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의 머리가 있는 방 트리플 26
단요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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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은 1권에 책에 3편의 소설을 담는 형식으로 한국 단편소설의 바로 지금을 독자들이 큰 시차 없이 만날 수 있게 고안되었는데,
더불어 작가-작품-독자의 아름다운 트리플이 일어나길 기원하는 마음으로 태어났다.
한 손바닥 정도 크기의 작고 얇고 아담한 사이즈로 들고 다니기에 부담이 없고 분량도 200 페이지 정도라 읽기에 대한 압박도 덜해서 종종 읽고 있다.

이번에 접한 단요 작가님의 책은 아래와 같이 구성되어 있다.

<한 개의 머리가 있는 방>,
<제발!>,
<Called or Uncalled>
3개의 단편과
<토끼-요리가 있는 테마파크>
1개의 에세이, 그리고
<유행하는 허구들과 전복의 (불)가능성>
이성민 문학평론가의 비평이 담겨 있다.

표지를 보면 얼굴에 손을 올리고 고심하는 듯한 인물이 보이고, 그의 머릿속뿐만 아니라 그의 가슴 앞으로 수많은 나체의 인간 형상들이 물속을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보인다.

3편의 단편을 읽어나갈수록 이 표지 그림은 이 책에 꼭 들어맞는 옷이 된다.

첫 번째 단편 <한 개의 머리가 있는 방>에서 주인공 건록은 제약회사 회장이었으나 불의의 사고로 식물인간 상태가 된다.
사내 변호사와 회사 경영진들은 분리술을 실시, 그의 목을 잘라내 생명유지아치에 걸어놓은 후 뇌에 통신 칩을 삽입하였다.
하여 건록은 살아 있어도 산 게 아니고 그렇다고 죽지도 않은 뇌로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
회사 일도 하고 영화를 보는 등의 취미 생활도 보내지만 캄캄한 우주 속에 둥둥 떠다니는 뇌로만 존재하던 건록은 점점 생생한 육체의 감각을 갈망하게 된다.
하여 회사에서 운영하던 재단의 고아 묵향의 뇌에 칩을 이식하여 건록이 하루 5시간 정도 그의 몸을 빌어 신체의 생생한 감각을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
묵향은 건록을 하느님으로 여긴다.
그러다 어떤 사고가 발생하고 그에 얽힌 작은 실마리들이 풀리면서 전체 그림이 그려진다.

두 번째 단편 <제발!>은 전쟁 이후의 재건된 세계의 이야기다.
주인공은 군수공장 경영자인 할아버지와 무공훈장을 받은 아버지를 둔 지방 토호 가문의 둘째로 태어난 남자이고 위로 누나가 한 명 있었다.
누나는 대학 진학 후 '별의 인내자'라는 신흥 종교에 빠져 학교를 중퇴하고 사라졌다.
아버지는 누나에 대한 충격으로 자살을 하고 가세는 급속도로 기운다.
나는 가업을 살리려 노력했으나 결국 평범한 군무원이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누나에게 편지와 함께 수표가 배송되어 온다.
누나에 대한 원망으로 편지는 읽지도 않고 수표는 불태워 없앤다.
단 하나 가지고 있던 별장도 더 이상 관리가 힘들어지고 관리비마저 내기 어려워진 상황이었지만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다.
그렇게 몇 차례 같은 상황이 반복되다 이전과는 다른 두툼한 편지와 거액의 수표가 도착하고 나는 결국 궁금증을 떨치지 못하고 봉투를 연다.
편지는 누나의 부고와 누나의 유산을 상속받기 위해서는 '별의 인내자' 본부로 와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고민 끝에 나는 본부로 향하고 거기서 누나의 정신과 대면한다.

세 번째 단편 <Called or Uncalled>는 조현정동장애를 가진 화자가 과거와 현재, 현실과 망각 사이를 오고 가며 엄청난 말을 쏟아내는 작품이다.
생각의 흐름을 그대로 글로 풀어둔 느낌인데 그래서 아주 혼란스럽지만 또 묘하게 매력적이다.
이야기 속에 나오는 검은 꽃을 피우는 식물과 닮았다.

작가는 이 세 이야기가 SF로 간주되기 보다 '슬립스트림'으로 분리되길 희망한다.
이는 SF와 판타지 그리고 제도권 문학의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결하하며 기묘함을 자아내는 장르를 일컫는다.
SF 장르를 좋아하지만 조금 더 색다른 맛을 느껴보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하다.

사실 세 번째 단편도 그렇고 작가님 에세이도 그렇고 나는 읽어도 너무 어려워서 제대로 이해를 못 한 것 같은데 다시 한번 차분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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