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1의 대죄 1 ㅣ 밀리언셀러 클럽 39
로렌스 샌더스 지음, 최인석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하고 있는 일 때문에 꽤나 오래 붙잡고 있던 책이었는데 겨우 다 읽었다. 총 3권짜리 이야기인지라 길기도 길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 중 하나는 요즘 독자들에겐 조금 읽기 어렵겠다는 생각이었다. 나부터도 늘어지는 전개라든가, 지루할 정도로 상세한 묘사와 설명이라든지 그런 책은 좀 거북한게 사실이니까.
그럼에도 별을 4개 준 것은 인물이 정말 살아있다는 점과 정말 많이 조사하고 많은 경험이 녹아있다는 점이었다.
이 책엔 딱 2명의 주요 인물만 나온다.
블랭크라는 미치광이 살인자와 정말 철두철미하게 경찰인 델러니서장.
어느 정도로 인물에 대해 철저하게 세워져 있는 가 하면, 처음 1권의 반 정도가 오직 블랭크란 인물의 습성, 성격, 성향등을 묘사하는 것으로 채워져 있다. 구체적인 사건도 1권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시작될 정도다.
델러니 서장에 대한 묘사도 마찬가지로 집요할 정도로 꼼꼼하고 자세하다.
재미만으로 읽는다면 사실 많이 부족할 것 같지만 읽어볼 만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저자의 노력과 철저한 인물에 대한 탐구, 설정 등을 느낄 수 있고, 나름대로 많은 경험들이 녹아있는 것 같다.
이 책의 저자 로렌스 샌더스는 1920년에 출생해서 1998년에 사망했다. ^^;;; 엄청나게 오래된 글인 셈이다.
책 표지 안쪽에 기록된 내용을 보면 50세의 나이에 처음으로 애드거상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데뷔했다고 적혀있다. 참으로 대기만성형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 전까지는 과학잡지의 편집부에 일하면서 중단편을 꾸준히 집필했다고 하니, 참 그 끈기 하나만으로도 박수를 쳐주고 싶다.
그 이후 이 대죄 시리즈를 포함해서 시리즈 4종을 포함한 25편의 장편을 30년간 발표했고 출간마다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진기록을 세워 '미스터 베스터셀러'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한다. ^^b
로렌스 샌더스는 삶 자체만으로도 많은 꿈을 가진 이들에게 희망이 될 것 같다.
역시 글에서는 정말 나이가 주는 경험, 관록 같은 것이 느껴진다. 비록 요즘 시대에 비하면 다소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 엄청나게 자세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 때문에 - , 1권 중반이 지나고부터 나름대로 읽을 만한 재미를 준다.
<...... 사람을 올바로 깊이 있게 이해하지 못하고, 사람이 왜 발광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어떻게 좋은 작가가 될 수 있겠습니까? 사람의 내부로 파고드는 법을 배워야 해요. 사람의 마음속으로 침투하는 법을 배워야 한단 말입니다. 사람들의 정수 속으로, 영혼 속으로 파고들어야 한다구요. ...... 3권 38페이지>
<델러니는 갑자기 자신이 죄를 많이 지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죄는 자만심으로 인한 것이었다. 자만심으로 인한 죄악이 가장 큰 죄악일 것이다. 그런 죄악에 비하면 나머지 죄악들은 어쩌면 육신의 나약함으로 인해 야기된 사소한 것들인지도 모른다. 그에 반해 자만심은 정신적 타락이었다. 게다가 이 자만심에는 끝도 한계도 없어 사람을 파멸시키지 않는가. - 3권 377페이지>
<델러니라 하여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었다. 앞으로도 결코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을 것이었다. 그는 이제야 그것을 깨닫고 있었다. 세상에는 갖가지 경향과 흐름과 우연이 복잡다단하게 뒤얽혀 있었다. 오직 바보만이 감히 '나는 내 운명의 주인이다.' 하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3권 379페이지>
책에는 저자의 생각이 사이 사이 녹아있다. 그리고 왜 제목을 '제1의 대죄'라고 지었는지 알 수 있다. 바로 자만심, 교만을 범죄자와 경찰이라는 이야기 속에서 드러내고 있다.
짜릿한 재미는 없다. 다만 '이정도로 철저하게 하다니......', '역시 연륜이 드러나는 군.' 이런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맘에 드는 건, 정말 인물이 살아있고 생생하다는 점과 주제가 뚜렷히 서 있다는 점이다.
요즘 주제조차 없는 책들이 많지 않은가!
[뒷 표지 소개글]
뉴욕 맨해튼 곳곳에서 벌어진 비슷한 유형의 살인사건들. 범행 도구는 등반용 얼음 도끼로 추정된다. 경찰서장 델러니는 모든 정황을 고려한 치밀한 수사망을 통하여 수많은 용의자들을 검증한다.
마침내 정신병력을 가진 한 남자가 그의 과녁에 들어오는데...... 평범하기만 한 남자 대니얼 블랭크는 어떻게 잔인무도한 살인마가 되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