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들어 본 이야기 - 그네들이 보기엔 그 놈이 그놈.
요즘은 뭐하고 사는지 통 보기 힘든 더스틴 호프만이 주인공이었던 '아웃 브레이크'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더스틴 호프만이 다른 나라에서 건너온 원인 모를 전염병에 맞서는 내용이었지요.
영화 속 전염병이 발생한 나라는 아프리카의 어딘가였고 병이 전파되어 난리가 나는 곳은 당연히 미국이었습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이 병의 모델이 ‘에볼라’라고 합니다.
상황의 유사성 덕에 주요 기사에 따라 붙는 관련 기사에 종종 언급되고 있더군요.
하지만 이 영화는 그 전에도 가끔 우리나라 뉴스에 등장했었습니다.
박찬욱, 김지운 감독의 헐리우드 데뷔, 이병헌의 지아이조 시리즈 주조연급 출연 등이 성사될 때마다 볼 수 있었던
예의 그 '특집, 헐리우드 영화 속 한국, 한국인’ 이런 기사에 항상 언급됐죠.
이 영화에서 병원균의 숙주인 원숭이를 아프리카에서 미국으로 옮긴 사람이 한국인 선원이고 이들이 탄 화물선이 태극호라는 한국 배였거든요.
(한국어 대사도 제법 나왔던 걸로 기억합니다. 오히려 '햄보칼 수가 없어…! 수준보다 낫게.)
그런데 아웃 브레이크 기사를 검색하다 보니 작년에 개봉했던 ‘월드워 Z’에서도 좀비 바이러스의 근원지가 평택 미군기지라는 것까지 나옵니다.
아웃브레이크는 1995년, 월드워 Z는 2013년.
여기까지 생각하다 문득 떠오르는 영화 하나 더. 컨테이젼.
또 전염병입니다. 여기에서는 기네스 팰트로가 홍콩 왔다가 전염되고 사망하면서 시작합니다.
이건 2011년 영화.
왜 더스틴 호프만과 기네스 팰트로를 위협하는 위협하는 전염병은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발생하거나 옮기는 것으로 설정되는 걸까요.
내가 그런 것만 본 건가?
'하얀 제국의 가면' - 박노자
이 책의 제목을 보고 가장 먼저 떠올린 건 박노자의 '하얀 가면의 제국'이었습니다.
책장을 뒤져봤더니 없네요. 그래서 검색했더니 '일제와 미국을 통해 내면화한 우리의 서구 중심주의적 세계관에 대한 내용’이라고 합니다.
내용에 대한 흐릿한 기억과는 달리 책을 읽는 내내 일종의 쇼크상태 였던 기억이 강렬했던지 일맥상통하는 제목을 보니 구미가 당기더군요.
누가 공무원 아니랄까봐 두괄식. 저자는 머리말에서 책을 쓴 이유를 밝히고 있습니다.
- 우리에게 알려진 아프리카는 아프리카인들에 의한 것이 아니라 아직도 아프리카를 지배하고 있는
백인들의 시각에서 나온 것
- 아프리카에 관한 일을 하고 있는 공무원의 입장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제대로 아프리카를
알려줘야 겠다는 막연한 의무감 내지는 지적 호기심.
개인적으로는 첫번째 이유는 오케이, 그런데 두번째는.
음. 뭔가 뜨뜻미지근합니다.
'재미 없겠다..'
그런데 우려한 것 보다는 이 양반 꽤나 성격 있습니다.
* 초반인 12페이지에서 부터 프랑스를 '놈'이라고 호칭.(어라)
* 59페이지에서 영국과 영국인의 역사 미화 - 역겨움.(오호)
* 79~81페이지에서는 프랑스의 아프리카 식민지 진출이 그 유명한 프랑스 혁명 이후에 자유, 평등,
박애를 기치로 하고 벌어진 일임을 서술하는 부분에서
비아냥 폭발(얼씨구)
* 121~122페이지의 프랑스의 식민지 정책인 '동화 정책'과 현재의 프랑스 이민자 정책을 연계하여
분석한 부분(절씨구)
- 지금도 이따위 쇼를 하고 있는데 식민지 시대에는 얼마나 더 했겠어..
