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에게 흔히 하는 잔소리 중 하나는 늘 공부와 연결된다. 학생은 공부를 해야 한다,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에 귀를 기울여라, 노력한 만큼 결과도 있는 법이다 등 아주 당연한 말을 힘주어 하고 있는 나를 볼 때면 스스로 놀란다. ‘아, 이래서 꼰대라고 하는구나.’ 읊조리며 자조적인 웃음을 흘리기도 한다.다산책방 출판사의 범유진 작가님의 삼도천환생고등학교 소설을 읽으며 생각했다. 지금 내가 아이들에게 건네는 말들은 잔소리로만 남을 수밖에 없을까 하고. 이승과 저승의 경계인 삼도천 환생고등학교에 모인 영혼들은 전생의 기억을 퍼즐 맞추듯 하나씩 되짚어 가며, 살아 있을 때 미처 깨닫지 못했던 순간들을 후회와 그리움 속에서 다시 마주한다. 그리고 그 과정은 당연하게 여겼던 삶의 가치와 우리가 서로에게 건네는 말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만든다.어쩌면 나는, 아이들이 나의 잔소리에 담긴 뜻을 알아주길 바랐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어린 시절의 내가 겪었던 어리석은 시간을 부디 너희들만은 겪지 않기를, 오늘의 너희가 어제보다 조금은 덜 힘들기를 바라는 마음이 나날이 쌓여 가나 보다.《삼도천 환생고등학교》 속 아이들도 사실 나나 우리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저마다 가슴 깊은 곳에 사연을 품고 삼도천 환생고등학교에 모인 그들은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비로소 놓치고 있었던 것들을 마주하게 된다. 강해 보이는 그 마음에는 깊은 상처와 후회가 가득했다. 그래서 아이들이 서로가 서로를 향해 한 뼘 가닿는 장면들은 내 마음속에 고이 담아두고팠다.더 잘할 수 있었는데 미처 하지 못한 일을 후회하고, 너무 늦게 깨달은 진심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그렇게 퍼즐 조각처럼 흩어져 있던 기억들이 제자리를 찾아갈수록, 아이들이 그리워한 것은 빛나는 성공이나 화려한 성취가 분명 아니었다. 함께 오늘을 보낸 우리들과 서로가 서로에게 미처 전하지 못한 마음은 우리와도 매우 닮아있어서 더 깊게 뿌리내렸다.마지막 장을 덮으며 문득 생각했다. 내가 아이들에게 향하는 그 말들이 언제나 온전히 전해질 수는 없노라고. 그럼에도 나는 내일도 잔소리를 아낌없이 나눌 참이다. 마음을 꾹꾹 아낌없이 눌러 담아서.범유진 작가님의 《삼도천 환생고등학교》는 매우 개성넘치는 설정을 가진 판타지 소설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오늘을 함께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아이들 기말시험이 끝나면 우리 아이들에게 찐한 잔소리와 함께 한 권씩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다산책방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뒤 쓴 서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