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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피부 ㅣ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1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 지음, 유혜경 옮김 / 들녘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음, 막 끝장을 넘겼는데..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ㅋ
저자는 스페인 작가이며 문화인류학자라고 한다. 대학교수인 듯 하다. 65년생이니 아주 많은 나이는 아닌 것 같고.....
대략적인 스토리는...
세상에 대해서 혐오와 염증을 느낀 한 사내가 남극 대륙에 인접한 한 외딴 섬에 기상 관측관으로 자원을 한다. 일종의 도피랄까...
아주 작은 섬에는 전임 기상관만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갔다. 갔더니 기상관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거기엔 등대만 하나 외로이 서 있다. 등대엔 전혀 호의적이지 않고 미친 걸까 하는 의문이 생기는 남자만 한 명 있다.
배는 떠나고 일년동안 아무도 찾지 않는다. 그날 밤부터 알수 없는 괴물들이 공격해온다.
괴물들은 양서류의 피부와 사람과 같은 몸을 가지고 있다.
이때 부터 살기위한 사투가 시작된다.....
챕터 2가 지나고부터 스토리는 흥미롭다. 사건을 끊임없이 잘 연결해 나가고 있고, 주인공과 등대지기인 한 남자와의 관계, 그리고 괴물과의 사투 등으로 잘 이끌어간다.
근데 많은 부분에서 현실을 연상케해서 읽는 동안 편한 기분을 느끼게 하지는 않는다.
공격해오는 냉혈괴물들과 사투를 벌이는 장면은, 마치 강대국이 후진국을 침략해서 총으로 쏘아죽이는 것을 연상케 했다. 아프리카에서 흑인 포로들을 끌고갈 때가 이렇지 않았을까? 아메리카 대륙에서 인디언들을 몰아낼 때가 이렇지 않았을 까? 또 한편으론 세상의 각종 부조리와 죄악, 거짓, 탐욕에 물든 이들이 오직 평화로이 지내기만을 바라는 주인공을 공격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대항하는 두 사람 사이도 대화는 통하지 않는다. 다 각기 자신만의 벽을 쌓고 있고, 결코 서로 이해하지 못한다.
등대는 현실 세계에서의 구원, 도피처, 희망, 천국을 상징하는 것 같다.
저자는 마지막에 등대는 신기루라고 스스로 기록하고 있다. 이 세상 어디에도 그런 곳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 같다.
이 책엔 많은 상징들이 있다.
고독과 단절, 폭력과 욕망, 이성과 사랑.....
저자가 과연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무도 확실하게 말할 수 없는 글이다. 읽는 이 각자가 알아서 느낄 뿐이고 그런 오픈된 형식이랄까....
주인공이 암컷괴물과 수간을 하는 모습, 그녀에게 사랑을 갈구하지만 결코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끝까지 그녀에게 집착하는 모습에서 인간의 근원적인 외로움을 보는 것 같다.
섹스는 하지만, 결코 마음은 열지않는... 그런 관계들이 너무도 많은 현대를 연상케 해서 씁쓸하다.
이 책을 읽다보면, 차가운 피부를 가진 괴물들이 정말 차가운 건지, 주인공과 등대지기가 피부는 따뜻하지만 속은 더 차가운 건지 참 어렵다.
보는 동안 많은 사건들이 연상되었다. 아랍과 미국, 유럽 사이의 테러, 종교분쟁, 각종 폭력, 전쟁,....
저자는 뭘 말하고 싶었던 걸까? 사랑만이 해결할 수 있다고 하려는 것일까?
그런 것 같지도 않다. 냉혈괴물들의 아이들은 마냥 천진하고 호기심많은 아이일 뿐이고 그들에게 서로 마음을 놓고 사귀지만, '삼각형'이라고 이름붙여준 아이는 돌아오지 않는다.
결국 책 속에 상징적으로 표현된 일들은 현실에서 계속 반복되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일까..... 죄악의 무한 반복을 보는 것 같은 결말부분이었다.
암튼 읽고나서 생각이 많아지는 책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스토리적으로 꽤 술술 읽힌다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