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한권] 춤추는 초록 공룡을 본 적 있나요? - 나로 살아가게 해준 너를 위해
김수하 지음 / 잇스토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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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비명 한 번 지를 틈도 없이
운명의 손아귀에 붙잡혀
산 채로 불구덩이로 던져진 그날.

얼굴의 살가죽에 누군가 쉬지 않고 사포질을 해댔다.
거기다가 고춧가루를 끓는 물에 풀어
쉬지 않고 들이붓는 듯한 작열하는 고통이
정상적인 사고를 마비시켰다.

강우는 대학교 마지막 시험을 앞두고
불의의 사고로 심각한 화상을 입게 된다.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지만 그것조차 쉽지 않았던 날들.
그를 이 세상에 붙잡아둔 건 그의 어머니였다.

그리고 가끔, 그 틈으로 당신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들, 아들.
마치 이 한 단어만이 당신이 오로지 알고 있는 말인 것처럼
처절하게 외치는 소리.
그 두 글자가 달팽이관을 지나 몸속 깊은 곳으로 흘러 들어갔다.
나의 몸에 새겨진 절망의 흔적 사이사이를 곱게 씻겨주는 맑은 시냇물처럼.

세상으로부터 격리되어 무료한 날들을 보내던 어느 날,
사람들이 마스코트 인형을 보고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며
사고 이후 처음으로 가슴이 뛰는 걸 느낀다.
흉측해진 몰골을 인형탈 속에 감추고
강우는 그렇게 거리로 나와 춤을 추게 된다.

그러나 크나큰 차이점이 있다면 그는 어둠 속에서 가장 밝게 타오르는 별이 됐고,
나는 암흑 속에 잠겨 울컥울컥 죽어가는 중이라는 점이었다.

반짝이는 그들을 보면 나의 어둠이 더 짙어질 것만 같았다.

미래가 기대된다는 건 현재가 빛나고 있다는 아주 분명한, 증거였다.

어느 날 거리에서 춤추는 공룡 탈을 쓴 강우를 보고
호기심을 가지게 된 카페 직원 연.
서로 포개지지 않을 것 같던 그들의 삶이
어떤 사건을 계기로 교차하게 되고
둘은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어간다.

각자의 상처와 아픔이 드러나고
삐걱거리는 순간들을 겪으며
사람이 사람에게 진심을 다해 응원을 전하고
또 곁에 있어준다는 것이 어떤 모습인지를 담은 이야기.

영상화를 애초에 상정하고 만들어진 이야기라는 게 독특했다.
세상에 상처받고 한껏 움츠러들었던 내 모습이 겹쳐서
마음이 동기화된 상태에서 읽어 그런지 술술 잘 읽혔다.
나중에 영상화가 된다면 어떤 장면들이 나타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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