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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 시학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35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3월
평점 :

시 창작 첫 시간에 교수님이 물으셨다.
"자네들은 시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그 날,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그냥 시가 좋고, 글이 좋았을 뿐인데 정작 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깊이 있게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교수님 앞이었기에 더욱 긴장이 되었던 것도 같다. 그렇게 시와의 진한 만남이 시작되었다.
교수님께서는 시 창작 시간에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꼭 읽어보라고 말씀하셨다. 요즘 어린 친구들은 시에 담긴 뜻보다는 그저 쉽게 시를 쓰곤 한다며, 수업 중간 중간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셨다. 그리고 우리들에게 당부하셨다. 백지의 공포란, 나만의 것이 아닌 모두의 것이니 뚫고 나오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꼭 이겨내라고 말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한참 지나서 다시금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펼쳤다. 그 때나 지금이나 어려운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곱씹으며 읽기가 가능했기에 오래간만에 공부다운 공부를 했던 것 같다.
시는 쉽게 쓰여지지 않는다. 비단 시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꿈을 가진 글쟁이들이 시를 쓰고 있는 것은 시에서만 추구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사물이든 생명체든 일정한 크기를 지니고 한눈에 볼 수 있어야 하듯, 플롯도 일정한 길이를 지니고 쉽게 기억할 수 있어야한다고 정의했다. 플롯의 기본적 구성을 알고, 오늘만이 아닌 미래를 말할 수 있고 그 안에 나만의 기법을 더한다면 조금은 백지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짧은 시 한 편에도 이미지가 있고 담담한 서술로 보이나 그 이면에는 또다른 이야기가 존재한다. 글이란, 시란 저마다 추구하는 바가 다르겠지만 기본적인 구성 및 나만의 기법 안에서 흔들리지 않는 의지가 필요하다는 확신이 든다. 너무 감정에 휘둘리거나 개인적인 고집을 앞세우는 일이 없도록 말이다.
**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책을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