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일까?내가 그 시대의 공기를 누렸던 것도 아닌데시간이 차곡차곡 쌓인 장소를 보면알 수 없는 대상에 대한 그리움이 차오른다.Y2K를 살아보지도 않은 MZ 세대들 사이에서Y2K 스타일이 유행하는 것도 비슷한 느낌이지 싶다.책을 펼친다.이야기는 대학로의 학림다방에서 시작한다.늘 가야지, 가야지 하면서 여태 한 번도 문턱을 넘지 못했다.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봤던 터라가본 적도 없는 실내 풍경이 실제 경험한 광경처럼눈앞에 펼쳐진다.귀하디 귀한, 오래된 다방.그리고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도쿄에 있는 다양한 킷사텐을 한가득 풀어놓는다.도쿄에서 유학했던 때라면 더 쉽게 갈 수 있었을 곳들이한국에서 생활하는 지금은 멀게만 느껴지고당장 욕구가 해소되지 않으니드릉드릉 더 가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괴롭다.짧은 토막으로 소개되긴 했지만올해 1월 꾸역꾸역 다녀온 사보우루가 나와서너무 반가웠다.어마 무시했던 맥주와 나폴리탄의 사이즈.많은 사람들의 시간이 응축된 듯 짙은 밤색의 테이블.업무 중간 끼니를 해결하러 온 샐러리맨.오랜 단골 분위기를 풀풀 풍기며 책을 읽던 중년의 여성.장성한 아들과 마주 앉아 행복한 미소를 띠며 나폴리탄을 먹던 어머니.아, 조금만 더 빨리 만났다면지난 도쿄 여행을 훨씬 알차게 보낼 수 있었을 텐데! 싶어 아쉽고 또 아쉽다.하지만 다음 여행에서 가고 싶은 곳을 지도에 저장하며내가 잘 모르는 새로운 도쿄, 킷사텐의 도시 도쿄를 기대하며언젠가의 미래를 그리며당장은 위안을 삼아야겠다. 한국도 무조건 다 때려 부수고획일화된 건축이나 사업 방향으로만 내달리지 않고오래되고 좋은 것, 오래돼서 좋은 것을앞으로 잘 지켜고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