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생성되지 않는다 - 포스트 AI 시대, 문화물리학자의 창의성 특강
박주용 지음 / 동아시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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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스스로를 문화물리학자라고 명명한다.

얼핏 문화와 물리라는 두 글자가 전혀 어우러지지 않는 단어로 보일 수 있으나

/(6p) 문화란 인류의 삶의 방식과 이를 통해 만들어 낸 것들의 총체이므로 물리학도 응당 문화에 포함되고, 물리학이란 모든 물物체들의 이理치를 알아내는 학문이므로 문화도 당연히 그것의 탐구 대상일 것이기 때문에/

이 둘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라고 여겨왔다고 한다.

작가는 인간은 무엇인지, 무엇이 우리를 우리답게 만드는지, 창의성이 왜 우리에게 중요한 요소인지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고 대목 대목에서 나도 질문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답을 찾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최근 읽었던 타 출판사의 알고리즘 관련 도서에서 한 번 접했던 내용 중에 중복되는 부분들이 있어 반갑기도 하고 이해하기도 더 쉬웠다.

폭넓은 분야에 대한 이야기와 그 속에 녹아들어 있는 과학 지식, 다양한 인물들의 히스토리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김밥 같은 책이었다.

입에 넣은 건 김밥 하나인데 씹으면 씹을수록 각 재료의 맛이 살아나고 그것들이 다시 하나의 맛이 되는 느낌이었다.

인상 깊었던 대목이 여럿 있는데 아래와 같다.

<K-콘텐츠가 우주로 날아가지 못하는 이유>에서 외국 과학 대작에 비해 한국에서는 왜 이런 작품이 나오지 않는지에 대해 (145~146p) 세계에서 통하는 과학 서사를 만드는 능력은 특수효과 기술력만이 아니라 인류의 기원과 미래를 탐구하는 깊은 주제 의식, 고난과 선입견을 극복하는 인물들, 편견과 편협한 도덕률을 벗어나려는 과감함,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서사라는 캔버스에 담아내는 자유로운 사고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논한 부분에 크게 공감했다.

뉴턴의 무지개 실험의 오류를 밝혀낸 것이 <파우스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쓴 작가이자 철학자로 유명한 요한 볼프강 괴테라는 부분이었다.

<무한한 우주에서 우아한 연결을 찾는 힘>에서 창의성과 우아함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도 인상 깊었다.

더불어 뉴턴과 괴테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50p)<옵틱스>에서 제일 유명한 실험이 바로 뉴턴의 무지개 실험이다.

뉴턴은 밀폐되어 어두운 상자 한쪽 벽에 동그란 구멍을 내고, 이를 통해 들어온 빛이 프리즘을 통과해 반대편 벽에 만드는 무늬를 관찰했다.

들어올 때는 하얗던 빛이 벽에서 (우리가 흔히 '빨주노초파남보'라고 부르는) 일곱 가지 색으로 나뉘는 것을 발견한 뉴턴은 그것들이 빛을 이루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생각했다.

(53p) 괴테는 순수함 호기심을 바탕으로 프리즘에 들어오는 빛의 모양, 프리즘과 벽 사이의 거리를 바꿔가면서 벽에 어떤 상이 맺히는지 끈질기게 실험하며 기록한 끝에, 뉴턴의 무지개는 아주 특별한 조건에서만 성립하는 것이며 '흰빛이 일곱 가지 색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할 수는 없음'을 증명해 낸다.

(중략)

괴테는 그 경계선에서 아주 흥미롭고 다양한 빛의 띠가 생겨난다는 것을 발견했고, 이 가운데에는 뉴턴의 무지개에서는 볼 수 없는

(55p) 색도 선명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낸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컬러프린터의 잉크나 토너를 교체해 본 현대인에게는 'M'으로 익숙한 마젠타 Magenta(심홍색)다.

책에는 이외에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하다.

아는 게 많이 없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서 더더욱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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