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킷사텐 여행 - 존 레넌에서 하루키까지 예술가들의 문화 살롱
최민지 지음 / 남해의봄날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왜일까?
내가 그 시대의 공기를 누렸던 것도 아닌데
시간이 차곡차곡 쌓인 장소를 보면
알 수 없는 대상에 대한 그리움이 차오른다.
Y2K를 살아보지도 않은 MZ 세대들 사이에서
Y2K 스타일이 유행하는 것도 비슷한 느낌이지 싶다.

책을 펼친다.
이야기는 대학로의 학림다방에서 시작한다.
늘 가야지, 가야지 하면서 여태 한 번도 문턱을 넘지 못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봤던 터라
가본 적도 없는 실내 풍경이 실제 경험한 광경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귀하디 귀한, 오래된 다방.

그리고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도쿄에 있는 다양한 킷사텐을 한가득 풀어놓는다.
도쿄에서 유학했던 때라면 더 쉽게 갈 수 있었을 곳들이
한국에서 생활하는 지금은 멀게만 느껴지고
당장 욕구가 해소되지 않으니
드릉드릉 더 가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괴롭다.

짧은 토막으로 소개되긴 했지만
올해 1월 꾸역꾸역 다녀온 사보우루가 나와서
너무 반가웠다.
어마 무시했던 맥주와 나폴리탄의 사이즈.
많은 사람들의 시간이 응축된 듯 짙은 밤색의 테이블.
업무 중간 끼니를 해결하러 온 샐러리맨.
오랜 단골 분위기를 풀풀 풍기며 책을 읽던 중년의 여성.
장성한 아들과 마주 앉아 행복한 미소를 띠며 나폴리탄을 먹던 어머니.

아, 조금만 더 빨리 만났다면
지난 도쿄 여행을 훨씬 알차게 보낼 수 있었을 텐데! 싶어 아쉽고 또 아쉽다.
하지만 다음 여행에서 가고 싶은 곳을 지도에 저장하며
내가 잘 모르는 새로운 도쿄,
킷사텐의 도시 도쿄를 기대하며
언젠가의 미래를 그리며
당장은 위안을 삼아야겠다.

한국도 무조건 다 때려 부수고
획일화된 건축이나 사업 방향으로만 내달리지 않고
오래되고 좋은 것, 오래돼서 좋은 것을
앞으로 잘 지켜고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