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리시의 다이어리 ㅣ 베스트 세계 걸작 그림책 56
엘런 델랑어 지음, 일라리아 차넬라토 그림, 김영진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1년 9월
평점 :

책장 정리하기 좋은 계절이다. 창문을 열어두면 솔솔 가을 냄새가 방 안을 가득 채운다. 한낮 열기가 점점 귀해지는 요즘, 봄처럼 환한 그림책을 만났다.
그림책 <리시의 다이어리>에는 추억이 산다. 문득 문득 한 장 두 장 넘길 때마다 "맞아, 나도 그랬었지." 혼잣말을 하면서 추억을 꺼내었다. 어느 날에는 빨랫줄에 꺼내어 말려야할 정도의 젖은 기억들이 떠올라 멍, 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역시 찰나의 순간들은 가을 한낮의 햇살을 받아 따사로이 빛을 내뿜어 주었다.

사랑하는 손녀딸에게 일기를 읽어주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저 그림을 보며 떠올렸을 뿐인데 먹먹해졌다. 늘, 가족이 등장하는 책은 다 읽기도 전에 책장을 덮기도 전에 아련해진다. 그 아련해짐으로 가득한 마음은 나를 리시로 만들고, 리시 할머니로 만들었다. 마치 나도 언젠가 그러하겠다는 듯이.

요즘은 초등학교에서도 일기 숙제를 잘 내주지 않는다. 그래서 혼나지 않기 위해 일기를 꾸며쓰거나 없던 일을 만들어내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대신, 독후일기는 많이들 내주는 추세이다. 내 생각과 느낌을 꼭 적어주세요,라는 말과 함께.
일기가 낯선 아이들에게 내 생각과 느낌쓰기가 쉬울리 없다. 작은 메모조차 해보지 않은 채 학교에 입학을 했는데, 갑자기 오늘부터 독후일기를 써 오라니. 그야말로 멘붕 그 자체에 빠지는 아이들은 서둘러 엄마를 부른다. "이거 내일까지래, 엄마 뭐라고 써?"
<리시의 다이어리>을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라 불러도 되지 않을까. 혹 아이에게 생각이나 느낌을 불러주는 수고를 하고 있다면, 리시 찬스를 써 보면 어떨까. 지친 내 마음을 위로하고, 아이에게 일기쓰는 즐거움을 알려줄 수 있을것이다.
**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책을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