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브앤테이크 Give and Take - 주는 사람이 성공한다
애덤 그랜트 지음, 윤태준 옮김 / 생각연구소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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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오리지널스>로 돌아온 애덤 그랜트의 화제작 <기브앤테이크>


이 책은 받은 것보다 더 많이 주면서 소위 손해보는 타입인 '기버'와 

받은 것보다 더 많이 받기를 원하는 '테이커'

그리고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받은 만큼 되돌려주는 '매처' 중

이 험난한 경쟁사회에서 도태되기 딱 좋은 '기버'가 의외로 승리자이자 성공 가능성도 높음을 다양하게 입증합니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성공한 기버-좌절한 기버, 성공한 테이커-실패한 테이커 등 

온갖 인간 군상·유형을 직간접적으로 겪어보게 됩니다.

만약 이 책이 링컨, 애덤 리프킨, 조지 메이어 같은 기버와 

케네스 레이,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같은 테이커를 대비시키면서 

본인 주장에 부합하는 사례들만 취사선택하는 형태로 전개되었다면 단언컨대 3류가 될 뻔했습니다.

(본문에 손자병법 관련 내용이 아주 살짝 언급되는데, 번역이 정상적이라면 저자는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는 손자병법의 묘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


후반부 목차를 보지 않았다면 애초에 본서를 집어들지 않았을텐데 기버들이 왜 실패하고 좌절하는지, 

이들이 '번아웃', 탈진하지 않기 위해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 말해주는 후반부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론이자 핵심인 동시에 현실적인 내용을 잘 담고 있다고 봅니다. 


특히 기버에도 두 가지 유형이 있어서 '병적인 이타주의'에 함몰된 기버는 지레 지쳐 나가떨어지기 쉽고

실제론 야심이 테이커나 매처 못지않거나 되려 훨씬 큰 기버들이 뻗어나갈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것과,

기버가 테이커를 만나면 매처처럼 행동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무한 공감하는 바입니다.


추가로 요즘 국내는 합리적인 동기 부여와 노동 유연성 확보 등을 위해 성과연봉제를 대대적으로 추진하는 추세인데

전략적 접근 없이 단순 드라이브만 걸다보니 많은 이들의 예상대로 영 기대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모습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기브앤테이크>는 조직사회를 어떻게 이끌어나가야 하는지,

'시스템'과 '오퍼레이션' 부문에서도 굉장한 시사점을 제시해주는 책이 되어줄 것입니다. 



<기브앤테이크>의 내용은, 저에겐 어떤 분에 대한 오마주이자 헌사와 다름없습니다. 

책을 읽기 전부터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마지막까지 내내 

이마에 '근 면 성 실'이라고 써붙인 것 같은 인상의 지인이 떠올랐거든요.


국내에는 나름 독과점형 구조의 회사들이 많고 이런 회사들일수록 소위 내무반에 문제가 많은 경향이 있는데

아무런 동기 부여를 받을 수 없는 조직에 있으면서도 자기 몸 상해가며 일만하는 미련한 곰 같은 분이 있습니다.

그리 크지도 않은 조직이고 누구나 순환근무를 하는데 

무려 10년 동안 혼자 인사 발령을 받지 못한 채 한 팀에 내내 못박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분이 얼마나 희생적인지 대략 가늠해볼 수 있을 겁니다.


10년 만에 드디어 쇼생크탈출, 백오피스 계통 스텝부서로 이동한 후로도 이런 분들이 늘 그렇듯 결국 또 일이 몰렸고

무한 야근 주말 근무를 하면서 최근 직원 채용을 진행하는 와중

주변에 추천해줄만한 경력직(그런데 영업직) 없냐는 문의전화를 받는 바람에

제발 정신 좀 차리고 밑에서 백업해줄 직원이나 뽑으라고 윽박?지르기도 했네요.

가끔씩 전화하거나 만날 때마다 똑같은 패턴의 대화가 7년 넘게 무한 반복되고 있습니다 ^^


본서로 비유하면 성공한 기버들에게서 엿보이는 야심 혹은 자기애가 없어서 

마지막까지 손해만 보는 실패한 기버가 될 가능성도 높아보여 늘 제가 구박하는데도 사람은 결코 쉽게 변하지 않죠.

