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는 모든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 우리의 삶을 넘어선 본질에 대한 이야기 세스 시리즈
제인 로버츠 지음, 매건 김 옮김 / 터닝페이지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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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세상에 태어나고 머리가 꽤 굵어질 때까지
양가의 조부모들은 살아계셨다.
명절 때마다 친가와 외가를 오가며
1년에 최소 2번은 짧게라도 그들을 만나며 자랐다.
친가에서는 내가 첫 손주였기에
나는 부모의 사랑과 더불어
조부모와 친가 친척들의 사랑을 독차지했었다.
외가에서는 내 앞에 많은 손주들이 있었기에
내 존재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지만
많은 형제들이 있음에도
누구보다 살뜰히 부모를 챙긴 엄마 덕에
나름의 관심과 사랑을 먹었던 것 같다.
영원할 것만 같던 그들과의 만남은
지금 모두 끝을 맞았다.
때로는 버거웠고 때로는 벅찼던 그 사랑이
요즘 부쩍 생각이 난다.
나라는 존재를 만들어준 엄마 아빠의 뿌리가 된 그들이
더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고
나만 덩그러니 남겨진 것만 같아
종종 한기를 느끼고 부르르 몸을 떨곤 했다.
내가 운이 좋았구나.
다 잃고 나서야 깨달았다.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그토록 나를 사랑하고 아껴주던 마음은
이제 영영 사라진 걸까?
죽음 이후의 상태는 어떤 것인지 자주 생각했다.
생각했지만 나는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다.
죽어보지 않았으므로.

이 책을 읽으면서 닭살이 돋았던 팔을
보이지 않는 손이 어루만져 주는 느낌이 들었다.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나는 나라는 외형에서 벗어나 아주 작디 작인 분자가 되어
공기 중을 떠도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나를 둘러싼 주변의 모든 사물을 이루는 입자들의 진동이 느껴지기도 했다.
깨어있지만 잠들어 있는 듯한 묘한 상태에 빠졌다.
직접 닿을 수는 없지만 나를 만들어준 내 뿌리에게
지금 내 마음을 보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별한 독서 경험이었다.
책의 전편인 세스 매트리얼도 읽어보고 싶다.

조금 덜 외로워졌고
조금 더 따뜻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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