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린다, 홀려.책 표지 중앙에 떡하니 자리한 여인의 뒷모습에서부터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호기심이 인다.거기다 제목이 무려 <악의 주장법>이다.뭔데, 뭔데.잔뜩 부푼 마음으로 첫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귀신에 씌인 것처럼 미친듯이 빠져들어 정신없이 읽어내려갔다.멍울독.이 이야기에서 중요한 테마로 작용한다.국권 피탈 이후 기록된 적도 본 적도 없는 독초들이한반도 곳곳에서 발견되는데독초에 서린 기운을 망국의 한으로 여긴 조선인들은비탄하는 심정으로 그것을 멍울독이라 불렀다.백오교 혹은 시라이시 유이토라는 이름으로 불리던식민지의 천재 청년이 어느 날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그리고 한 달 뒤, 그의 집에서 또 한 명이 죽은 채로 발견된다.경성을 뒤흔들 만큼 미모가 뛰어났던 미카엘이라는 청년이었다.이 사건 때문에 멍울독 백과의 저자 구희비가 소환된다.아주 작은 세포 단위였을 때부터 그녀는 독초와 함께 자랐다.죽음을 경험했지만 죽음에서 살아돌아온 사람이라 그런지죽음을 그리워하기도 했다.몸이 좋지 않은 희비는 조수로 차돌이라는 이름의 건강하고 총명한 아이를 고용한다.그렇게 두 사람과 그들의 주변 사람,경성의 많은 인물들이 이 사건을 두고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낸다.구미가 당기지요?그래서 뭐가 어떻게 되는지 막 궁금하지요?그럼 저 한 번 믿고 읽어봐주세요.읽는 동안 시간 순삭해 드릴 수 있습니다.문장도 수려하고 곳곳에 배치된 유머와호락호락 당하지 않고 되받아치는 강인한 캐릭터들에괜히 내 속이 다 시원한 대리경험도 할 수 있다.소설이 무조건 영상화가 되기 위해 쓰여지는 건 아니지만읽으면서 자꾸 내 맘대로 캐스팅을 하느라머릿속이 분주했지만 상상하는 재미 또한 쏠쏠했다. 아, 진짜 재미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