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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
셀레스트 응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누구에게나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있다. 그리고 차마 말하지 못하는 것들이 존재한다.
생각해보면 별 것 아닌 것인데도 괜히 말하면 기분이 상할까봐, 혹은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까봐 입 밖에 내지 못하고 담기 바쁜 날들도 분명 있다.
어려서 성적표를 받고 집에 가는 날, 어쩌다 한번씩은 원하지 않는 점수에 고개를 푹 숙인 채 귀가하기도 했다. 성적표가 나왔냐는 물음에 글쎄,라고 답하던 시간. 맘 졸이며 시간을 보내다가 나름대로의 각오를 하고 엄마께 성적표를 내밀던 순간. 감춘다고 말하지 않는다고 마음까지 감출수 없었던 모양이다.
나와 당신이 만나 가정을 이루고, 나와 당신을 닮은 아이를 낳으며 오늘을 살고, 내일을 기다리며 꿈꾸는 시간들. 서로가 서로에게 믿음을 주고 있지만 공공연하게 말할 수 없음도 만드는 오늘. 서로 다른 성격임에도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자 부적응자처럼 행동하는 모습은 보는 이의 가슴을 아리게 만든다. 리디아네 가족의 모습은 내내 아리게 다가왔다.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다문화 가정이 있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가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놀림 아닌 놀림을 받기도 한다. 실제로 학원에 근무했을 당시, 초등학교 1학년 남자아이가 반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야! 넌 한국사람 아니잖아. 근데 왜 한국사람처럼 행동해?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너네 엄마는 한국사람 아니랬어. 그러니까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며 아이는 아이에게 상처를 주었다. 보다못한 내가 타일렀지만, 아이는 아마 시간이 꽤 지나서야 자신의 잘못을 알아챘을 것이다. 다름과 틀림의 의미까지도 말이다.
상처는 받아본 사람만이 안다고 한다. 상처를 준 사람은 자신이 상처를 줬는지 알지 못한다고 한다. 사랑 또한 마찬가지이다. 온전하게 그 자체만 놓고 사랑을 한다는 것이 과연 쉬운 일인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는지, 가령 아이가 공부를 못한다면 아이가 내 기대치를 못채운다면 나는 과연 어떻게 행동할지에 대해서. 물론, 어디까지나 소설 속의 이야기이지만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빈번하게 일어난다. 수능 후, 자살의 길로 나아가는 아이들. 부모님의 부담어린 사랑에 도망치듯 어둠의 길로 긴 여행을 떠나는 그 가엾은 청춘들. 누가, 그들을 그 길로 떠나게 했다는 것일까.
행복은 어쩌면 순간의 감정일지도 모르겠다. 정해진 것 안에서의 행복은 늘 그랬던 것도 같다. 소나기가 내린 뒤의 무지개가 잠시 잠깐의 행복을 주는 것처럼 그렇게 행복 또한 사라져버렸던 것은 아닐지. 실제 없는 행복감이라는 것이 오히려 리디아를 호수로 내몰았던 것은 아닐지. 왜, 그리할 수밖에 없었을까.
어쩌면 누구나 그런 생각을 안고 살지도 모르겠다. 다시 태어난다면, 다시 시작한다면. 그래서 리디아처럼 호수로 걸음을 옮기는 걸지도 모르겠다. 말 없는 외침은 누구를 향한 것일까. 혹시 나 자신을 위한 외침은 아니었을까. 나 조차도 다름을 깨닫지 못한 채, 마음속으로는 수어번 호수를 걸었다 나왔다 그랬던 것은 아니었을까.
자식을 가장 모르는 사람이 부모라고 한다. 부모이기 때문에 자신의 자식을 가장 잘 모르는 것이라고도 한다. 우리 아이는 절대로 그런 아이가 아니라면서, 그럴 일이 없다면서 손사래를 치는 사람들. 자식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생각해보게 하는 소설이었다. 누구에게나 꿈이 있지만, 그 꿈을 내 아이에게까지 짊어주면 안된다는 생각도 함께 자리했다.
첫 소설은 작가가 가장 많이 사랑한다고 한다. <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은 셀레스트 응의 첫 장편소설이다. 하기에 어쩌면 그녀가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이 녹아있는 작품인지도 모르겠다. 감정의 선이 살아있는 작품, 그래서 묘한 이끌림이 전체적인 내용속에 녹아있던 글이었다. 때로는 가슴을 졸이며, 때로는 먹먹해지는 가슴을 감싸안으며 읽었던 그녀의 소설.
한 발자국 뒤에서 가족에 대한 바라보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 <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 이 글을 지금도 어디에선가 내 아이를 위해 백일기도를 하고 있을, 조금은 이기심에 치우친 고3의 부모님들이 읽어보셨으면 좋겠다.
** 본 포스팅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