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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0km - 175일간 미국 PCT를 걷다
양희종 지음 / 푸른향기 / 2016년 4월
평점 :
여행에 관한 책을 좋아하기 때문에 주로 '여행 에세이'를 자주 읽어왔다.
여행자만의 감성이 느껴지는 사진과 글을 볼 때면 나도 같은 감성에 빠지기도 하고, 여행지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일어나기도 한다.

이번에 읽게 된 여행 책 『4,300km』은 4,300km의 거리를 오로지 '발'로 걸어간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저자 양희종은 알래스카 탐사와 캐나다 횡단여행, 알래스카~유콘 자전거 여행으로 여행경험을 쌓은 '여행자'이다.
아웃도어 회사에서 4년간 일하다가 서른을 앞둔 시점에서 4,300km의 장거리 트레일, PCT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 도전을 바로 실행에 옮겼고 무려 175일간 PCT를 종주했다.

PCT는 Pacific Crest Trail의 약자이다.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태평양 산맥 트레일'이 가장 비슷한 말이라고 한다.
멕시코의 국경 '캄포'를 시작점으로 LA를 지나 모하비 사막, 휘트니 산을 넘고, 오리건주와 워싱턴 주를 지나 캐나다의 '모뉴먼트78'까지. 태평양을 따라 이어진 커다란 산맥 줄기를 따라 나있는 트레일, 4,300킬로미터(2,650마일)의 그 길을 PCT라고 한다.
저자는 여행 준비를 하면서 동료를 구했고 오지탐사대 후배인 희남이라는 동생과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된다.
길을 걸으면서 발에 통증을 느끼기도 하고, 길을 잃기도 하고(나무표지판만이 방향을 알려준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 도움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길 위에서 최대한 모든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필요한 보급품(주로 식량)들은 일정마다 마을의 우체국으로 미리 보내놓았고, 잠은 주로 텐트를 치고 야영장에서 잤다.
PCT를 미리 체험한 이들 중에서는 '트레일 엔젤'을 자처하여 여행자들에게 음식과 따뜻한 집, 샤워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이 여행자들에게 우호적이어서 도움을 받는 이야기가 많았다.

책 앞에는 사진들이 한데 모아져 있고, 그 뒤에는 PCT 여행길이야기가 일기형식처럼 쭉 나온다.
PCT 둘째날,
'삼각대를 내려놓았다. 샌들을 내려놓았다. 책들을 내려놓았고 잭다니엘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아직도 내려놓지 못한 것이 많다. 이 길의 끝에 내가 짊어지고 가는 것이 얼마나 될까? (p.55)'
PCT 마지막날,
'이제 PCT를 떠나 다시 문명세계로 돌아가는 것이다. 나는 알고 있다. 지금 이 순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란 것을...
하지만 서서히 조금씩 변화될 것을 안다. 여행은 그런 거다. 끝나는 순간부터 진짜 시작되는 것이 여행이다. (p.380)'
하루에 30~40 km씩을 걸으면 어떤 생각이 들까.
처음에는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거지?' 이런 생각이 들고, 힘이 너무 들 때면 '집에 가고 싶다. 집 나오면 역시 고생이야' 라는 생각이 들 거 같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 속에 녹아들어 걸으면 걸을 수록.
잡념이 사라지고 일상에서 느끼지 못하는 것들을 깊이있게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저자도 중간중간에 달콤한 휴식을 취할 때면, PCT 길로 다시 돌아가기가 겁이 났다고 했다.
길 위에서 식량과 물도 걱정해야 하고, 날씨가 녹록치 않을 때면 잠 잘 곳도 걱정해야 하고, 자신의 아픈 발과 같이 동행하는 동생의 아픈 무릎도 걱정해야 했다.
2015년 4월을 시작으로 2015년 10월까지.
반년간 포기하지 않고 4,300km를 종주한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도 도전한다면 해낼 수 있을까? 도전해보고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도전에 발을 들여놓기까지는 아마 큰 용기가 필요할 것 같다.
여러가지로 매력적은 PCT에 대해 알게 되었으니 서른이 넘기전에 꼭 도전해보리라, 버킷리스트에 적어 놓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