기버를 가장한 양두구육의 비열한 사기꾼들도 그득한 이 세상에서 정말 철저하게 퍼주고 손해보며 사는,

이런 분의 존재야말로 이기적 유전자들이 모여있는 이 사회가 굴러가는 원천에너지 아닌가 싶습니다. 

이거 참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다양한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영화 <큐브>의 마지막 생존자는, 그 누구도 경계하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게임이론의 원리와 마찬가지로 단거리 경주에서는 불리할 수 있어도 멀리보는 마라톤에서는 유리한 기버, 

하지만 전 오래가는 테이커의 가면도 나름 자주 보았는데...

과연 일개미 DNA가 심어진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희생하는 기버들이 종국에 잘되는 판타지가 '정말' 구현될지,

살아가면서 주변의 생생한 실 사례들을 통해 검증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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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전쟁 샘터 외국소설선 1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 / 샘터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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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5세 생일에 나는 두 가지 일을 했다. 아내의 무덤에 들렀고, 군에 입대했다.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는 첫 문장은, 작가들이 가장 많이 고민하고 공들여 쓰는 곳입니다.

<노인의 전쟁>으로 시작하여 <유령여단>, <마지막 행성>으로 이어지는 본 3부작 시리즈는

약간 외전 성격인 <조이 이야기>까지 포함시켜 총 4부작으로도 볼 수 있는 존 스칼지의 역작.


전형적인 SF 매니아가 2,000년대 초중반 본인의 블로그에 동 소설을 연재하면서 선풍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상당히 현대적인 방식으로 알려지고 '자생적'으로 전파된 작품이어서

이런 사실만으로도 본서의 매력을 충분히 예측해볼 수 있지요.


판타지/SF 계통은 대개 설정에서 소위 '반은 먹고 들어가는'데 세상을 살만큼 살아본, 

75세를 맞이한 노인들이 의식 전이를 통해 새로운 신체를 얻는 대가로 입대한다는 참신한 설정을 비롯

이와 대조적으로 철저히 목적성을 띈 채 전투기계로 '생성'되는 특수부대 유령여단이라는 대칭적 구성은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기 아주 좋은 설정인 동시에 사뭇 독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킵니다. (노인 ↔ 아기)


1부와 3부는 상당히 경쾌한 어조 하 소소한 웃음거리들이 함께하면서 내용이 전개되고

특수부대를 다룬 중간의 2부는 다소 묵직한 분위기로 진행됩니다. - 저는 <유령여단>이 가장 좋았습니다.

가볍고 무거운 내용을 오가며 긴장의 끈을 옥죄고 놔주는 '밀당'은 글쟁이들의 필수역량인데

작가는 본 시리즈에서 이를 영리하게, 잘 구현해냈습니다.



시리즈가 처음 집필된 2003년으로부터 벌써 10년 이상의 세월이 흘렀더군요.

현 시점에서 읽다보니 전 특히 PDA라는 단어에서 10년이라는 시간적 격차를 느꼈습니다. 

만약 존 스칼지가 지금 집필했다면 PDA를 스마트폰으로 바꾸었으려나요ㅎ


세상은 늘 변하고 있어도 시시각각 매분 매초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그 변화에 의외로 둔감합니다.

매일 만나는 사람의 변화는 잘 못느끼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의 변화는 크게 와닿는데

'의식의 전이'라는 내용은 오래 전 공각기동대 등의 작품에서도 여러번 활용된 아이디어지만

20세기에는 어느 정도 철학적인 사유 위주라는 느낌이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비밀의 문은 조금씩 열리고 있고,

과학기술의 혁명에 따라 업데이트된 실정에 맞는 새로운 SF 작품들이 계속해서 우리에게 다가올겁니다.

