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영화관에 갔어 - 가만한 어둠 속에서 우리를 통과한 장면들
김소미 지음 / 흐름출판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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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혼자 영화관에 갈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물론 영화관 부분에 다른 단어를 넣어도 무방하다.
요는 혼자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는 얘기다.

나는 프로 솔플러다.
혼자서 많은 것을 해왔다.
여행도 가고, 고깃집도 가고, 콘서트도 간다.
당연히 영화관은 껌이다.
하지만 많은 행위 중에서 솔플러로서
가장 마음이 편한 곳은 역시 영화관이다.

왓챠피디아의 기록에 의하면
나는 현재까지 2,260편의 영화를 보았다.
그리고 극히 소수의 경우를 제외하고
나는 대부분의 영화를 혼자 보았다.
오롯이, 온전하게, 나인 상태로
영화들을 마주 해왔다는 이야기다.

씨네필이라고 말하기에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만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중의 하나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어릴 때 문화생활이 마뜩잖은 지방 소도시에서
유년기를 보낸 반동인지
어느 순간부터 미친 듯이 영화를 봤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어떤 의무감으로
필요 이상으로 많은 영화를 보면서
매너리즘에 빠져 고개가 삐딱해지기도 했지만
정신을 차리면 또다시 새로운 영화를 만나러
기꺼이 무거운 현관문을 열고 세상으로 나갔다.

그래서 영화를, 영화 관계자들을 멋대로 가까이 느낀다.
씨네 21이라는 잡지도 그러하다.
이 책은 다수의 영화 잡지를 거치며
영화기자이자 평론가로 활동해오고 있는
김소미 님의 영화 관련 에세이집이다.

나도 영화를 보면서 느낀 감상을 글로 짧게나마 남겨볼까 하지만
늘 순간의 감정뿐, 시간이 흐르면 불꽃은 쉬이 증발되어 영영 잃어버리고 만다.
그렇기에 영화를 깊이 보고, 글을 남기는 사람에 대한 동경이 크다.
안개 같은 흐릿한 감정과 생각을 다양한 표현과 비유, 묘사로 풀어내며
기꺼이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모습이 참 멋지다.

우리가 든든한 아군이 되어주기는커녕
서로의 일상에 간간이 슬픔만을 채색하는 존재라는 사실이
참을 수 없이 지겨워졌다.
19~20p 이토록 다정한 전투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어떤 이별은, 이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두 사람이 그저 각자 자기 삶 속으로 걸어 들어가기 위해
서서히 문을 닫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47p 그러므로 나는 도리 없음을 받아들인다 「패스트 라이브즈」

특히 [더 웨일] 속 조연 리즈에 대한 글이 좋았다.
나도 영화를 보며 그녀가 자꾸 마음에 걸렸던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리즈는 성실한 간호사이고 찰리가 원하는
'치즈를 잔뜩 추가한 라지 사이즈의 미트볼 샌드위치'를 사주는
마음 약한 동지이기도 하다.
양쪽 모두 그녀다.
사랑하는 관계 속에서는 이런 모순이 가능해진다.
살리는 사람과 죽이는 사람이 하나가 될 수 있다.
59-60p 돌보는 조연 「더 웨일」

그러나 종교와 문학의 세례라곤 없이
그저 일하고 있을 분인 조연, 여성, 노동자의 구원은 어떻게 되려는가.
62p 돌보는 조연 「더 웨일」

나는 작가님을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이 책을 잃고 나는 영화 이야기를 나눌 친구가 생긴 기분이다.
이야기 속에서
내가 놓친 부분에 대한 새로운 눈을 뜨게 해주었고,
나도 똑같이 마음에 걸렸던 부분에 대한 공감을 받았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비밀을
앙코르와트 사원의 돌기둥 구멍에 속삭인 듯 후련하고 애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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