 점(삼청교육대, 범죄와의 전쟁 등등)도 의구심의 한 축을 형성한다.

근대 이후 단 한번도 민중에게 위해를 가한 집단이 처벌받지 않은 오욕의 역사 속에서, 사람들은 '사회가, 공동체가 나를 지켜줄 것이다' 라는 믿음을 버린 지 오래이며 '각자도생' 네 글자만을 금과옥조로 여기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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