특히 현대 과학서적들과 같이 SF를 같이 읽으면 그 재미가 한층 배가되는데

[뇌, 생각의 출현]이라는 과학서를 읽으면서 의식의 전이가 근간인 동 작품을 같이 읽으니

소설/인문서와 과학서를 번갈아가며 읽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



국내는 '고전'에 대해 다소 과대평가하는 반면 '신간'은 과소평가하고

추가로 '잘 읽히는' 책을 은근슬쩍 경시하는 풍조가 있죠. 

하지만 저는 거꾸로 잘 읽히는 책이야말로 좋은 책의 표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존 스칼지의 3부작은 21세기 SF의 고전 반열에 오를만한 역작으로,

현 세기 현대과학에 기초하여 작가적인 상상력과 훌륭한 필력을 절묘하게 접목시킨 동 시리즈물은 

SF 열혈팬들을 결코 실망시키지 않으리란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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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생각의 출현 - 대칭, 대칭의 붕괴에서 의식까지
박문호 지음 / 휴머니스트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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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생각의 출현>의 내용은 대부분 무미건조한 이공계 전공 교과서 같은, 

과학적 사실들의 무한 나열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라 원래는 일반독자들의 관심도가 굉장히 낮았을법한데 

'올해의 책' 등으로 선정되면서 출간 당시 과학서 치고는 나름 반향을 얻었던 책입니다.


저자는 자연과학이나 뇌과학 관련 책을 꾸준히 읽어온 다독가이나

전공 및 현재 하는 일을 포함하여 이 분야를 체계적으로 공부한건 아닐 수 있겠단 생각은 살짝 듭니다.

그러나 뇌과학 이론을 별도로 공부하지 않은 이상 본서의 이론적 내용을 비판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어서

가볍게 인상적이었던 내용들만 기록으로 남겨봅니다.


○ 서문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결국 <인간은 '뇌'를 바탕으로 매우 복잡하게 설계된 '기계'>라는 것이고

인문서 혹은 소설 대비 과학서가 지니는 핵심 장점은 또렷하게 살아 있습니다.

저자 또한 서문에서 

 - 대다수 사람들은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가슴속 흔적으로만 간직하고 문학적 우주관에 만족하면서 평생을 지내는데

문학적 밤하늘은 아름답지만 우리는 한 발 더 나아가야 하며 

'핵융합하는 별'은 '어린 왕자의 별'보다 더 오래 어둠을 밝힐 수 있다

는 굵직한 문장으로 과학서의 의의를 강렬하게 각인시킵니다.


○ 19장. 꿈꾸다, 뇌와 꿈

이 장에서는 뇌과학 기반에서 바라본 꿈의 실체가 명료하게 잘 기술되어 있습니다. 

(앨런 홉슨의 해석에 대부분 의존)


꿈의 주요 특성인

1. 시공간의 맥락 붕괴 2. 반성적 사고의 결핍 3. 최근보다는 장기 기억 위주 4. 대부분 시각 이미지...

꿈이라는 주제가 나오면 일단 프로이트와 융이 익숙한 이름이긴 합니다.

하지만 특히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은 체계적이라기보단 인간의 상상력과 사유에 기반한 자의적 해석에 가까웠고

20세기말부터 활발하게 진행된 꿈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이제는 과학적인 해석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이 장에서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아직도 <꿈의 해석>에 갇혀있다면, 이제는 정말 '꿈'에서 깨어나야 할 때


○ 20강. 현실 너머를 깨닫다, 뇌와 초월의식

여기에서는 명상 등 자아가 사라지는 종교적 초월현상 관련 기술이 인상적입니다.

불교tv에서도 강의를 했던 저자는 제행무상-제법무아 같은 순수한 인식 상태, 

즉 종교적 체험에 대해 양쪽 두정엽에서 자극이 차단되어 공간 시간 자아가 사라지고

오로지 순수한 인식 상태만 남는 상태라는 뇌과학적인 설명을 곁들여줍니다. 


○ 21강. 창조적으로 생각하다, 뇌와 창의성

'1만 시간을 공부하라, 그러면 길이 열릴 것이다' 라는 <아웃라이어>의 주장에는 찬반이 꽤나 갈립니다.

