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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유 어게인 in 평양 - 나는 북한 최초의 미국인 유학생입니다
트래비스 제퍼슨 지음, 최은경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19년 5월
평점 :
품절
원색적인 붉은색과 푸른색이 조화를 이루는 표지와 '나는 북한 최초의 미국인 유학생입니다' 라고 쓰인 부제가 눈에 띈다.
저자 트래비스 제퍼슨은 2016년 평양 어학연수의 경험과 탈북자와의 대화 내용들을 취합해 《시 유 어게인 in 평양》을 펴냈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누구든 자유롭게 방문할 수는 없는 나라 북한.
스스로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자 북조선이라고 일컫는 북한의 현재 모습을 과거의 역사와 연결지어 풀어나간다.
미국인의 시선에서 본 북한의 실상과 한반도의 역사여서 새롭게 느껴졌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 까지 3대 부자의 정권 세습에 관한 뒷이야기와 북한이 겪고 있는 경제적 위기상황까지.
경험과 사실에 기반한 이야기지만 등장하는 인물들은 허구에 가깝다고 한다.
출처를 분명히 밝혀야 하거나 설명해야하는 부분들은 인물들의 대화로 표현했다.
이야기는 20,30대 시절을 프라하와 베를린에서 살았던 저자가 뉴욕을 여행하게 되면서 '다른 방식의 삶에 대한 동경'을 맛보게 되면서 시작된다. '이상한 관습을 가진 도시, 그보다 더 이상한 공식 이념체계에 의해 다스려지고 이상한 지도자가 통치하는 도시(p.11)'에 끌렸고 '언어를 배우지 않고는 한 사회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가르침으로 인해 트래비스는 북한으로의 어학연수 프로그램 등록을 결정하게 된다.
북한에는 '돈주'라 불리우는 자산 증식가들이 있다.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서 불법이든 합법이든 돈을 불릴 수 있는 사업구조가 생겨났고 이를 이용해 돈을 불리는 북한 사업가들이 등장한 것이다. '후진적인 사회주의 탈을 뒤집어쓰고 있지만 나라 전체가 거대한 지하 범죄 조직처럼 돌아가는 것이다(p.206)'
고려투어의 김동무도 이 중 한 사람이었다. 김형직사범대학의 외국인 조선말 연수과정을 자신의 여행사인 고려투어과 연결지어 사업을 확장하려고 한다. 여기에 지원자 중 한명이 바로 미국인 트래비스였던 것.
트래비스는 고려투어에서 근무하는 친구 사이먼을 통해 어학연수를 가게 되고, 김동무의 사업파트너 알렉, 안내원이자 감시원인 민, 같은 어학연수생 알렉상드르와 동행하게 된다.
북한의 거리 여기저기에는 김일성과 김정일을 찬양하는 체제주의 선전이 가득했다.
거대한 동상부터 벽화, 입구마다 그려진 환하게 웃는 북한 원수의 사진들을 보며 트래비스는 웃음을 감추지 못한다.
권위주의적으로 보여야 할 대상에서 희한하게 풍자적인 모습을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풍자적인 모습은 김동무의 생활에서도 보여졌다.
감시와 통제하에 사는 북한 주민들의 일상을 예상했지만 평양에 살고 있는 김동무는 '아무도 보지 않는 TV(원수님을 찬양하는 영상과 노래가 계속 이어지는)를 끄고 오늘 DVD 좌판에서 산 <주토피아>해적판을 집어넣었다(p.72)'
또한 '앵커가 원수님의 행보를 자세히 묘사하고 미국과 남한을 질책하는 투박하고 모욕적인 언사를 내뱉'는 영상에서 김동무는 이미 코를 골고 있었다.
아마도 저자는 북한의 견고한 체제를 풍자하고자 했거나 아니면 실제로 그 체제의 빈틈을 보지 않았나 싶다.
트래비스 또한 초반에는 감시원에 의해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없었다.
조선말 선생님의 수업을 찍은 영상조차도 검열받았고, 기념사진을 찍으면 지켜보던 누군가가 다가와 지우라고 명령한다.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이들은 노래방에도 가고 평양 시민들(부유층)만 갈 법한 금강산 리조트에도 가게 된다.
"지도자가 둥뚱하다는 것은 우리에겐 중요한 일입니다."
서울에서 만난 한 탈북자가 트래비스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부의 표시이자 희망의 표시란 것이다. 인민들은 굶주리더라도 지도자의 뚱뚱한 모습은 부에 대한 약속으로 작용한다(p.189)'
mbc 통일전망대 같은 프로그램에서 접했던 북한의 모습을, 직접 다녀온 사람의 경험담으로 들으니 생생하게 느껴졌다.
단편적인 북한의 일상뿐만 아니라 6.25전쟁, 소련과 미국에 의해 좌지우지되던 한반도의 이야기, 김일성 정권이 들어서게 된 상황 등
복합적인 사건상황과 엮어 읽으니 왜 남북이 분단국가가 되었는지, 북한의 사회주의 체제가 어떻게 견고해졌는지 이해되었다.
결론은 당시 강대국이었던 미국과 소련에 의해 힘없고 주체적이지 못했던 한반도가 나뉘어졌다는 것.
한국사를 배우면서 '외세의존적인 나라는 힘있는 나라에 의해 이리저리 휘둘리기 쉽다.'에 심히 공감한 적이 있다.
1950년 6.25전쟁을 기점으로 분단국가가 된지 70여년, 세계유일의 분단국가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