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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일 때도 괜찮은 사람
권미선 지음 / 허밍버드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오래간만에 괜찮은 온도의 책을 만났다. 읽으면 읽을수록 나와 비슷한 온도의 사람일 거 같다는 생각이 든 책.
『혼자일 때도 괜찮은 사람』 은 저자의 자전적 에세이다.
"힘든데 어떻게 괜찮겠어-우울하고 힘들어"로 시작하여 "그래,나 힘들었지"라고 스스로 마음을 어루만진다.
일상생활 속에서 맞이하는 감정들을 고스란히 담아낸 거 같아서 좋았다.

<나는 내가 싫어하던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에서는 월세에 쫓기며 살았던 유년시절을 이야기한다.
그 시절을 겪고난 후에 '부자가 돼서 월세 받는 사람이 될거야 (p.77)'라는 다짐이 아닌 '배려 없고 무례한 사람들, 쉽게 남의 것을 빼앗는 사람들, 누군가는 싫어하는 사람'이 되지 않고자 노력한다.
여기서 '살면서 우리가 겪는 많은 일들은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될 지 결정한다 (p.78)'는 말이 와닿았다.
지금의 우리들의 모습도 스치듯 지나간 인연들이나 어떠한 경험에 의해 완성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무례하고 말을 함부로 내뱉는 사람들을 볼 때면 어떤 유년시절을 보냈을지, 궁금할 때가 있다.
반대로 한없이 밝고 맑아보이는 사람들은 또 어떤 경험들로 자라왔는지도 궁금하다.
뉴스를 보면 물질로 채워진 유복한 어린 시절은 그 사람의 감정들까지도 유복하고 너그럽게 만들어주는 거 같진 않다.

<미안해서 화를 낸다>에서는 저자의 어머니와 할머니의 이야기가 나온다.
족발을 먹고 싶다던 할머니의 말에 여의치않는 주머니사정에 어머니는 그만 화를 내고 말았다고 한다.
시원하게 사드릴 수 없는 마음에 화가 나서..
그 후 어머니는 족발을 싫어하신다고 한다.
저자도 '미안해서 화를 내던 엄마의 심정을 안다. 못해 주는 게 속상해도 화를 내고 능력 없는 게 한심할 때도 화를 낸다(p.94)'
이 말에 너무나 공감이 갔다.
나도 속이 상할 때, 내 뜻대로 해드리고 싶은데 그러지 못할 때.
엄마께 화를 낸 적이 있다. 화를 내고서 아차 싶어 바로 죄송하다고 말하니 '괜찮아~'라는 말을 들었을 때, 더 울컥했었다.
그러지말아야지 그러지말아야지 하면서도 어른이 된 우리는 왜 엄마에게 툴툴대는 걸까..

마지막 파트3 에는 마음이 저릿한 글들이 많았다.
나쁜 하루에도 좋은 순간은 있어/오래 버티는 사람이 이기는 사람/알 수 없어서 견딜 수 없는 시간들이 있다 등
제목을 읽고 내용을 읽으며 '나도 이런 생각을 했는데 또 다른 누군가도 이런 생각들을 하고 사는구나-' 동질감이 느껴졌다.
다수의 사람들이 행복하고 걱정없이 특별하게 사는 거 같아 보일 때가 있다.
내 인생이 별 볼일 없어보여 슬플 때가 있다.
하지만 엔딩은 도무지 알 수가 없는 법!
'인생이 그렇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 영화가 어떻게 끝날지 나는 모르겠다.
어쩌면 예상외의 전개에 깜짝 놀랄 수도 있겠지. 결국 끝까지 보길 잘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
괜찮은 엔딩이 될지도 모르지.(p.223)'
모든 내용들이 좋았다.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우울하게 느껴질 지도 모르겠다.
『혼자일 때도 괜찮은 사람』은 읽는 이에게 '내 인생은 이래요, 힘들지만 나는 이겨낼거에요. 점점 더 나아질거에요.' 라고 말하는 책이다. 꾸며내지 않은 듯 담백한 글이어서 차분하게 잘 읽혔다.
나만 유별나게 힘든 걸까? 혹은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을까? 라고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추천하고 싶다.
더불어 저자의 삶이 더 활기차지고 좋은 일들로 술술 풀리길!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