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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 : 재앙의 정치학 - 전 지구적 재앙은 인류에게 무엇을 남기는가 ㅣ Philos 시리즈 8
니얼 퍼거슨 지음, 홍기빈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11월
평점 :
현미경의 발명으로 미생물에 대처할 수 있게 의학이 진보한 만큼 늘어난 인구의 네트워크는 과학기술의 발전을 타고 더 넓게 뻗어간다. 그야 말로 지구촌이라 할만하다. 이러한 환경 덕에 인근 지역만을 쓸어버렸던 전염병(재앙)은 이제 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과거 많은 재앙의 기록들을 통해 배웠음에도 코로나19에 우리의 삶을 빼앗기고 있는 현실이 황당하기만 하다. 새로운 병원균이 얼마나 강력하기에 기대수명 100세 시대에 이렇게 창궐할 수 있는 건가? 우리가 겪고 있는 현재의 재앙(코로나19)을 이해하고자 니얼 퍼거슨은 과거의 재앙을 하나하나 파헤쳐 본다.
카산드라의 예지는 설득력을 잃었기에 기술적으로 재앙을 예측해보지만 푸아송 분포를 그리며, 무작위성의 결론을 내놓는다. 이러한 무작위성에도 물구하고 몇몇의 사람들은 카산드라가 되어 재난을 예견하고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다. 회색 코뿔소처럼 예견된 재난임에도 막상 닥치고 나서야 예상치 못한 사건을 마주한 것처럼, 검은 백조에 충격을 받는다. 그중 몇 개의 재난은 사망자의 규모가 너무나 커 드래건 킹이 된다. 예견이 있었음에도 재앙을 피하지 않아 일어난 사태는 인간이 만들어낸 재앙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지진대에 집을 세우고, 홍수가 심한 강변에 터를 잡는다. 재난의 가능성이 있는 지역에 정착하기로 결정한 것은 인간들이기에 인간 스스로가 호랑이굴에 들어간 것과 무엇이 다를까? 그렇기에 재난을 천재와 인재로 나누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구가 그릇된 일이다 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하게 된다.
재앙을 다룸에 있어 과학적인 부분보다 정치적인 부분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반차오 댐, 콜레라와 같은 재난 외에도 체르노빌, 타이태닉, 챌린저호의 사례를 통해 잘못된 결정이 인명피해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체르노빌, 타이태닉, 챌린저호의 사건은 과학기술이 부족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닌, 중간관리자건, 총책임자이건 누군가의 잘 못된 결정이 불러온 결과였다. 지진대에 기꺼이 집을 건설하는 사람과 같이 외관 때문에 구명보트를 없앤 결정은 과학이 아닌 정치적인 부분이다. 공학자는 공학윤리를, 의학자는 생명윤리를 배우지만 결정은 언제나 정치적인 영역에서 이루어지니 아이러니하다.
그렇다면 모든 책임은 결정하는 책임자에게 있는 것인가? 하면 나치정권의 홀로코스트에 대한 책임이 히틀러 한사람만 짊어져야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사태가 대통령 개인의 책임이 아닌 체제 자체의 약함임을 지적한다. 벵골(인도), 아일랜드(영국), 소련, 우크라이나, 중화인민공화국, 에티오피아에서 발생한 기근의 사례를 통해 어느 제도든 재난에 충분히 대처하는 제도는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HIV가 어떻게 퍼지는지 알면서도 퍼트리는 데 일조하는 인간의 행태를 통해 전염병의 확산, 현재 코로나 19의 사태는 정치적 재난이라는 것이다.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이 미래에 언제 어느 시점에 어떤 형태로 다가올지 모른다. 홍수, 가뭄과 같은 기상이변에 의한 재난, 지진이나 화산폭발과 같은 천재지변에 의한 재난, 체르노빌, 타이태닉과 같은 재난, 정치 체제의 갈등에 의한 재난일 수도 있다. 다양한 재앙의 가능성이 존재하기에 우리는 회복재생력을 갖춘 사회적,정치적 구조를 만들어야 하며, 그러한 앤티프래절이 되기 위해 역사를 배워야함을 저자는 강조하고, 오늘날의 사회를 비추며 앤티프래절이 되라 경고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