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지음 / 난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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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산 선생의 책을 읽다. 밤이 선생이라니 무슨 말일까? 선생의 책은 처음이다. 이 책 이전에 문학평론집 두 권을 내셨다는데 나로서는 금시초문. 처음 보는 황현산 선생의 글은 은근한 힘이 있다. 글쓰기 책에서는 보통 중요한 내용을 문두에 두라 한다. 이른바 두괄식. 두괄식 구성은 전달할 내용을 먼저 밝힘으로써 독자에게 요지를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이하 이어지는 보충으로 그 내용을 명료하게 해준다고 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두괄식 구성을 권하는 경우가 많은 것.

한데 황현산 선생의 글은 두괄식이 별로 없다. 거의가 미괄식. 선생의 어릴 적 일화라든지 요즘 세태 풍경 이야기가 글의 서두인 경우가 많다. 뭘 이야기하려는 걸까 하면서도 일단 솔솔 읽혀서 무작정 따라가면서 읽는다. 글의 제일 말미에 와서야 아, 이 이야기를 하려고 이렇게 둘러 왔구나. 하는 탄복으로 무릎을 치게 된다. 그리고 지금껏 읽은 글을 처음부터 다시 되돌아 보게 한다.

신문에 연재했던 글을 중심으로 모았기에 통탄스러운 사회 문제에 대한 언급이 대다수인데 그 통탄함은 대체로 인문학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천박스러운 풍조를 향한다. 그리고 그 비판은 대체로 온건하다.

내가 보기에 선생은 급진적이나 전위적이라기보다는 온건하고 점진적이다. 사회적 통념이라는 것이 누구 한 사람의 비판으로 금새 바뀐다기보다는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제대로 이해되어야만 바뀐다는 걸 믿는 사람이다. 그래서 비판의 칼날은 매섭다기보다 반대편 방향을 돌아보도록 이끄는 편이다. 유현하다고 할까? 그리고 그런 비판은 합리적인 근거와 함께 제시되어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이게 하곤 한다.

가령 군대 가산점 문제의 경우 다녀온 사람의 체험의 생생함과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집단과 그렇지 못한 집단 사이의 대립으로 그 문제에 대한 논리적인 토론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 선생은 단 한 가지를 지적함으로써 논의의 핵심을 찌른다. 군대 가산점 제도는 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수십만의 남자들 중에 겨우 몇 백 수준이라는 점에서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이라 보기 어렵고, 반면 여성들이 공직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거의 틀어막는 데에는 확실한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에 좋은 정책이 아니라는 지적은 누구에게나 타당한 지적이다.

책의 2부는 사진 비평인데 이게 문학비평가로서의 선생의 면모가 잘 발휘된 부분이다. 나로서는 사진 한 장을 앞에 놓고 이렇듯 긴 글을 못 쓰겠다. 구본창이나 강운구의 사진을 앞에 놓고 선생은 그 사진이 무얼 바라보고자 했고, 무엇을 포착하였는지를 실로 꼼꼼하게 짚어준다. 특히 강운구의 사진을 다룬 `겨울의 개`는 사진이 겨울의 한 순간을 담아낸 풍경사진이면도 동시에 인간의 길과 예술의 길을 함께 보여주는 사진이라는 통찰까지도 이끌어내는 좋은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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