더군다나 지금은 모두가 창의력을 외치는 시대.


저자는 창조력을 발산시킬 수 있는 근간으로 

뇌의 5%밖에 사용하지 않는데서 비롯되는 '불확실한 입력'의 출력물이자 구원타자 성격인 '느낌'과 더불어

'정보의 양'을 제시합니다.

정보의 양이 창의성의 질을 바꾼다는 예로 정약용을 예로 드는 것도 흥미로운데 

기본적으로 충분한 학습량이 있어야 소위 유레카, '번뜩임' 또한 가능하다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예전부터 천재적인 발상을 위한 전제로 충분한 학습량이 필요하다고 보는 관점이지만

이 넓은 세상엔 너무나 독특한 존재들이 분명 있기에 무조건 그럴까?에 대해선 은근한 의문을 품고 있습니다.

천재는 정말, 머리보다 노력인걸까요? 


○ 24강. 자발적 대칭 파괴로 생각이 진화하다

결론에 해당하는 마지막 장에서는 우선 

자기주도적이고 자발적인 학습을 해온 이들이 유연한 사고를 가진다는 내용이 가장 와닿습니다.

특히 대학교 이후 학습이 없다면 '학습 기억'보다는 '신념 기억'의 비중이 올라가면서 

자기 생각만 맞다는 고정관념에 휩싸인 '꼰대'가 되기 쉬워진다는 문단에 강렬하게 공감합니다.


추가로 학습 주도형 인간이 되기 위해 제시한 여러 조건들 중 마지막, 

양을 질로 바꾸는 수 천 권의 책이라는 목표량이자 임계치를 채우되

양질의 정보와 양질의 책을 선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에도 크게 공감합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어떤 게 훌륭한 정보인지 가려내는 능력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기에 

저자의 말대로 '두 번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은 한 번 읽을 가치도 없는' 것이지요.



과학서들을 읽을 때마다 자연과학 분야 관련 지식 부족에 한계를 느끼곤 하는데

인문과학서 및 자연과학서 간의 적절한 배합은 필수적이고 

이를 통해 앎의 즐거움을 한 층 깊이있게 만끽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추가로, 이런 과학적 내용들을 토대로 수준 높은 SF작품들을 접하면 독서의 재미가 한결 배가될 것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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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제국과 세계사의 탄생 돌베개 석학인문강좌 12
김호동 지음 / 돌베개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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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의 시각으로 기술되는 역사에서 유라시아를 아우른 패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주목받지 못했던 몽골과 유목문명,

본서는 그간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몽골제국에 대해 또 다른 거시적 프레임을 제시해줍니다.

일단 몽골제국이라는 막강한 지배체제을 갖추기까지의 과정을 기술한 뒤

굵직굵직한 주요 역사적 사건들에 대해 이들의 영향력을 고려한 새로운 해석의 틀을 보여주는데,

저자는 서구 혹은 중국 중심적 역사관에 갇혀있는 현대 한국인들에게 그 모든 것이 편견일 수 있으며

몽골제국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세계사를 충분히 다르게 해석할 수 있음을 말합니다.


핵심을 간추리면

○ 유목·목축이 농경 대비 '미개'하거나 야만적 혹은 원시적인 생산방식이 아니라는 점

 - 유목민과 농경민의 접촉-대결은 세계사 곳곳에서 발견되는 거대한 흐름이자 현상이며

   칭기스칸을 위시한 몽골인들이 저지른 학살이 과연 홀로코스트나 원자폭탄, 남경대학살 등에 비해 더 야만적인지


○ 실크로드에서의 유목민족들의 역할과 소그드·인도·페르시아 등 국제상인들과의 밀접한 관계

 -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국제상인들을 약탈하거나 보호해주는데 그치는 수준이 절대 아니었으며

