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0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이다. 상당히 허무한 분위기를 풍기고 아주 짜릿하게 재미있지는 않다. 그냥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기분이랄까.... 전직 경찰이었는데 실수로 짤리고 무면허 사립탐정을 하고 있는 주인공과 창녀들, 그리고 뒷골목 세계랄까 그런 인물들이 나온다. 상당히 덤덤하달까 잔잔하달까 그런 느낌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완결부분에서 뭔가를 느끼게 해준다. 아주 강한 감동은 아니지만 주인공에 대해서 안고 등을 두드려주고 싶은 그런 마음이 들었다. 작가는 허무함 속에서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알콜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주인공과 하루 하루 대충 살아가는 창녀들...... 그러나 마지막은 희망 같은 것을 살짝, 아주 살짝 엿볼 수 있는 것 같다. 글 느낌은 상당히 밝은 편이다. 그렇다고 아주 밝고 쾌활하지는 않고 그냥 일상적인 평범한 날 정도랄까...... 암튼 주인공을 비롯한 인물들은 모두 살아 움직인다. 나름대로 사연도 있고. 특히 제목을 지은 센스랄까 아주 뛰어난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고 개인적으로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 뒷면의 소개글은 간단히 본문 중 일부를 옮겨 놓았다. 죽음에 이르는 800만 가지 방법이 있다. 그 중에는 자기 손으로 목숨을 끊는 방법도 얼마든지 있다. 지하철 자살이 그다지 좋지 않은 방법임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지하철에 몸을 던진다. 뉴욕에는 끝없이 긴 다리들과 고층 빌딩의 창들이 있다. 또 면도날과 빨랫줄과 약을 파는 가게들이 하루 24시간 문을 연다. 내 방 서랍에는 32구경 권총이 있다. 호텔 방 창문에서 뛰어내리기만 해도 간단히 죽을 수 있다. 하지만 한번도 그런 종류의 일을 시도해 본 적은 없다. 겁이 너무 많거나 불굴의 의지를 가졌거나 둘 중 하나겠지. 그것도 아니라면 나의 지독한 절망이 생각만큼 절실했던 적은 없었던 모양이다. 여하튼 계속해서 살아가게 만드는 뭔가가 있는 모양이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