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전쟁 샘터 외국소설선 1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 / 샘터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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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5세 생일에 나는 두 가지 일을 했다. 아내의 무덤에 들렀고, 군에 입대했다.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는 첫 문장은, 작가들이 가장 많이 고민하고 공들여 쓰는 곳입니다.

<노인의 전쟁>으로 시작하여 <유령여단>, <마지막 행성>으로 이어지는 본 3부작 시리즈는

약간 외전 성격인 <조이 이야기>까지 포함시켜 총 4부작으로도 볼 수 있는 존 스칼지의 역작.


전형적인 SF 매니아가 2,000년대 초중반 본인의 블로그에 동 소설을 연재하면서 선풍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상당히 현대적인 방식으로 알려지고 '자생적'으로 전파된 작품이어서

이런 사실만으로도 본서의 매력을 충분히 예측해볼 수 있지요.


판타지/SF 계통은 대개 설정에서 소위 '반은 먹고 들어가는'데 세상을 살만큼 살아본, 

75세를 맞이한 노인들이 의식 전이를 통해 새로운 신체를 얻는 대가로 입대한다는 참신한 설정을 비롯

이와 대조적으로 철저히 목적성을 띈 채 전투기계로 '생성'되는 특수부대 유령여단이라는 대칭적 구성은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기 아주 좋은 설정인 동시에 사뭇 독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킵니다. (노인 ↔ 아기)


1부와 3부는 상당히 경쾌한 어조 하 소소한 웃음거리들이 함께하면서 내용이 전개되고

특수부대를 다룬 중간의 2부는 다소 묵직한 분위기로 진행됩니다. - 저는 <유령여단>이 가장 좋았습니다.

가볍고 무거운 내용을 오가며 긴장의 끈을 옥죄고 놔주는 '밀당'은 글쟁이들의 필수역량인데

작가는 본 시리즈에서 이를 영리하게, 잘 구현해냈습니다.



시리즈가 처음 집필된 2003년으로부터 벌써 10년 이상의 세월이 흘렀더군요.

현 시점에서 읽다보니 전 특히 PDA라는 단어에서 10년이라는 시간적 격차를 느꼈습니다. 

만약 존 스칼지가 지금 집필했다면 PDA를 스마트폰으로 바꾸었으려나요ㅎ


세상은 늘 변하고 있어도 시시각각 매분 매초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그 변화에 의외로 둔감합니다.

매일 만나는 사람의 변화는 잘 못느끼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의 변화는 크게 와닿는데

'의식의 전이'라는 내용은 오래 전 공각기동대 등의 작품에서도 여러번 활용된 아이디어지만

20세기에는 어느 정도 철학적인 사유 위주라는 느낌이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비밀의 문은 조금씩 열리고 있고,

과학기술의 혁명에 따라 업데이트된 실정에 맞는 새로운 SF 작품들이 계속해서 우리에게 다가올겁니다.

특히 현대 과학서적들과 같이 SF를 같이 읽으면 그 재미가 한층 배가되는데

[뇌, 생각의 출현]이라는 과학서를 읽으면서 의식의 전이가 근간인 동 작품을 같이 읽으니

소설/인문서와 과학서를 번갈아가며 읽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



국내는 '고전'에 대해 다소 과대평가하는 반면 '신간'은 과소평가하고

추가로 '잘 읽히는' 책을 은근슬쩍 경시하는 풍조가 있죠. 

하지만 저는 거꾸로 잘 읽히는 책이야말로 좋은 책의 표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존 스칼지의 3부작은 21세기 SF의 고전 반열에 오를만한 역작으로,

현 세기 현대과학에 기초하여 작가적인 상상력과 훌륭한 필력을 절묘하게 접목시킨 동 시리즈물은 

SF 열혈팬들을 결코 실망시키지 않으리란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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