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보는 여자
김이소 지음 / 민음사 / 1996년 5월
평점 :
품절


주인공 '나'는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부유한 고객층을 상대로 디자이너의 옷을 파는 A숍에서 일하고 있다. 설악산 여행을 위해 고속도로를 운전하던 중 백미러를 통해 자신을 바라보던 남자가 관심을 보이자 그와 얘기를 나누고 식사를 한다. 그의 직업은 문화평론가이며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몇 번의 만남 후 그가 '나'에게 동거를 제의하면서 '얽매이는게 싫어  결혼은 싫지만 책임은 다하겠다' 고 말한다.

처음 얼마간은 관계가 잘 유지되는 듯 했으나  점차 그가 '나'의 학력과 친구들의 수준에 혐오감을 표명하기 시작하여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나'는 그가 원하는 옷을 입고 그가 원하는 장소에서 예쁜 여자친구 역할을 할 뿐, '나'의 생각이나 취미는 무시된다. 결국 그가 떠난 후 다른 여자와 머물고 있는 집에 찾아가 스스로 머리카락을 가위로 마구 잘라낸 후 교통사고를 내 병원에 입원하고, 정신과치료를 받아보라는 권유에 상담은 받지만 그 상담을 통해 자신의 상처가 치유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작중 여성들의 공통점은 대상화 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주인공은 문화평론가인 '그'가 말하는 모습을 좋아할 뿐 내용은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지도 못한다. 그러면서도 '그'가 원하는 옷을 입고, 원하는 장소에 동석한다. '나'의 동료는 불륜상대로 이혼 얘기를 꺼내지도 못하고 버림 받는다. '나'의 엄마 역시 어렸을 적 남편을 잃은 후 생계를 꾸려오다가 뒤늦게 '아저씨'를 만나 외로움을 달래고 있지만 이를 떳떳하게 생각하지는 못하는 듯 하다.

 

작중에서 '신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연극의 관람 후 연출가와 나의 대화는 '그'의 허위의식을 드러낸다.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리며 두 명의 등장인물이 끊임없이 부조리한 대화만을 하는 것을 보며 '나'는 끔찍하다는 느낌을 얘기하지만, '그'는 그녀가 예술을 이해할 능력이 없으며 훌륭한 작품을 매도한 것처럼 불쾌해한다. 하지만 정작 연출가는 그 연극을 보면서 관객이 지루하고 끔찍한 느낌을 받기를 의도하였으나 허위의식에 가득찬 관객은 마치 그 안에 다른 무엇인가가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지루하고 끔찍하다고 말할 용기를 내지 못한다며 한탄한다.

 

소설에서 주인공은 감정표현을 직접 하지 않는다. 동일한 상황에 대한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자신이 하는 일 조차 타인의 시선으로 보는 것 처럼 처리하기도 한다. 작가의 시도가 신선하고 성공적이었는지는 의문이다. 또 작중에 '그'와 예술가 무리의 대화 중 '소설은 일단 재밌어야 하며 독자는 재미가 없으면 책을 덮으면 그만'이라는 얘기가 나오는데, 자신의 작품에는 그런 기준을 왜 적용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소설은 재미가 없었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29200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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