   위구르~소그드 상인 간의 협력관계처럼 실크로드를 장악하여 원거리 교역에서의 실리를 얻는 동시에 

   동서양을 활발하게 연결해주는 중대한 역할을 수행했다는 것


○ 대중국-소중국이라는 개념적 함정, '대중국'이라는 용어 설정은 과연 타당한가

 - 대개 유목민족이 일궈낸 국가들을 칭하는 대중국이라는 용어는, 이들을 이미 중국의 일부로 보는 인식을 전제함


○ 칭기즈칸 이후 다수의 칸국으로 나뉘어진 대제국을 과연 '분열'이라고 볼 수 있는지

 - 다수의 유기적 연합체들로 이루어진 유목민 특유의 복합단체로 여러 '울루스'들에 통치권한을 분할 위임한,

   유목지대부터 농경지대를 아우르는 광대한 영토를 다스리기 위한 <대몽골 울루스>로 바라볼 수도 있음


○ 유라시아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면서 동서양 간 '대여행시대'의 도래를 가능케한 몽골인

 - 단순 <대완열전>, <왕오천축국전> 수준을 넘어 동서 간 대단위 교류가 이루어지면서 인류의 세계관이 확장됨.

   보다 정교해진 세계지도를 비롯 몽골인들의 적극적인 역할이 없었다면 소위 대항해시대가 가능했을지


○ 중국은 역사적으로 해양세력의 침공보다는 내륙 방어에 힘써야했던 나라

 - 정화의 대원정은 당시 서양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던 규모였지만 그것이 지속되지 못한 건 

   흔히 생각하듯 이들이 폐쇄적이어서라기보다는 유목민 등이 가할 수 있는 내륙의 위협에 대비할 필요성이 큰

   중국의 역사적 맥락을 살펴봐야한다는 측면 

   (이는 막강한 해군력에도 불구하고 위협적인 인근 사파비 왕조로 인해 해양진출을 멈춘 오스만 제국 또한 마찬가지)



왜 유럽, 속칭 서구권이 19세기 이후 전세계 주도권을 장악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선 수많은 이론이 난무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유목민이나 페르시아 등 강력한 내륙의 적대세력들이 존재하여 

중국이나 오스만 제국이 해양제국보다 육상제국을 지향할 수밖에 없었다는 내용은 본서의 핵심 중 하나입니다.

위협적인 적들이 눈 앞에 존재하는 상황에서 해양개척이라는 이상향적 도전정신을 발휘하기란 어려운 일이고,

만약 유럽이 중국·이란처럼 몽골로부터의 강력한 위협을 꾸준히 의식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마찬가지로 해외로 눈을 돌릴 여유가 별로 없었겠지요.

다양한 요인들이 상호 중첩적으로 작용하면서 지금의 상황이 도래했겠으나 역사적 전개상황 상 저자의 의견대로 

강성했던 몽골의 존재와 지배는 현대 유럽과 비유럽의 운명을 갈라놓은 한 요인이 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 외에도 본서에는 당시 몽골의 군사적 능력 및 부족 간 전투에서 '철'의 산지가 얼마나 중요했는지,

대량의 물자 운송수단이자 신속한 정보전달의 매개체였던 역참제도의 특징과 압도적인 규모, 마르코 폴로 이야기,

친인척 관계에 근거한 안다-연맹 형태의 누케르-단순 노비가 아닌 적극적 주종관계인 보골이라는 체계 등등

여러 재미있는 내용들이 간결하게 서술되어 있습니다.

중요도 대비 간과되어온 유목민들의 역할을 재조명하는 저자가 제시하고 있는 큰 틀의 관점 또한

분명 하나의 가설이기에 그 경중을 논하는 건 각자의 몫이겠지요.


