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대중음악 히치하이킹하기
권석정 외 지음 / 탐 / 201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5년 11월 15일 빌림. 11월 15일 읽음.
대중음악 히치하이킹 하기 라는 이름처럼 가볍게 대중음악에 대한 입문으로 읽기에 제격인 책. 심각하게 공부를 하려는 사람에게는 너무 가볍고, 음악은 그냥 듣는 거지 뭘 찾아가며 듣는담? 하는 사람에겐 조금 신기하고 재미있을 에피소드로 이루어지 책. 대체로 쉽고 편하게 읽히도록 배려한 점이 마음에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열대탐닉 - 신이현의 열대를 보내는 다섯 가지 방법
신이현 지음 / 이야기가있는집 / 201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5년 2월 19일 읽음.

열대에 가고 싶다. 열대 과일이 먹고 싶다. 수영장에 옷을 입은 채 뛰어들고 싶다. 열대의 소낙비에 흠뻑 젖고 싶다. 흙먼지 폴폴 날리는 열대의 밤길을 타박타박 걷고 싶다. 열대의 더위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이마에서 콧등에서 겨드랑이에서 등에서 땀을 뚝뚝 흘리고 싶다. 한여름 아니 태양의 한복판에 서 있고 싶다.

신이현이란 작가는 잘 모른다. 1994년 <숨어있기 좋은 방>이란 작품으로 데뷔했다고 하니 20년이 된 중견 작가다. 데뷔작만 어렴풋이 읽은 기억이 나지만 그것도 확실치 않다. 프랑스 남편을 두고 남편을 따라 캄보디아에서 여섯 해를 살았단다. 이 책은 그 때의 기억을 풀어낸 것. 여행기라기보다 일종의 소설일 듯. 소설은 아니지만 소설이다.

캄보디아에 살며 만난 인연들, 다섯 인물을 열대 과일에 빗대어 풀어낸 이야기이니까 실제 이야기면서도 그 인물들의 사연을 작가가 다시 풀어써냈으니 소설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다섯 인물과 과일을 소개해본다.

청년 잭 푸르트의 경우, 시시껄렁하고 뒤죽박죽인 열대의 나날들
망고 아저씨의 경우, 이 세상에서 가장 게으른 사나이의 열대의 나날들
두리안의 경우, 조금은 로맨틱하고 서글픈 열대 호텔에서의 나날들
불꽃씨의 경우, 모든 길에 벌레들의 이름을 붙여 준 열대의 나날들
파파야의 경우, 대체로 퇴폐적인 상상으로 흘러가는 열대 우기의 나날들

나는 열대 과일을 잘 못 먹는 편인데 이 책을 읽고 나면 열대 과일이라면 무엇이라도 아구아구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열대 과일을 눈으로 먹은 듯 하다. 더불어 그 인물들의 삶도 함께 살아온 듯. 이 세상에 사연없는 사람은 없다지만 이들의 사연은 어찌나 소설 같은지.

그런데, 이들의 삶은 열대적이다. 무엇인가를 이루고 쟁취하고 성취하며 얻고자 하는 것이 없다. 삶의 팽팽한 대결 따위는 열대의 뜨거움에 녹아버린지 오래다. 이들의 삶은 애쓰지 않아도 절로 피어 자라난 열대의 나무들과 절로 영글은 과일들처럼 그저 더위 속에서 시간과 함께 흘러간다. 그런 무위의 인생에 온갖 감정과 사연이 넘친다. 애써 키우지 않아도 향과 즙이 흘러넘치는 열대 과일처럼. 신기한 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지음 / 난다 / 201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 번 올린 서평에 추가.

이수열 선생

<밤이 선생이다>에 나오는 이수열 선생에 대한 글. 황현산 글의 특징이 담겨 있다. 그 특징은 이렇다.

1. 자신의 일상에서 겪은 경험이 출발점이다.
2. 그 경험에서 얻은 교훈과 시사점을 풀이한다.
3. 하고자 하는 말이 글의 끝 부분에 나온다.
4. 인상적인 비유가 들어간다.
5. 앞에서 한 논의 덕분에 자신의 주장이 탄력을 받는다. - 논의가 개인의 차원에서 사회적 차원으로 확장된다.

