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불행한 아이 문지 푸른 문학
유니게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기 두 아이가 있다.
성찬과 달아.

성찬은 교회의 베이비박스에서 발견되어 한 가정에 입양되었다.
아이에게 사랑은 그 사람이 원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기에
한순간도 자신의 위치를 잊지 않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눌러 죽여서라도 가족에게 모든 걸 맞추려고 노력하며 살았다.
일련의 일들을 겪으면서 자꾸만 일그러지고 있는 중이다.

달아는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아이라고 생각했다.
태어나 보니 아빠의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미혼모의 딸이었기 때문이다.
엄마는 몸이 부서져라 일하다가 달아가 여덟 살 때 새아빠를 만나 꿈처럼 행복한 잠깐의 시간을 누린다.
이후에 동생 유지가 태어나면서 엄마는 극심한 불안과 우울에 시달렸다.
엄청난 속도로 무너져가는 엄마는 새아빠와 자주 다투었고
어느 날 더 이상 견디기가 힘들다며 새아빠가 떠났다.
엄마는 엄마의 동굴 안에 갇혔고
달아는 종종 옆집 아주머니의 도움을 받으며 본인도 아이면서 어린 유지를 돌봤다.
와중에도 달아는 금요일 저녁이면 언제나 운동화를 빨았다.
마치 엄마가 챙겨준 것처럼 새하얗게 될 때까지 공들여서.
운동화만 하얗다면 누구도 자신을 비웃을 수 없다는 듯이,
운동화만 하얗다면 자존심을 지킬 수 있다는 듯이.

각각의 평행선으로 존재하던 두 아이가 교차한다.
불행한 아이와 불행한 아이가 어느새 친구가 되어 있다.
한 사건으로 둘 사이는 다시 어긋나기도 다시 만나기도 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작가의 말을 보면 저자가 힘들지 않게 써 내려갔다는 말이 나온다.
그래서 그런지 가시 돋친 문장 없이 술술 잘 읽힌다.
나도 한 불행했다고 자처하는 아이였기에
찬과 달아의 마음에 크게 공감하며 페이지를 넘겼다.
달아 할머니의 태도와 말들도 가슴에 깊이 남았다.

언제 어느 세상에나 불행은 발에 차일 정도로 여기저기 산재해 있지만
부디 그 수렁에 너무 깊이, 오래 빠져 있지 않기를.
너무 열심히 애써서 몸도 마음도 빨리 소진되지 않기를.
긴장으로 가득한 몸에 힘을 빼고 마음에도 자주 환기를 시켜주며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다음 챕터로 넘어갈 수 있기를.
바랐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