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파이트 클럽 - 여성들의 오피스 서바이벌 매뉴얼
제시카 베넷 지음, 노지양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단순히 3년 전과 비교해도 '페미니즘'이란 단어는 우리에게 더욱 친근해졌다. 그렇다고 해서 여성이 느끼는 유리천장의 두께가 얇아진 것은 아니지만, 수많은 사람이 여성이 느끼는 차별에 대해 알고, 간극을 좁히기 위해 방안을 모색하는 행동 자체가 가치를 지닐 것이다. 여기, 페미니즘에 대한 책 한 권이 있다. 제시카 베넷이 쓴 <페미니스트 파이트 클럽; 여성들의 오피스 서바이벌 매뉴얼>은 직장 생활, 즉 사회 활동을 하며 느낄 수 있는 여성차별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 상황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지 '페미니스트 파이트 클럽'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창조해 재치 있게 풀어나간다.


이 책의 목표는 여러분을 전쟁의 전술들로 무장시키는 데 있다. (중략) 무엇과의 전쟁이냐고? 일반적인 성차별, 긴가민가한 성차별, 노골적인 성차별, 때로는 가장 진보적인 사무실에조차 존재하는 의식하기 어려운 성차별과의 전쟁이다.


점점 진화하는 성차별, 누구의 잘못인가.


유색인종들이 하루 단위로 견뎌내고 있는 은밀한 차별―미묘한 모욕이나 묵살 같은 인종차별주의―처럼 오늘날의 성차별은 음험하지만 은밀하고, 가볍고, 정치적으로 올바르며, 때로는 친근하기도 하다.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오늘날의 성차별을 이처럼 정의한다. 더불어 미묘한 성차별이라는 새로운 명사를 ''내가 유난스러워서 이런 걸 기분 나빠하는 건가?'같은 생각을 하게 만다는 성차별. (아니다. 당신은 유난스럽지 않다.)'라고 정의한다. 지금 글을 읽은 당신이 '남성'이라면, 게다가 페미니스트에 대한 안 좋은 생각을 지니고 있었다면 기분이 썩 좋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작가는 책을 통해 '남성들이 이 전쟁에 꼭 필요한 사람이니 FFC(가상의 공간)에 가입해야 한다'라며 단언한다. 더불어 '우리(여성)의 해방은 당신(남성)의 해방'이라고도 표현한다.


남성들은 수천 년 동안 지배하는 성으로 대접받아왔고, 어렸을 때부터 권위 있게 행동하는 법을 배우고 자유롭게 의사를 전달하며 자신의 위치에 걸맞은 신체언어를 체득해왔기에 때로는 착한 남자들조차 그런 행동 패턴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책에서 작가는 '여성'의 관점에서 다양한 '○○남'을 표현하고, 그들을 상대하는 법을 서술한다. '○○남'이란 표현에 기분이 상할 필요는 없다. 남성과 여성, 성별에 상관없이 책에서 말하는 상대는 '인간적으로 이상한' 사람일 뿐이니 말이다. 더불어 작가는 자기 자신을 파괴하는 여성에 대해서도 일침을 날린다. 그리고 그런 마음이 생기는 것은 그들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극복할 수 있으며, 그 극복 방법까지 '친절하게' 말해준다.


어쩌면 오늘날의 '무어라 이름 붙일 수 없는 그 문제'는 그 이상한 느낌의 잔재일지도 모른다. 공허함은 사라졌다. 여성은 얼마든지 전문직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 감정은 우리가 아직도 거기까지 갈 자격은 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대체되었다. 우리 머리에 들어앉은 이 생각은 크고 작은 방식으로 우리를 공격한다. 어떨 때는 자신감을 서서히 갉아먹는, 작지만 끈덕지게 들려오는 자기의심의 목소리가 될 수 있다.



말의 힘은 성차별도 파괴한다.

작가는 <페미니스트 파이트 클럽>을 통해 '말'에 대해서도 주목한다. 남성과 여성의 스피치 패턴과 억양에 대해 말하며 고쳐야 할 습관을 정리한다. '고쳐야 할 습관'이라고 하면 언어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겠지만, 작가는 조금 다르게 말한다.'그냥', '너무', '~ 같아요' 등 허사는 안 좋은 습관이므로 고치는 것이 이상적이겠지만 그 언어 습관이 좋다면 유지해도 되고, 특히 '나답게' 말하는 방법이라면 더욱 고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작가가 말하는 '고쳐야 할 습관'은 무엇일까. 예의상 덧붙이는 '미안합니다'나, '보호막 어휘' 등이 이에 속한다.


여성과 스피치에 관해서는 간과할 수 없는 특징이 있다. 이상적인 스피치라 여겨지는 것이 여성이 실제로 말하는 방식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이상과 현실은 다를 수밖에 없다. 모두가 같은 외모와 생각을 지닌다면 모두가 이상적인 사회, 즉 '유토피아'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하지만 성차별은 이런 당연함을 간과하는 순간 드러나게 된다. '말'은 하나의 예시일 뿐이다. 사소하게 행해지는 차별은 '나와 다름'을 '틀림'으로 정의하면서 시작된다는 것을 잊지 말고 늘 긴장해야 한다.

<페미니스트 파이트 클럽>을 보면, 사회에 만연한 성차별을 가감 없이 느낄 수 있다. 사회 속 성차별을 새롭게 정의한 작가의 재치가 독서 내내 미소를 띠게 하지만, 썩 유쾌하지만은 않다. 책에서 말하는 FCC는 가상 속 동호회지만, 그들이 파괴하기 위해 애쓰는 행동은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책 속 일러스트와 다양한 표는 심각해지는 머릿속을 깔끔하게 정리한다.

만약 당신도 <페미니스트 파이트 클럽>을 읽고 머릿속이 정리됐다면, 이제 행동할 차례다. 성별에 상관없이 책에 나온 피해를 겪었다면 책 속 '매뉴얼'처럼 행동하면 되고, 주위에 차별을 하는 사람을 발견했다면 콕 집어주면 된다. 혹시 당신이 차별이라고 인지하지 못 하고 했던 행동이 책 속에 나왔다면, 당신은 행운아다. 성차별의 피해자나 목격자보다 가장 빠르게 변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기 때문이다. 무거운 내용을 가볍게 서술했지만 독자의 인생을 한순간에 바꾸는 <페미니스트 파이트 클럽>. 혹시 책을 읽지 않은 당신이 이 글을 읽는다면, 반드시 권하고 싶다. 앞으로 달라진 인생이 기대된다면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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