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바다 - 제12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기자 시험에 번번이 떨어지는 '나'(은미)에게 소꼽친구 민이가 말했다. '성악 콩쿠루에서 구성지게 트로트를 부르는 격'으로 작문시험을 치니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어쨌든 이번에도 '나'는 기자 시험에 떨어졌다. 정수리는 원형 탈모로 횡해졌고, 나이는 스물일곱이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갈비집에 나와서 일이나 배우라고 왜장치는 걸 뒤로하고, '나'는 죽기 위해 수면제를 사모으기 시작한다. 200알을 모은 '내'가 결행을 앞둔 시점에, 할머니의 특명이 떨어진다. 고모를 만나러 미국에 갔다 오라는 것. 


고모는 임신 육개월이 될 때까지 가족들을 감쪽같이 속였다. 온갖 고문에도 굴하지 않고 아이 아버지 이름을 밝히는 걸 거부한 뒤 낳은 아이가 찬이다. 얼마 뒤 재미교포 로저를 따라 미국에 간 고모는 찬이가 다섯 살 되던 해 귀국해 찬이를 맡기고 다시 미국으로 가버렸다. 그 뒤로 고모와의 인연은 끝인 줄 알았는데, 지금 할머니는 그 고모가 미국 항공우주국에서 비행사로 일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매달 찬이 몫의 돈을 보내왔다고 고백하는 것이 아닌가. 

 

자살 소동은 얼렁뚱땅 정리되고 '나'는 민이와 미국갈 준비를 한다. 민이는 어렸을 적부터 성정체성에 혼란을 겪었고, 현재는 성전환수술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상태였다. '나'의 가족은 민이가 그쪽 성향임을 알았기에 같이 여행가는 데 반대하지 않았다.


주소만 달랑 들고 렌터카를 빌려 고모가 사는 동네로 간 '나'와 민이는 레이첼이라는 부잣집 아줌마를 만나게 된다. 편지 속에 나온 룸메이트였다. 레이첼의 안내로 고모를 만나 이야기꽃을 피운 '우리'는 며칠 뒤 고모가 일하는 NASA에 함께 간다. 고모는 NASA 건물의 한켠에서 스낵과 기념품을 팔고 있었다. 고모의 새 남자친구 조엘도 소개를 받는다. 조엘은 트렁크에 슬리퍼를 싣고 다니면서 해변에서 장사를 하는 욕심 없는 남자였다. 고모와 조엘, 그리고 레이첼 모두 저간의 사정이 어떠한지는 모르겠지만 삶의 구비길을 돌아 현재의 자신과 대면해 충실한 삶을 꾸려가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다시 돌아온 '나'는 미국에서 주워온 돌을 월석이라며 할아버지에게 건낸 뒤 고모가 NASA에서 우주비행사로 훌륭한 삶을 살고 있다고 전해준다. 찬이는 고모의 전화에 불같이 화를 내며 괴로워했지만 차츰 화해모드로 돌아서는 눈치다. 민이는 집을 나와 성전환수술 상담을 받은 뒤 나에게 전화해서 작가가 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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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거짓말, 성적 소수자에 대한 포용, 새로운 출발을 향한 벅찬 기대. 그 모든 것들이 적절히 조합되어 밝고 긍정적인 분위기 가득한 소설이다. 술술 읽히고, 술술 잊힌다. 삶이 저렇게 흘러가지 않기 때문에. 


https://blog.naver.com/rainsky94/221440877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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