* 212페이지 '프랑스 다운 속좁은 행동'
* 291페이지 샌프란시스코 조약 관련해서 일본 - '헛소리도 정도 껏 해..'
# 312페이지 프랑스 - 절도전문국가, 기소르망의 헛소리, 에펠탑 고철덩어리..
# 유럽의 자유주의, 민족주의가 자기들 나라에서는 근대 시민사회가 확립하는 기반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아프리카 식민지 쟁탈전의 이념적 기반이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부분은
흥미롭고 시원하기도 했습니다.(84페이지)
이렇게 과거 제국주의 국가들을 까대다가 순식간에 식민지 근대화론까지 깝니다.
(그분께서 아시면 어쩌려고..)
* 108페이지 식민지 근대화 관련 내용
- 독재가 없었다면 발전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을 증명하여야 한다.
- 기회비용은 어쩔거냐
- 경제, 산업 토대의 발전이 다가 아니다. 법, 제도, 교육은 과연 발전했냐? 그래놓고 근대화래?
그리고는 이후 서로 다른 맥락에서 비슷한 내용이 반복됩니다.
뻑킹 제국주의(특히 프랑스), 아프리카 개불쌍, 알고보면 아프리카 능력 있다능.
그렇게 주욱 흘러가다가 닫는 글이 시작되고 책이 마무리되기 시작하는 371페이지에서 안타깝게도
이 책에서 가장 후진 부분이 시작됩니다.
문제는 이 가장 후진 부분이 아무리 봐도(위치도 그렇고) 결론 같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 함은정.
아프리카의 문제가 제국주의 국가들의 수탈로 부터 시작된 것임을 길게 각종 정보를 근거로 설명하고서는, 그리고 같은 문단에서도 그것이 원인임을 지적하면서도 '식민지배의 잔재' 타령만으로는 부족하고 결국 그들의 미래는 그들 손으로 헤쳐 나가야 한다는 별 의미없는 결론을 내립니다.
그리고는 아프리카를 반면교사로 21세기의 대한민국을 바라봐야 한다면서 저출산 현상, 강대국 틈바구니에서도 졸라 잘 버티는 우리나라, 민족 만세.
현실이 어려우니 우리 국력을 키워야 함.
부국강병!
그리고 책이 끝납니다.(2권이 있다고는 하네요.)
'나를 배반한 역사' - 박노자.
머리말에 써있던 조총 얘기가 갑자기 다시 떠오릅니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겪으면서 조총의 위력을 실감했을 텐데 왜 그걸 준비 해서 다음 전쟁에 대비할 생각을 안했던 건가.
그래서 결국 식민지배를 받은 거 아냐.(13페이지)
300페이지가 넘도록 격렬하게 제국주의 국가의 만행, 식민지 국가의 아픔을 얘기하던 사람이 결론은
버킹검 부국강병이라니.
(심지어 어투도 무섭도록 구태의연합니다. ' ~ 최선의 길이 아닐까?')
이 부분에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 시작과는 달리 결국 일제의 제국주의를 위해 복무하는 논리로 까지 오용되었던 민족개조론의 그림자를 보았다면
오해인걸까요.
근대화에 사로잡힌 구한말
제국주의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사회 진화론이니 민족개조론이니
부국강병·국가주의에 치우쳐
배려와 권리를 주장하는 개인주의는
반사회·이기주의로 고사되었으니
지식인의 부실한 세계관은
우리에게 얼마나 위험한가
'나를 배반한 역사'라는 책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또 박노자네요. (그래요, 박빠..)
저자의 선의를 의심하지 않습니다. 또한 그러면 아프리카인들이 나서지 않으면 누가 아프리카를 발전시킬 수 있냐고 묻는 다면 저도 딱히 할말이 없습니다.
다만, 이 책의 제국주의 국가들에 대한 날선 비판을 생각하면 결론이 부국강병으로 정리되는 것이 과연 맞는가에 대해서는 수긍할 수가 없네요.
2등 흑인, 2등 백인 - 우리는 몇등?
