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소녀들의 숲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미디어창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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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녀 제도는 조선 세종대에 폐지되었다. 책을 읽으며 그저 한 줄 요약하듯 알고 있었던 공녀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했다. 우리에게는 뼈아픈 역사적 순간들이 너무도 많다. 지금의 우리에게는 그저 역사의 어느 한 순간이지만, 당시를 살았던 우리의 선조들에게는 참으로 고통스러웠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꽃처럼 어여쁜 딸을, 어린 나이에 시집 보낼 수밖에 없는 그 아픔은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슬픔일 것이다.




[사라진 소녀들의 숲]에는 민환이, 민매월 자매가 등장한다. 그리고 둘은 같이 살지 못한 채 떨어져 긴 시간을 각자의 자리에서 살게 된다. 가끔 소식을 전하지만, 그저 살아있다는 안부에 지나지 않았다. 다시 만나던 그 날도 둘 사이에는 찬 기류만이 맴돌 뿐이었다. 문장을 쓰며 작가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꾹 눌러쓴 것같은 문장들이 애틋하게 다가온 것은, 작가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아서라고 표현을 해도 될 지.


1426년 조선, 제주.

열세 명의 소녀가 사라졌다.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제주로 떠난 자매의 아버지마저 실종되어버린다. 그 누구도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며, 찾으라 말하지 않는다. 오직 딸, 민환이만이 실종된 아버지를 찾으러 제주로 떠났을 뿐.

여자임에도 남장을 할 수밖에 없었고, 자신이 누구인지 밝힐 수조차 없었던 그녀. 아버지가 남긴 수사 일지를 날마다 읽었을 그녀. 그저 희미하게 그림자로만 그려지는 모습을 품으며, 나는 그녀와 함께 진실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절대 밝혀지지 않을 것 같던 진실이 하나 둘 수면 위로 드러날수록 후련함보다는 무거운 마음이 가슴팍에 느껴졌다. 그리고 그녀가 동생과 조금씩 마음을 나누고 있는 시간들을 마주하며 감사했다. 희뿌연 안개가 가득한 산속을 헤매다 햇살을 마주한 느낌. 그 햇살이 두 사람의 길을 비추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 생각했던 것 같다.



역사적 아픔이 없는 나라는 없을 테지만, 우리나라처럼 비극적인 슬픔이 계속되었던 나라또한 드물다는 생각이 든다. 집에 오고 싶어도 올 수 없었으며, 도망치고 싶어도 도망칠 수 없었던 공녀들의 삶을 어찌 감히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하겠는가. 그러나 절대 잊지 말아야함은 분명하다.


[사라진 소녀들의 숲]을 통해 우리와 한발 더 가까워진 허주은 작가. 그녀의 오늘을 응원해 본다.

** 미디어창비에서 가제본을 받고, 읽은 뒤 작성한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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