<몽골제국과 세계사의 탄생>은 약 250쪽에 불과한 짧은 분량이어서 대부분 거시적 흐름 위주로 서술되지만

세계사라는 넓은 단위를 포괄하는 '통찰'에 있어서는 아주 광대하고도 신선한 관점을 선사해주기에 

사고의 전환을 가능케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 책이 되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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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 - 임진왜란부터 태평양전쟁까지 동아시아 오백년사 메디치 WEA 총서 4
김시덕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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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한국 근현대사를 다루는 내용은 은근슬쩍 민족사관 혹은 식민사관, 이분법적으로 나뉘는 경향이 있는데 

오랜만에 현실성 없고 소위 '국뽕'에 가까운 민족주의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동시에

그렇다고 허무주의 패배주의에 젖지도 않은 냉철한 시각에서 집필된 역사서를 만나 소개해봅니다.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의 특장점은 한국 외 미국·중국·일본·러시아·몽골·여진·대만 등등 각 국가가 

해당시기 국제정세 및 한반도를 바라보는 관점을 다각도로 접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어느 사람, 어느 국가나 세상을 자기 중심적으로 바라보는 1차원적 틀에 갇히기 마련이지만

임진왜란만 보더라도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니었을뿐더러 그들의 최종목적은 조선 정복이 아니었다는 측면에서

분하기 짝이 없는 통한의 역사를 좀 더 냉정하게 들여다볼 필요성이 있습니다.



저자는 오랜시간 임진왜란을 연구한 전문가로 알려져 있고 

당시 국제정세 및 사회적 맥락을 짚어볼 수 있는 1부에는 인상적인 대목이 많습니다.

일본에서 내부를 평정한 통일 세력이 나오고 대규모 병력을 운송할 수 있는 해양기술이 발달하면서 

그 시기의 한반도가 대륙 진출을 위한 지정학적 요충지가 되었다는 내용의 1부는 해양세력, 

즉 일본의 부상을 다루고 있습니다.

반면 기술이 발달한 지금은 대륙침공을 원하더라도 반드시 한반도를 거칠 필요가 없고

따라서 동중국해 댜오위다오(센카쿠 열도) 등이 20세기 이후 갈등이 첨예한 사각지대이자 

새로운 '지정학적 요충지'가 되고 있다는 내용 등은 아주 깔끔합니다.


그리고 2~3부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폐쇄적인 조선왕조의 태도와 이로인해 뒤처져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무엇보다 후반부, '선진 주자학'을 전수해주겠노라며 접근했던 조선 통신사 관련 점잖은 일침은 압권입니다.

추가로 중국의 비단·도자기·생사, 일본의 은과 같은 값진 교역품 대비 

한반도에 그다지 매력적인 물품이 없었다는 내용을 보면서 이게 나쁜건지 차라리 좋은건지 의문이었는데... 

이 대목을 보다보니 만약 한반도에 석유·가스부터 희귀금속 등이 대량 매장되어 있었다면 

냉전 시절 남북 분리가 지금과 다른 형태로 전개되었을 가능성이 제법 높았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 책의 서두와 결론은 마음에 많이 와닿았고 특히 

'한국인은 단일민족'이라는 표현 및 우리가 과연 침략만 받고 산 평화롭고 선량한 백의민족인지에 대한 의견,

그리고 한반도 외곽 국토 수복론?에 대한 지적과

국제정세는 무시한 채 빨갱이-친일파 같은 이분법적 사고에 지금까지도 갇혀 

오로지 자신의 정치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현대 한국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며 마무리하는 저자의 결론에 

저는 전적으로 공감하는 바입니다.



지구 상에 존재했고 존재하는 모든 세력은 자국이 외부에 전개하는 전쟁이 정당하다고 주장하며

그 누구도 자신들이 탐욕스러워서 남의 것을 빼앗기 위해 전쟁을 일으켰다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 p70


모든 사람이 자기를 정당화하기 마련이고 단순 팩트의 나열 외 역사란 사실이기 어려운 이상, 

한국인이 쓴 내용을 외국인이 보고 수긍할 수 있고 외국인이 쓴 역사서를 한국인이 보고 수긍할 수 있어야 

'진정한 역사서'로서의 가치를 지니겠지요.


저질 식민사관도 싸구려 민족주의도 횡행하지 않을 때 비로소 

우리가 일본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한 단계 도약, 성숙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런지.

본서는 강대국 사이에서 늘 끈질기게 생명력을 유지해오면서 나름의 균형점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온 한반도에

기존 역사 뿐만 아니라 미래 안보·외교·미래전략 등 다양한 측면에서 수많은 시사점을 제공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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