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마이클 크라이튼 지음, 이원경 옮김 / 김영사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Next'는 대략 오백페이지 정도 된다.

책을 다 읽고 처음으로 든 생각은 이제 마이클 크라이튼이 자신의 명성과 위치에 맞춰서 강력한 정치적 혹은 정책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마이클 크라이튼의 다른 전작들 - 쥬라기공원, 바이너리, 먹이 등등 - 만큼 스토리적인 재미는 부족하다. 어떤 스릴이나 강렬한 호기심이나 사건의 전개에 대한 궁금증 같은 건 적다.

오히려 하나의 쉽게 읽을 수 있는 학술서를 보는 기분이었다. 그렇다고 지루하거나 하지는 않다. 충분히 흥미가 있고 마이클 크라이튼이 주장하는 바에 대한 타당한 근거가 잘 서술되어 있다.

우리나라도 '유전자특허'라는 것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일반인들도 그 유명한 사건으로 인해 충분히 저 단어를 인식하고 있다고 본다. 얼마전 황우석박사의 특허가 불충분하다는 보도도 있었고......

이 책을 읽으면 유전자 특허라는 것이 정말 평범한 일반인들에겐 얼마나 해가 되는 것인가 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결국 먼저 '선점하는게 임자'란 식의 유전자에 대한 특허로 인해서 각종 질병의 연구가 가로막히는 등의 폐해를 잘 느낄 수 있다.

또 한가지는 미국이란 사회가 삭막하고 비인간적인 사회란 느낌이 많이 든다. 오직 돈과 개인 혹은 기업의 이익만이 최고의 가치이다. 변호사도 그렇고, 과학자도 그렇고, 기업인도 그렇다. 물론 소설인 이상 과장된 면도 있을 것이고, 작가의 주장을 강조하기 위해 부풀려진 것도 있겠지만 '인간적'이란 단어는 이미 사라진 사멸어 같다. 마찬가지로 학자로 기억되는 '과학자'의 이미지도 이미 사라져버린 환상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

한 가지 아주 웃기는 건 자신의 몸에 있는 세포조차도 자신이 소유권을 주장하지 못하는 걸 보면 정말 현실에서 느끼는 건 절망뿐인 것 같다. 한 개인이 치료를 위해 자신의 세포를 기증한다. 그런데 거기서 연구를 통해 조금의 변형, 혹은 발견을 거쳐서 연구기관(대학이나 병원연구실)에서 그 세포를 특허로 등록한다. 그리고 나중에 원 소유자였던 개인은 자신의 세포임에도 아무런 보상도 아무런 소유권도 주장하지 못한다. 자신의 세포를 팔 수도 없고 다른 곳에 줄 수도 없다. 그리고 특허를 가진 쪽에서 요구하면 언제든 줘야 한다. 너무 어이가 없지만 그게 현실인가 보다.

이 책을 읽으면 유전자변형에 대해 한편으로 동화같은 설레임도 있을 수 있겠지만 한편으론 심각한 두려움이 생긴다. 흔히 영화나 소설처럼 유전자변형괴물이 나타나지 않을까? 유전자 변형 질병이 만연하는 것이 아닐까? 유전자 변형 식품이 과연 안전할까?

작가는 이 책에서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유전자 치료로 인해서 환자가 사망한 사례가 수백건이 넘으며 그 대부분이 공개조차 되지 않고 감추어져 있다고 폭로한다. 정말 무섭지 않은가?

스토리적인, 이야기적인 재미는 적지만 마이클 크라이튼이 다루고 있는 주제에 대한 깊은 관심과 자세한 조사, 역시 그답게 방대한 과학적 지식을 흥미롭게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천하고 싶다. 그래서 별 4개 선택했다.

하지만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원한다면 비추천이다. 다만 과학적인 내용에 흥미가 있다면 추천하고 싶다. 유전공학과 유전자 변형에 대해 알아듣기 쉽게 이야기처럼 풀어쓴 학술서 같다. ^^ 그래도 지루하지는 않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1.유전자 특허를 중지하라

2. 인간 세포 사용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마련하라

3. 유전자 검사결과 공개법을 제정하라

4.연구를 금지하지 말라

5. 베이-돌 법을 폐지하라

작가는 책 마지막에 이 5가지의 주장을 하고 있다. 유전공학에 문외한이지만 이 책을 읽고난 후의 느낌은 작가의 주장에 깊이 공감하며 찬성한다. 설득력 측면에서 이 책은 별 5개다. ^^

한번쯤 읽어볼만 하고 생각해볼만 한 문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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