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세계 -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상을 움직이는 곤충들의 비밀스러운 삶
조지 맥개빈 지음, 이한음 옮김 / 알레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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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름한 건물 외벽에 시선을 고정한 채 멍하니 있었다.
그러다 아지랑이처럼 어떤 움직임이 포착되어 두 눈의 포커스를 맞췄다.
쌀알 2개 정도 크기의 밝은 갈색빛의 거미가 어딘가로 이동 중이었다.
순간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내 시선은 나와 너무 다른 존재에게 빨려 들어갔다.
그렇게 한동안 거미의 이동을 지켜보다가 시야에서 사라지려는 거미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 잘 가렴.

어쩌다 보니 연거푸 곤충에 관련된 책을 읽게 되었다.
그래서 작디작은 친구들에게 전에 없이 마음이 간다.

곤충강은 모든 동물종의 4분의 3을 차지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숫자를 자랑한다.
다양한 종류만큼 이 책에는 곤충들의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 있다.

작은 생물들의 존재에 대해 무지했던 나머지
캘리포니아콘도르를 보호하려 했던 기생충 제거 과정이
되려 종을 멸종시켜버리는 결과를 초래한 사례는 아주 마음이 아팠다.

지구에서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곤충 중 하나로 잘 알려진 사막메뚜기는 의외로 식성이 까다로운 미식가이고, 혼자 돌아다니기를 좋아하지만 가까이 밀집되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 특정 거리 내에 있는 개체들끼리 서로 보조를 맞추어 함께 움직이는 양상을 띠게 된다는 이야기는 너무 흥미로웠다.

뿔매미들은 약 3,500종이 있으며 남아메리카에서 유달리 다양하게 진화했다.
정말 기이한 모습을 한 개체들도 있는데 진화의 결과치들 또한 아주 재미있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인식의 문이 활짝 열렸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디작은 미생물이나 기생충부터 눈에 보이는 동식물들까지.
지구에 이렇게 다양한 존재들이 같이 살아간다는 사실에 괜히 혼자 마음이 훈훈했다가
다른 생명체들에게 인간이 가한 수많은 폭력의 과정과 결과치를 생각하면 납덩이를 삼킨 것처럼 가슴이 답답해진다.

제발 우리 같이 좀 삽시다.
잘못을 바로잡읍시다.
우리는 지구의 주인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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