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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정면과 나의 정면이 반대로 움직일 때
이훤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5월
평점 :
이훤 시인의 시집을 오래도록 읽은 적이 있다.
문장이 물 흐르듯 유려했고, 여성성 남성성에 상관없이 중성적인 분위기가 좋았다.
무언가 한 쪽으로 치우침 없이 사물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이번에 읽은《당신의 정면과 나의 정면이 반대로 움직일 때》는 이훤의 사진산문집이다.
목차 없이 정해진 틀없이 사진과 글이 이어진다.
물론 15개의 제목으로 파트를 나누어 놓긴 했다.
선과 빛 그리고 틀, 패턴, 물의 낮, 초록과 개별적 초록, 눈, 백의 세계 등
사진들은 제목1,2,3,4...로 이어졌고 같이 나오는 글과 함께 읽으니 오묘했다.
사진전에서 작가가 그림을 설명하는 느낌이랄까.
'우린 모인다. 모여 이루어진다. 끌어당기거나 멀리 둔다.
각자의 방식으로 참여하는 것다. 참여되는 거다..
집합되지 않은 것들이 있을까..(p.40)'
'2번째 파트,패턴' 이라는 제목과 함께 다양한 무늬사진이 등장한다.
한치 오차없이 정렬된 빨간색 의자, 직사각형으로 이루어진 철제 구조물.
평소 봤을 법한 것들인데도 사진에서는 기하학적인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정신이 없어지려 할 때 꾸짖는 듯한 문장이 달려든다.
'다수의 직관이 소신이 되어야 하는 곳에서 맞서고 있습니까..
외곽이 되는 일을 옹호하는 데 기분을 다 써도
그런 일로 책망당하는 순간에도 스스로 재촉하지 않습니까 (p.69)'
'7번째 파트, 물의 낮' 에는 바다의 물결 사진들이 나온다.
그 물결은 잔잔하게 흐르고 있거나, 거세게 파도치고 있거나, 썰물이 되어 돌아갈때 하얀 거품을 품고 있기도 하다.
바다의 물결에도 여러가지 모양이 있는게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편안해졌다.
'던진다. 버린다...
머리를 내주고 허리를 내주고 순환의 의미조차 짓고 부수기를 반복하면
순환의 일부가 된다. 빈 순환이 된다
바다는 이윽고 바다가 된다..
이것은 낮이나 밤, 어느 하나의 시간에 존속되는 일은 아니지만
우리는 대개 낮만이 다시 지어지는 시간이라 착각하므로
물의 낮이라 말해둔다 (p.169)'
이훤 시인의 글에는 흡인력이 있다. 글이 사람을 빨아들이는 힘.
글을 읽다보면 나름대로 머릿 속에 그려지는 것들이 있다.
《당신의 정면과 나의 정면이 반대로 움직일 때》에서는 사진을 보고 글을 읽으니
글이 더 선명하게 다가왔던 거 같다.
사진전을 열었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큰 사이즈로 보고 싶은 사진들도 있었다.
나무의 살갗과 물의 낮 파트가 그랬다. 정적인 사진임에도 자연의 힘이 느껴졌다.
이훤시인의 시집을 잘 읽었던 사람들에게도, 이훤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모두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