이 책에서 제가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158페이지 부터의 '아메리코-라이베리안'과 원주민들과의 갈등에 관한 부분이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미국으로 강제로 끌려갔다가 자유를 찾아 다시 아프리카 돌아와 라이베리아를 건설한 이들(백인과의 혼혈이 많았다고)과 그땅에 원래 살고 있었던
토착 원주민.
아메리코-라이베리안들이 토착 원주민을 시민으로 보지 않고 노예처럼 부렸다는 믿기지 않는 얘기. 덜 까만 흑인이 더 까만 흑인을 지배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
저자도 이 부분의 끝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동남아시아 사람들에게 보이는 태도에 대해 지적합니다.
다만 이 것도 약자로서 겪어봤으니까 알지 않냐. 우리도 이제 강자가 됐으니까 약자를 잘 대해줘야 한다는 식이라서 흔쾌히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은 아닙니다만.
아웃브레이크, 월드워Z, 컨테이젼.
몇개의 영화를 가지고 침소봉대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네들이 보기엔 다 거기서 거기. 잘 쳐줘야 2등 백인. 라틴계까지 따로 고려하면 뭐 3등 백인. 덜 까만 흑인.
강자, 약자 어쩌고까지 갈 것도 없이 이것만 봐도 우리가 백인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어이 없는 일인지.
뜬금없이 신해철.
소식을 들었던 그 날은 야근하다가 바로 술 사서 집에 가서 아내와 한 잔 했습니다.
빈 허공에 술도 한 잔 올리고.
그러다가 10월이 가기전에 감상문은 정리해야지 하고 노트북을 열었는데 그냥 멍했네요.
생전에도 화제를 몰고 다녔던 사람답게 죽은 후에도 이런저런 얘기가 많습니다.
90년대의 조종이 울렸다는 얘기부터 청춘의 페이지가 뜯겨 나간 것 같다는 한탄이 있는가 하면.
이 와중에서도 일부 쿨하시고 시크하신 힙스터 나리들은 비아냥 폭발.
쟤들은 왜 이 상황에서도 비아냥 거리는 걸까. 무엇 때문에.
생각하다보니 드는 의문.
* 아니 뭐 알고는 하는 얘긴거야? 편견 아냐?
*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웬 오지랖. 관심 꺼.
책을 읽으면서 내내 느꼈던 불편함도 비슷했습니다.
저자는 아프리카인들을 나름 애정을 가지고 바라보려고 하는 것 같지만 이 책에서 아프리카인들은 그저 우리의 반면교사를 위해 소비되고 있을 뿐입니다.
아프리카의 부족적 특성을 무시한 채 국경을 정하고 나라를 분리한 베를린 컨퍼런스에 대한 비판을 담았음에도 본인 역시 아프리카인들의 '후진적 민족성'에
대해서 언급하다가 결국은 니네들이 각성해야해.. 하는 부분에 이르러서는 이 무슨 의미없는 오지랖인가 싶습니다.
너무 갖다 붙인 거 아니냐... 그래요, 좀 글죠.
2014년 10월에 읽었던 책 얘기를 하면서 신해철 얘기를 하지 않을 수 는 없었습니다.
그냥 제 기분에.
어떻게든 갖다 붙였을 거예요..
결론은 월드 피스. 그리고 형 잘가요.
민물장어의 꿈
좁고 좁은 저 문으로 들어가는 길은
나를 깎고 잘라서 스스로 작아지는 것뿐
이젠 버릴 것조차 거의 남은 게 없는데
문득 거울을 보니 자존심 하나가 남았네
두고온 고향
보고픈 얼굴
따뜻한 저녁과 웃음소리
고갤 흔들어 지워버리며 소리를 듣네
나를 부르는 쉬지 말고 가라하는
저 강물이 모여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울고 웃다가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익숙해 가는 거친 잠자리도
또 다른 안식을 빚어 그 마저 두려울 뿐인데
부끄러운 게으름
자잘한 욕심들아
얼마나 나일 먹어야 마음의 안식을 얻을까
하루 또 하루
무거워지는
고독의 무게를 참는 것은
그보다 힘든
그보다 슬픈
의미도 없이 잊혀지긴 싫은
두려움 때문이지만
저 강들이 모여드는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울고 웃으며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아무도 내게 말해 주지 않는
정말로 내가 누군지 알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