이수열 선생에 대한 글도 마찬가지.

1. 이수열 선생에 얽힌 개인적 일화
2. 이수열 선생의 편지 덕분에 달라진 자신의 글
3. 그럼에도 동의하지 않은 어떤 부분
4. 이수열 선생을 소금이라 표현한 비유
5. 언어순화라 할 운동이 필요한 이유에 대한 인식의 확장

황현산의 글은 대체로 온건하며 주장을 앞세우지 않는다. 그의 이야기는 자신이 겪은 경험에서 출발하기에 구체적이고 읽는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그리고나면 그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논의의 일부분을 슬몃 내비치며 본격적인 논의로 독자를 이끈다. 차근차근 비약없이 한단계 한단계 성실하게 논의를 풀어가는 그의 글을 따라가며 우리는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리고 제일 마지막, 그가 하고자 하는 핵심은 인상적인 비유와 함께 제시된다. 글의 말미에서 등장하는 그의 주장은 앞서 걸어온 논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끌려 나온 것이기에 글쓴이에게도 글을 읽는이에게도 무리가 없다. 그의 주장은 앞선 논의에서 탄력을 받으며 인상적인 비유로 전해지기에 오래 기억에 남는다. 대체로 그의 글이 이러하다. 논리의 비약도, 감정의 돌출도 없이 이루어지는 자연스러운 글의 전개, 그리고 촌철살인이라 할 인상적인 주장. 이것이 그의 글이 갖는 매력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의 세계를 스칠 때 - 정바비 산문집
정바비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정바비. 가을방학의 멤버. 줄리아 하츠라는 밴드도 했다고 하지만 잘 모른다. 그저 계피와 짝을 이룬 가을방학의 멤버로 처음 알았다. 곡을 잘 쓰는데 노래는 잘 못한다고 알려졌다. 악기 연주도 수준급인데 패션 센스는 좀 없다고 느껴진다. 그 정도. 딱 그 정도 알고 있는 남자 뮤지션. 그런데 그가 글을 잘 쓴다. 세상에나.

정바비의 산문집. <너의 세계를 스칠 때>을 읽다. 정바비의 원래 이름을 알았다. 굳이 여기 적고 싶지는 않지만 그 이름은 음악과는 안드로메다만큼 멀게 느껴진다는 것 정도는 말하고 싶다.

그의 책에 자주 언급되는 단어들. 사랑, 연애, 섹스. 이건 한묶음이라 하자. 리처드 도킨스는 유별나다. 에른스트 루비치는 낯설다. 비치 보이스는 반갑다. 정치, 종교 이 둘도 한묶음(싸움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일본어, 영어, 언어. 국문학도니까 그렇다고 치자.

그리고 하루키. 이 글을 읽다보면 이게 하루키 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만큼 닮아있다. 문체도 상상력도 전개도. 이건 욕이 아니다. 수준급이라는 이야기다.

읽다보면 첫장부터 끝장까지 스르륵 넘어간다. 글발이 장난이 아니다. 글쟁이로 나섰어도 대성했으리라. 특히 언어에 대한 예민함이 좋다. 한국에만 오면 푸대접을 받는 s에 대한 고찰이 돋보이는`s에 대한 예의`는 영화번역가들이 심사숙고해야할 문제를 던져준다. 유머 감각 또한 그에 못지 않게 뛰어난데 그게 대중적이지 않은 게 문제다. 유머감각을 다룬 `그들의 유머감각` 일부를 인용한다.

