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터월드 - 알고리즘이 찍어내는 똑같은 세상
카일 차이카 지음, 김익성 옮김 / 미래의창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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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 투르크인'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나는 이 책 서문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1769년 합스부르크 제국의 관리였던 요한 볼프강 리터 폰 켐펠렌이라는 사람이 당시 제국 황후의 환심을 사기 위해 제작한 오락용 진상품이었다.
이 기계는 태엽 장치에 쓰이는 톱니바퀴와 벨트 정도로 만들어졌으나 인간을 상대로 체스를 두고 이기기도 하는 마술 같은 일을 행했다고 한다.
하여 당시 꽤 화제가 되기도 했으나 사실 이 기계 안에는 아주 작은 사람이 들어가 체스를 두었다고 전해진다.
저자는 흥미로운 소재인 '기계 투르크인'으로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21세기 초반에 출몰한 유령인 '알고리즘'이 '기계 투르크인'의 모습과 닮았기 때문이다.

'알고리즘'은 '추천 알고리즘'의 줄임말로, 방대한 무더기 데이터를 방정식을 거쳐 처리 후 목적에 가장 적합하다고 여겨지는 결과로 도출해 내는 디지털 메커니즘을 뜻한다.
책의 제목인 '필터월드'는 방대하고 널리 분산되어 있으면서도 서로 얽혀 있는 알고리즘 네트워크를 설명하기 위해 저자가 만들어낸 말이다.
자동화된 추천은 필터와 같고 이는 관심 대상과 무시 대상을 분리하는 동시에 어떤 특징을 과장하거나 실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왜곡하기도 한다.

구글 검색,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등 우리는 수많은 서비스를 이용하고 그만큼 알고리즘의 엄청난 지배하에 놓여 있다.
언제부터인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을 울부짖던 서비스 제공자들이 기업만을 위한, 기업에 입맛에 맞는 광고나 홍보 서비스를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데 집중하면서 소비자는 철저히 외면당하기 시작했다.
가장 불편하게 느꼈던 인스타그램의 피드가 시간순으로 배열되지 않게 된 것에 분통만 터트리고 있었는데 그 이면에 이런 배경이 있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잘 모르는 분야나 어려울 것 같은 분야에는 눈 감고 살아온 탓에 늦은 깨달음이었지만 십 년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우리가 눌렀던 엄지 척과 하트, 댓글을 남기는 행위가 각 서비스의 알고리즘 개발에 이용되고 그 결과치가 이제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강요하고 있다.
이걸 사.
이걸 들어.
이걸 봐.
내 말만 들어.
책을 읽으면서 자꾸만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점점 알고리즘이 앞서서 우리가 판단하고 생각할 것들을 차단하고 그들의 보여주고 싶은 것들 안에서만 쳇바퀴처럼 돌며 살아가게 만든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하여 저자는 우리 삶 깊숙이 침투한 알고리즘 자체를 없앨 수는 없겠지만 알고리즘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디지털 플랫폼에서 벗어난 실제 우리 세계에 대한 관심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430여 페이지의 제법 사이즈가 크고 두꺼운 책이지만 다양한 실제 사례와 우리가 친숙하게 사용하고 있는 다양한 서비스들의 예를 들어 이야기를 펼쳐나가고 있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분야지만 어렵지 않게 일어갈 수 있었다.
알고리즘에게 제한당하고 휘둘리는 일에 지긋지긋한 당신에게 일독을 권한다.
우리 같이 알아보자.
그리고 그 마수에서 벗어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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