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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 만큼 보이는 세상 ㅣ 한무릎읽기
배정우 지음, 홍자혜 그림, 정영은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16년 5월
평점 :
열여덟살때까지 피아노를 쳤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고등학교 2학년 1학기가 시작될 무렵 피아노 학원에 그만 다녔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계속할 수 없는 꿈을 지금 생각해보면 줄기차게 이어왔던 것 같다. 그래도 참 행복했다. 음악 선생님께서 아침마다 내어주셨던 음악실의 피아노는 그 시절의 나를 꿈꾸게 만들었으니까.
그때부터였을까.
나는 음악은 상처를 치유하는 힘이 있다고 믿게 되었다. 루이스처럼 피아노를 마주하고 때로는 행복에 때로는 어둠에 마치 혼자 맞서 견디는 것 같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그래도 음악은 늘 나를 위로하는 창이 되어주곤 했다. 그렇기에 어쩌면 나는 무던히도 아침마다 음악실에 갔던 걸지도 모르겠다.
열네살의 소년이 쓴 글은 내 안에 작은 울림이 되어 주었다. 오래 잊고 있었던 소중한 꿈을 일깨워주기도 했다. 그렇게 때로는 아이가, 아이의 말이, 그 시선이 어른의 또다른 창이 되어주기도 한다. 열네살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만큼 종이의 여백에 눈을 돌릴틈도 없을만큼 나는 소년의 글에 꽤 빠져있었던 것 같다.
요즘 우리 아이들은 꿈이 없다. 희망이 없다. 학교를 마친 아이들은 학원에 가고, 학원 선생님이 알려준 요점정리를 토대로 시험 공부를 한다. 전년도 기출 시험지를 놓고 문제 풀이를 하고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가서는 내내 친구들과 휴대폰으로 메시지를 주고 받거나, 게임을 한다. 그러곤 휴대폰을 손에 든 채 잠이 든다.
꿈을 물으면 부모님의 꿈을 대답하는 아이들. 부모님들의 바람 1순위는 대부분 공무원이었다. 엄마가 그러는데요, 아빠가 그러는데요. 공무원이 제일이래요! 그래서 저는 공무원이 되고 싶어요. 꿈이요? 에이, 어차피 이루지도 못하는걸요. 사실은 미술 학원 다니고 싶은데 엄마가 무슨 미술이냐고 그래요. 미술은 돈이 안된다고 그런거 하지 말래요.
작년 이맘때 나의 꿈에 대한 주제로 수업을 하며 나는 가슴이 무척 먹먹했다. 초등학생도, 중학생도, 심지어 고등학생도. 꿈을 잃은 아이들 같았다. 물론 모든 아이들이 그러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꿈이 없는 아이들이 더 많았다. 그 아이들은 루이스보다 더 좋은 오늘을 살고 있는데…
책의 제목처럼 믿는 만큼 보이는 세상이라고, 노력하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아이들이 믿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다시금 언젠가 나의 꿈에 대한 주제로 수업을 하는 그 날에는 아이들의 입에서 선생님 제 꿈은요, 선생님 저는요, 라며 꿈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나누었으면 좋겠다. 이룰 수 없는 꿈이 아닌, 이룰 수 있는 꿈이라는 것을 그리고 재능보다는 노력이 더 가치있다는 것을 말해줄 수 있는 나이기를 함께 꿈꾸어본다.
중학교 입학을 앞 둔 아이들이 읽으면 참 좋을 것 같다. 열네살 소년이 아이들에게 전하는 희망의 글은, 꿈을 잃은 채 방황하는 청소년의 접힌 날개를 스르르 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