`교문을 나서면서 학생회보로 보이는 책자 한 권 들고 나서서 전철 안에서 쭉 끝까지 읽어보았다. 제목이 `고대문화`이고 웹사이트 제목은 komun.net이었다. 고대문화를 줄여 `고문`이라고 한 것이다. 유머 감각이 있는 사람들이란 게 느껴져서 좋았다. 안에 있는 글도 훌륭했다. 숙독한 다음 재활용함에 고이 넣었으니 언젠가 펄프로 재림하여 수많은 고대인들처럼 다시 한 번 국민 교양과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리라 믿는다.
돌이켜보면 내가 사귀었던 이 학교 출신 여학생들도 하나같이 만만치 않은 유머 감각의 소유자들이었다. 나랑 교제했다는 게 그 증거다.`

그 다운 글을 하나 고르자면 이것. 짧지만 이게 정바비의 감성의 핵심이다.

`위키디피아에 의하면, 이탈리아 북서부에 `브라`라는 이름의 마을 있다고 한다. 인구 3만이 채 안 되는, 비유하자면 A컵쯤 되는 아담한 마을인 듯하다. 언젠가 그곳에서 길을 잃어버리고 싶다.`

좋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지음 / 난다 / 201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황현산 선생의 책을 읽다. 밤이 선생이라니 무슨 말일까? 선생의 책은 처음이다. 이 책 이전에 문학평론집 두 권을 내셨다는데 나로서는 금시초문. 처음 보는 황현산 선생의 글은 은근한 힘이 있다. 글쓰기 책에서는 보통 중요한 내용을 문두에 두라 한다. 이른바 두괄식. 두괄식 구성은 전달할 내용을 먼저 밝힘으로써 독자에게 요지를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이하 이어지는 보충으로 그 내용을 명료하게 해준다고 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두괄식 구성을 권하는 경우가 많은 것.

한데 황현산 선생의 글은 두괄식이 별로 없다. 거의가 미괄식. 선생의 어릴 적 일화라든지 요즘 세태 풍경 이야기가 글의 서두인 경우가 많다. 뭘 이야기하려는 걸까 하면서도 일단 솔솔 읽혀서 무작정 따라가면서 읽는다. 글의 제일 말미에 와서야 아, 이 이야기를 하려고 이렇게 둘러 왔구나. 하는 탄복으로 무릎을 치게 된다. 그리고 지금껏 읽은 글을 처음부터 다시 되돌아 보게 한다.

신문에 연재했던 글을 중심으로 모았기에 통탄스러운 사회 문제에 대한 언급이 대다수인데 그 통탄함은 대체로 인문학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천박스러운 풍조를 향한다. 그리고 그 비판은 대체로 온건하다.

내가 보기에 선생은 급진적이나 전위적이라기보다는 온건하고 점진적이다. 사회적 통념이라는 것이 누구 한 사람의 비판으로 금새 바뀐다기보다는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제대로 이해되어야만 바뀐다는 걸 믿는 사람이다. 그래서 비판의 칼날은 매섭다기보다 반대편 방향을 돌아보도록 이끄는 편이다. 유현하다고 할까? 그리고 그런 비판은 합리적인 근거와 함께 제시되어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이게 하곤 한다.

가령 군대 가산점 문제의 경우 다녀온 사람의 체험의 생생함과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집단과 그렇지 못한 집단 사이의 대립으로 그 문제에 대한 논리적인 토론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 선생은 단 한 가지를 지적함으로써 논의의 핵심을 찌른다. 군대 가산점 제도는 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수십만의 남자들 중에 겨우 몇 백 수준이라는 점에서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이라 보기 어렵고, 반면 여성들이 공직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거의 틀어막는 데에는 확실한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에 좋은 정책이 아니라는 지적은 누구에게나 타당한 지적이다.

책의 2부는 사진 비평인데 이게 문학비평가로서의 선생의 면모가 잘 발휘된 부분이다. 나로서는 사진 한 장을 앞에 놓고 이렇듯 긴 글을 못 쓰겠다. 구본창이나 강운구의 사진을 앞에 놓고 선생은 그 사진이 무얼 바라보고자 했고, 무엇을 포착하였는지를 실로 꼼꼼하게 짚어준다. 특히 강운구의 사진을 다룬 `겨울의 개`는 사진이 겨울의 한 순간을 담아낸 풍경사진이면도 동시에 인간의 길과 예술의 길을 함께 보여주는 사진이라는 통찰까지도 이끌어내는 좋은 글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