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23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장경룡 옮김 / 문예출판사 / 199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랫동안 제목과 저자만 들어왔던 이 책. 갑자기 휙 떠나버린 네째의 방을 정리하다가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고, 이번 기회에 한번 정말 책을 읽어보자 마음먹게 되었다. 

번역된 것을 읽고 있자니, 갑자기 영문 번역판이 읽고 싶어졌다. 이 표현들을 어떻게 영어로 번역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어서 말이다.분명 노벨상 심사위원들이 일어를 배워서 원어로 읽었을리 만무하고, 영어로 번역된 것을 읽었을 텐데, 이 번역본에 노벨상을 주다니 말이다.
노벨상 받은 책들은 대개 다 훌륭했지만, 그래도 나는 우리나라 작품들도 이에 못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게 뭐냐고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서도..(그러고 보면 나는 국수주의자인가? )

작가가 단편을 이었다는 사실답게 이 소설은 뚝뚝 끊어지더라. 그런데, 그 끊어지는 것이 구구절절하게 다 설명하고, 이차저차 설명하는 것보다 상큼한 느낌을 느끼게 했다. 깔끔하군! 이라고 생각되도록..  서사적 전개에서는 축지법을, 서정적 묘사에서는 현란함을 보이고 있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라는 구절만 봐도 이 작가의 현란한 기교를 느낄 수 있다. 내공이 무지무지한 장풍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아마도 탐미주의, 유미주의 랄까? 서정주의의 대표작가라고 되어있기는 했지만 그것보다는 더 나아가 탐미주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원래도 이런 허한 인물이 나오는 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마 내겐 환상소설이 잘 맞는지도 모르겠다. 역경을 헤치는 적극적이고 역동적인 인간상이 나오니까 말이다.
내가 이런 허무주의에 빠진 사람들을 그다지 좋아하질 않아서 하루키의 글들도 잘 건들지 않는 걸게다. 어쩌면 S극이 S극을 밀어내는 것처럼, 닮은 꼴이라서 싫어하는 지도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은 예술에서 무엇을 찾는지 모르지만, 나는 뭐랄까 삶에의 강한 동기랄까? 그런 것을 부여해주는 감동을 찾는다. 그렇지만도 이 소설은 내내 나에게 그 귀절을 연상시켰다.
조지훈님의 승무의 "파르라니 깎은 머리 "

눈은 어떤 때는 포근하지만, 때로는 난폭할 때도 있고, 공포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때로는 이렇게 서늘한 아름다움으로 허함을 대변할 수도 있을 거다. 이렇게 투덜투덜대면서도 기회가 되면 이 눈으로 가득찬 고장을 나도 찾아나서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는 눈이 내리는 소리만 들으면서 다시 이 설국을 읽고 싶다. 그때는 나도 눈의 무늬로 짜였다던 천을 짤 수 있을 지도 모르니까..  마음에 담아두고, 다시 눈이 올 때마다 벼르게 할테다. :)

그러고보면, 노벨상 심사위원들은 아마도 이런 일본의 묘한 분위기에 반했을 지도 모른다. 아니면 나처럼 눈의 무늬로 짜였다던 천을 보고싶어서일 지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