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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자수 - 세 가지 테마가 있는 그림 같은 자수
박경란 지음 / 팜파스 / 2017년 5월
평점 :

자수를 놓으면 꽤 고요해지는 나를 만난다. 그 시간만큼은 그 어떤 소리에서도 자유롭다는 생각이 든다. 또다른 나를 만나는듯한 착각, 그간의 나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조금씩 느끼며 한 땀의 매력에 푹 빠지는 것 같다.

박경란 님의 [테마가 있는 자수]는 '세 가지 테마가 있는 그림 같은 자수'라는 부제가 함께하고 있다. 그림 같은 자수. 내게 자수의 매력은 그림을 못 그려도, 미술에 소질이 없어도 된다는 거다. 물론 손 재주가 좋거나 그림을 잘 그리거나 미술적 감각이 좋다면 자수를 완성하는 데 있어서 더 완성도가 높을 것이다.

그렇지만 '자수는 잘하는 것이 좋은 작품이 아니라 삐뚤빼뚤하지만 나만의 이야기와 정성을 가득 담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따뜻한 작품'이라는 글귀에 나는 무한 위로를 받았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나 자신을 위로하는 시간을, 집중하며 즐기는 시간을 자수 놓기를 통해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테마가 있는 자수]는 'Fantasy'와 'Forest' 그리고 'Traditional'의 세 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간 접했던 자수와는 사뭇 다른 느낌의 이야기에 초대받는 시간. 그 시간에는 늘 감동이 자리했는데, 그건 아마 자수 안에 담긴 작가의 마음이 느껴져서가 아니었을까.



자수실은 25번사만 사용하는 줄 알았다. 그 외의 다른 실은 자수실로 많이 쓰이지 않는 줄 알았는데, 자수에 필요한 재료와 도구를 살펴보면서 4번사나 5번사, 8번사 등 다양한 실이 자수에 사용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수의 세계에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레 다가가는 듯한 묘한 설렘이 참 기쁘게 다가왔다.


자수를 놓다보면 뒷정리가 늘 어려웠다. 줄글로 설명되어있는 자수책이 은근 많은 편인데 [테마가 있는 자수]에는 사진과 함께 설명이 되어 있어서 그 점이 왕초보인 내게는 무척 도움이 되었다. 하나씩 따라하다보면 그동안 정리되지 않던 것이 정리되는 느낌들. 어수선하게 놓여있던 것이 제자리를 찾아가는듯한 느낌에 앓던 이가 빠지는 것 같았다.




자수에는 수많은 스티치가 있다. 프랑스 자수, 유럽 자수, 고전미를 자랑하는 동양 자수만 봐도 비슷하면서도 분명히 다른 스티치가 존재함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자수책은 그 책마다 서로 다른 매력이 있어서 보는 즐거움이, 한 땀 한 땀 따라하는 설렘의 순간이 함께하는 것 같다.

[테마가 있는 자수]의 첫 번째 테마는 'Fantasy'이다. 실과 바늘이 있으면 답답한 일상에서는 불가능했던 생각과 상상들이 혼자만의 판타지 세상이 된다는 작가의 소개말처럼, 'Fantasy'는 판타지 그 이상의 세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Fantasy'안의 보물섬에 은어가 된 은자가 살고 밤이면 얼음마녀와 토끼가 찾아오고 그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살고 있는 듯한 세계. 이는, 'Fantasy'안에서만 가능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두번째 테마는 'Forest'이다. 자연이 주는 선물은 고이 간직하고 싶다. 바람이 스치면 스스스 숲에서 불어오는 나뭇잎의 소리는 도시에서의 삶을 잊게 만든다. 마치 숲이 나의 집이었던 것처럼,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는 포근하면서도 편안하다. 그러한 마음이 녹아있는 'Forest'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한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세번째 테마는 'Traditional'이다. 우리의 전통 자수에는 고전적인 미가 존재한다. 박경란 님은 전통 자수 안에 담겨있는 칼 같은 세밀함을 프랑스 자수의 기법을 빌려 새로움으로 탈바꿈하여 표현하였다. 전통 자수가 주는 고전미에 새로움이 더해져 특별함을 안겨준 세 번째 테마 'Traditional'는 색다름의 변화가 무척 신선하게 다가왔다.


완성된 자수 작품을 사진으로 보여준 뒤, 작품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수놓는 방법 및 완성도를 높이는 팁이 각각의 테마와 함께 정리되어 있는 [테마가 있는 자수]는 한 땀 한 땀의 정성과 마음이 감동으로 바뀌는 마법같은 책이다. 전형적인 틀에서 벗어나 자수 책도 한 편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책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한 땀의 매력, 그 안에 담긴 정성과 마음. 보는 이마다 새로운 이야기와 즐거움으로 다가올 [테마가 있는 자수]는 오래오래 곁에 두고 싶은 자수 이야기책이다.

** 새미님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