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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뉴어리의 푸른 문
앨릭스 E. 해로우 지음, 노진선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6월
평점 :
문(Door)에 대해 아시나요?
문을 모르는 사람이 어딨어? 당연히 알지,라고 대답하셨죠?
하지만 제가 말한 문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런 문이 아니에요.
이곳과 저곳을 이어주는 문입니다.
다시 물을게요.
문(Door)에 대해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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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게 빛나는 표지를 봐주세요.
노랑, 분홍, 파랑, 보라의 다양한 색들이 사용되었고 가운데 문 부분에는 반짝이는 필름이 들어가 있어 각도에 따라 다양한 빛 반사를 볼 수 있습니다.
책을 손에 들어보면 소프트 커버임에도 묵직한 무게감이 전해집니다.
약 550페이지에 육박하는 상당히 두께를 자랑하기 때문인데요.
걱정하지 마세요.
이야기에 푹 젖어들어 있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를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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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뉴어리가 이 방대한 여정의 주인공입니다.
어릴 때 사고로 엄마를 잃고 아빠와 둘만 남겨졌는데 엄마를 너무 사랑했던 아빠는 어린 그녀를 돌볼 수 없을 정도로 슬픈 절망에 빠져 있었어요.
우연히 회사를 운영하는 상당한 재력가인 로크 씨를 만나게 되고 그의 도움으로 아빠는 직업을, 그녀는 보살핌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로크 씨는 수집가이며 유력가들의 사교 클럽인 뉴잉글랜드 고고학 협회 회장이기도 합니다.
아빠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진귀한 물건들을 발굴해 로크 씨에게 보내는 일을 하고 아빠가 부재하는 동안 재뉴어리는 로크 씨의 집에서 자라게 됩니다.
아무도 로크 씨를 무시하거나 무례하게 대할 수 없고 로크 씨가 돌보고 있는 그녀도 응당 그와 비슷한 대접을 받아야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다릅니다.
왜냐하면 그녀의 피부색이 구리빛이었기 때문입니다.
시대 배경은 19세기이기에 지금보다 훨씬 심한 인종차별이 존재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급 옷감을 몸에 두르고 있지만 어두운 피부색을 가진 그녀 앞에서 노골적인 시선을 채 감추지 못해 재뉴어리를 자꾸만 불쾌하게 만듭니다.
그녀가 7살이던 해, 로크 씨를 따라 방문했던 켄터키주의 들판에서 문(Door)을 만납니다.
문 너머에서 찝찌름한 바다 냄새와 따뜻한 돌 냄새, 그 들판에서는 맡을 수 없는 여러 이국적인 향이 뒤섞인 바람을 만납니다.
한 쪽 발을 내밀었을 때 바다와 절벽으로 이루어진 세상으로 넘어갑니다.
어안이 벙벙하던 그때 누군가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그녀는 다시 들판이 있는 현실로 돌아오고 그 문에 대한 이야기를 로크 씨에게 하자 크게 혼이 납니다.
절대 그런 엉뚱한 생각을 하지 말고 제발 좀 조신하게 예의 바르게 지내라고요.
다시 그곳을 찾았을 땐 문은 타버리고 바다를 보여주던 세상도 사라진 후였습니다.
이후 재뉴어리와 문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대체 이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 마무리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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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작품들에서 문은 이 세상과 저 세상을 이어주는 연결의 매체로 등장하지요.
이 책에서의 문도 그렇습니다.
다만 이 세상과 저 세상의 디테일과 구성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갑자기 튀어나오는 인물들이 나중에 서로 다양하게 이어지고 머릿속 물음표가 느낌표로 변해가는 과정이 즐거웠습니다.
책을 덮고 나니 이 여정을 아는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집니다.
어디선가 짭조름한 바다 냄새가 나는 듯도 합니다.
긴 호흡의 상상력 가득한 작품을 좋아하시는 분께 권장합니다.
예쁜 문장이 많이 인덱스가 덕지덕지합니다.
단어에 영어의 대문자를 쓰면서 문자에 대한 느낌을 말하는 부분들도 새롭고 귀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